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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이재용 체제 굳히기'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전자 지분 추가 확보, 이재용 지배력 확대

[박영례, 장유미기자] 후계구도는 역시 지분으로 완성된다.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 경영승계를 위한 사실상 마지막 퍼즐이 나왔다.

이재용 체제의 연착륙을 위해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분확보가 관건이었던 상황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제일모직과 삼성전자의 지분 4%대를 보유한 삼성물산이 합병한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은 최근 몇년간 숨가쁘게 진행됐던 삼성 지배구조 개편의 일환으로 유력시 거론돼 왔다. 시장 시나리오대로 두 회사가 합병하면서 이 부회장은 삼성의 지주회사격인 제일모직에 이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도 강화하게 됐다.

26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이사회를 열고 합병을 결의했다.

제일모직이 기준주가에 따라 산출된 합병비율인 1대0.35로 삼성물산을 합병하는 방식이며, 제일모직이 신주를 발행, 삼성물산 주주에게 교부할 예정이다. 양사는 오는 7월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9월 1일자로 합병을 마무리 할 계획이다.

합병회사의 사명은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를 고려하고 삼성그룹의 창업정신을 계승하는 차원에서 삼성물산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합병법인은 패션에서 레저, 건설과 상사까지 아우르는 매출 34조원 규모의 기업으로 거듭나게 된다.

다만 이번 합병에 따른 대표 등 후속 인사와 다양한 사업부문별 운영체제 등은 향후 결정하게 된다.

◆삼성전자 지배력 강화, 이재용 체제 굳히기 '해석'

이번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은 삼성의 지주회사격인 회사와 삼성전자 주요주주인 회사간 결합이라는 점에서 합병에 따른 시너지보다 지배구조 개편의 관점으로 보는 해석이 더 힘을 받고 있다.

실제로 제일모직은 제일모직(옛 에버랜드)에서 삼성생명,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물산으로 이어지는 삼성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회사.

이 부회장은 현재 삼성 지배구조의 핵심 연결고리인 제일모직 지분 23.23%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로, 삼성전자의 안정적 지배력 확보를 위해서는 삼성전자의 지분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또 제일모직은 삼성생명의 지분 19.34%를 보유한 2대주주로,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있으나 삼성전자 지분은 갖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2대 주주로 지분 4.06%를 보유하고 있어 재계에서는 그동안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가능성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현재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0.49%선이다.

이번 합병으로 합병법인의 최대주주는 지분 16.5%를 보유하게 되는 이재용 부회장이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의 지분은 각각 5.5%, 이건희 회장 지분은 2.9%로 낮아지게 된다.

이 부회장으로서는 이번 합병에 따라 제일모직을 통해 지배하고 있는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7.21%는 물론, 물산이 보유한 4%대 지분까지 삼성전자에 대한 영향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그동안 삼성은 1~2년새 옛 에버랜드가 제일모직 패션사업 양수 대신 웰스토리 분사, 건물관리업을 에스원에 양도하는 등 사업구조 재편과 상장 등 지배구조 개편 일환 작업을 동시에 진행해 왔다.

삼성SDS의 SNS 합병 및 상장, 삼성SDI와 제일모직 소재부문 합병, 화학 등 방산계열 매각 등 일련의 작업 이후 순환출자 고리를 단순화 하고 이재용 부회장을 축으로 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진행해 온 것.

후속으로 삼성전자와 제일모직의 합병 또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가능성이 거론돼 왔고, 이번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되면서 새로운 지배구조의 밑그림을 사실상 완성한 셈이다.

이로써 제일모직을 정점으로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이 각각 전자와 금융계열을 지배하는 구조로 단순화 되면서 남은 시나리오는 삼성전자와 제일모직 합병이나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지주사 전환 가능성이다.

다만 삼성측은 지주사 전환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어 사실상 이번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으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은 일단락 됐다는 분위기다.

◆매출 34조 규모 기업 출범, 바이오 사업 힘받는다

이번 합병으로 삼성물산 합병법인은 사업적으로는 패션, 식음, 건설, 레저, 바이오 등 인류의 삶 전반에 걸쳐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衣食住休 및 바이오' 선도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양사의 핵심 사업인 건설, 상사, 패션, 리조트, 식음 등의 글로벌 경쟁력과 시너지가 강화되면서 합병회사의 매출은 2014년 34조원에서 2020년 60조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양사가 각각 운영해 온 건설 부문을 통합, 건설사업 경쟁력 제고 및 운영 시너지 창출도 가능해졌다. 여기에 상사 부문의 글로벌 운영 경험과 인프라를 활용, 패션·식음 사업의 해외진출을 가속화 하고 새로운 사업기회를 발굴할 수 있게 됐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특히 삼성의 신수종 사업인 바이오 사업의 최대주주로 적극 참여할 수 있게 돼 안정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의학, 바이오와 IT간 융합은 이 부회장이 미래 성장동력으로도 강조하고 있는 대목.

이재용 부회장은 올 초 중국 보아오 포럼에서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의료, 관광, 문화 산업을 꼽고 "삼성은 IT, 의학, 바이오 융합을 통한 혁신에 큰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들 사업에 의지를 보인 바 있다.

이와 관련 이번에 합병하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6.3%와 4.9%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바이오 사업은 1980년 초반 이병철 선대 회장이 한계 돌파를 위해서 진출, 지난 30년간 삼성의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반도체 사업과 같이 삼성의 새 도약을 이끌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주목받고 있다. 더욱이 현재 TV, 가전, 스마트폰 등 삼성전자 주력 사업부의 글로벌 성장이 정체국면에 접어들면서 이의 한계를 돌파할 새로운 전기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따라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바이오 사업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합병법인을 통해 관련 사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 1공장에는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와 로슈의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의약품을 생산하고 있다.

아울러 삼성바이오로직스 송도 2공장도 완공, 시험가동에 돌입한 상태다. 이에 따라 생산 가능능력은 총 18만ℓ로 세계 3위의 항체 바이오 의약품 수탁생산 업체로 도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제일모직 윤주화 사장은 "이번 합병은 회사의 핵심 경쟁력을 조기에 확보, 글로벌 리딩 컴퍼니로 성장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며 "인간의 삶 전반에 걸친 토탈 프리미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물산 최치훈 사장은 "패션, 바이오 등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삼성물산이 보유한 글로벌 오퍼레이션 역량과 제일모직의 특화 역량을 결합하여 사업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일모직은 1963년 설립돼 부동산 및 테마파크 사업을 시작으로 건설, 식음서비스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왔으며 2013년에는 구(舊)제일모직으로부터 패션사업을 인수하고 지난연말 상장 했다.

이번 합병으로 합병법인명이 삼성물산으로 확정되면서 사실상 제일모직이라는 이름은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또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모태기업으로 1938년 설립된 이후 1975년 '종합상사 1호'로 지정돼 해외영업을 주도해 왔고, 1995년 삼성건설 합병 후에는 건설과 상사부문으로 나뉘어 전세계 50여개국에서 글로벌 사업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박영례기자 you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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