실시간 뉴스



[김다운]한국 경제를 좌지우지한 '유령회의' 논란


[김다운기자] 서별관은 청와대 본관 서쪽에 있는 회의용 건물이다. 이 건물에서 열리는 청와대 및 경제부처 고위 당국자들의 비공식 모임, 이른바 '서별관회의'가 다시 이번 20대 국회 첫 대정부질문에서 논란의 중심이 됐다.

전 산업은행장인 홍기택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가 서별관회의에서 일방적으로 대우조선해양 자금 지원을 결정했다고 폭로한 데 따른 진실 공방이 벌어진 것이다.

당시 서별관회의에 참석한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으나, 서별관회의에서 보고된 것으로 추정되는 문건이 공개되면서 책임 소재 공방이 벌어지는 등 논란은 그치지 않았다.

서별관회의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부터 시작돼 역대 정권 때마다 수십차례씩 열리며 중요한 국가 경제정책 등을 논의하고 결정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서별관회의가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때에도 서별관회의에서 저축은행 부실 처리 방안을 결정한 것이 오히려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013년 동양 사태 당시에는 최수현 전 금융감독원장이 서별관회의에서 동양 관련 논의를 했다는 것을 국정감사에서 숨겼다가 위증 논란이 터진 바 있다.

과거 여러 차례 지적돼 온 것은 서별관회의가 비공식·비공개 회의임에도 불구하고 굵직한 경제·금융 현안 처리 방안을 사실상 결정하며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다는 것이다. 게다가 일체의 논의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고 함으로써 책임을 추궁하기도 어렵게 만들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서별관회의는 논의를 거치는 중간과정일 뿐이며 최종 결정을 하는 곳이 아니다"라고 해명하고 있으나 사실상 결론까지 서별관회의에서 내려진 뒤, 추후 경제장관회의 등을 통해 절차가 진행된 것이라는 의혹은 피하기 어렵다.

한국은행의 10조 국책은행 자본확충 펀드 참여가 금융통화위원회의 의결도 없이 정부의 의사대로 '선결정 후절차'를 밟은 선례도 이미 있다.

서별관회의가 논란이 되다보니 유 부총리는 "앞으로 서별관에서 이 같은 논의가 이뤄질 지는 모르겠다"며 서별관회의를 잠정적으로 중단할 뜻을 시사했고, 정부는 서별관회의가 열릴 때마다 논의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한 공식 문건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것 역시 처음이 아니다. 2012년에도 정부는 서별관회의를 공식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막대한 세금을 투입하고 국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결정이 이처럼 비밀리에 이뤄진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지금 몇년 전 대우조선해양 지원 논의 과정이 공개된다고 해서 정부의 변명처럼 시장 영향이나 통상 문제가 얼마나 발생할 지도 의문이다.

설사 당시에는 비공개로 할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추후 이번과 같은 진상 조사가 필요할 때를 위해서는 공식적인 문서를 만드는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의원 121명은 조선 해운 산업 부실에 따른 책임 규명과 서별관회의 개선방향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이번에는 서별관회의가 '밀실행정' '유령회의'라는 오명을 벗어날 방안이 마련될 지 궁금하다.

김다운기자 kdw@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김다운]한국 경제를 좌지우지한 '유령회의' 논란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