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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이 펼치는 게임시장 삼국지


게임 3사의 동상이몽 두뇌 싸움… 향후 행보에 촉각

[문영수기자] 엔씨소프트의 경영권을 두고 넥슨 일본법인(대표 오웬 마호니, 이하 넥슨)과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간에 진행중인 갈등이 어떻게 전환될 지 관심이 뜨겁다. 3위 넷마블게임즈(대표 권영식)까지 가세하면서 경영권 분쟁의 향방이 예측불허의 상황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넥슨과 엔씨소프트, 넷마블게임즈는 2014년 기준 각각 1조6천391억 원, 8천387억 원, 5천756억 원 연매출을 달성한 국내 게임업계 '톱3'다. 이들은 자체 경쟁력만으로도 충분히 주목할만하지만 엔씨소프트의 주요 주주로 등극하면서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엔씨소프트와 넥슨, 넷마블게임즈는 설 연휴 전과 비교해 특별히 달라진 입장은 내놓지 않았지만 '엔씨소프트'라는 전장에서 마주하며 치열한 두뇌싸움을 펼치는 상황. 3사의 각축전이 국내 게임산업에 어떤 파장을 미칠 것인가도 주목되며 이들이 구상하는 '동상이몽'(同床異夢)도 흥미롭다.

◆파격 결단 내린 엔씨소프트, 풀어야 할 과제는

엔씨소프트는 넷마블게임즈와 지분 스왑을 진행한 덕에 김택진 대표 지분 9.98%에 우호지분(넷마블 보유분) 8.9%를 더해 총 18.88%의 의결권 주를 확보했다. 최대주주 넥슨(15.08%)보다 지분상 우위를 점하며 사실상 넥슨의 경영권 위협 우려를 종식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엔씨소프트가 풀어야할 숙제는 여전히 산적해 있다. 급한 불은 껐지만 경영권 방어를 위해 넷마블게임즈 지분을 '비싸게 매입했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HMC투자증권 황성진 연구원은 23일 "넷마블게임즈의 인수가격의 적정성 여부에 대해서는 차후 평가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분 매입의 기준이 된 넷마블게임즈의 기업가치는 약 4조 원으로 엔씨소프트는 이 중 9.8%를 3천800억 원에 인수했다. 이는 넷마블게임즈가 텐센트로부터 5천3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던 지난 2013년의 2조 원과 비교할 때 두 배 가까이 커진 액수다. 급하게 파트너를 찾았던 엔씨소프트가 제값보다 비싸게 넷마블게임즈 지분을 매입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넷마블게임즈와의 안정적 협업 체계 구축도 급선무다. 개발 문화 차이로 엔씨소프트는 앞서 넥슨과 진행했던 '마비노기2' 협업 프로젝트를 실패했던 전례가 있다. 무려 3천800억 원을 투입한 넷마블게임즈와의 협업 결과물을 무리 없이 내놓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좋은 성과를 내는 일은 엔씨소프트가 넷마블게임즈를 안정적 우군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과제다. 장기적으로 볼 때 좋은 성과 없이 넷마블게임즈와 좋은 관계를 지속하기는 어렵다. 자칫 잘못하면 넷마블게임즈 역시 엔씨소프트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넥슨, 관망할까 대응할까

엔씨소프트와 넷마블 게임즈의 연합 이후 넥슨의 다음 행보가 어찌될 것인가는 게임업계의 가장 뜨거운 관심사다. 넥슨이 당분간 관망세를 취할지 혹은 상황 반전를 위한 또 다른 한 수를 선보일지가 궁금한 상황이다.

이번 엔씨소프트 경영권 분쟁을 주도했던 최대주주 넥슨은 엔씨소프트·넷마블게임즈 연합이라는 '외통수'와 맞닥뜨리며 상황 타개를 위한 해법을 모색중이다.

현 상황에서 넥슨이 취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그리 많지 않다. 또 다른 대주주 국민연금(6.88%) 및 소액주주 등을 포섭해 다시금 지분 우위를 점하거나 ▲ 보유중인 지분 15.08%를 엔씨소프트 혹은 제3자에 매각하고 경영권 분쟁을 종결짓는 방안 ▲ M&A의 귀재답게 깜짝 놀랄 반전 카드 제시 등이 남아있다. 일각에서는 넥슨이 엔씨소프트 지분을 중국 텐센트에 매각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제기한다.

물론 넥슨이 지속적으로 '사태 관망 카드'를 택할수도 있다.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는 한 회사 경영에 참여할 기회는 또 다시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협업 실패 및 글로벌 성과 부진 등의 이유로 엔씨소프트와 넷마블게임즈간 연합전선에 금이 가면 최대주주인 넥슨은 또다시 엔씨소프트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 '어부지리' 넷마블게임즈에겐 새로운 기회

넥슨과 엔씨소프트간 경영권 분쟁 덕에 어부지리(漁夫之利)의 수혜를 입은 곳은 넷마블게임즈다.

넷마블게임즈는 ▲넥슨이 지난 2012년 엔씨소프트 지분 14.68%를 주당 25만 원에 매입했던 것보다 저렴한 주당 20만 원에 샀고 ▲2013년 텐센트 때보다 무려 2배 가까운 오버 밸류(4조 원)를 인정받으며 지분을 매각했다. 더불어 ▲'리니지'와 '아이온'을 비롯, 엔씨소프트의 유망 지적재산권(IP)을 모바일 게임으로 개발할 권리까지 확보했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넷마블게임즈는 넥슨과 달리 달콤한 결실맺기에 집중할 전망이다.

우선은 엔씨소프트와의 협업하며 리니지, 아이온 등을 모바일 게임으로 제작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이후 엔씨소프트 주가가 오르면 지분 매각 방식으로 투자금 이상의 자금을 회수할 수도 있다. 2000년 넷마블을 창업한 방준혁 의장은 지난 2004년 CJ 그룹에 이를 매각했고 2012년에는 텐센트 투자 유치까지 성공시키며 괄목할 성장을 이룩해 왔다.

만일 엔씨소프트와의 연합이 기대만큼 되지 못할 경우 주주 이익을 위한 '제3의 선택'을 할 수도 있다. 방준혁 의장은 지난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엔씨소프트의 현 경영진이 미래 지향적으로 회사가 성장할 수 있도록 경영한다면 엔씨소프트의 편을 들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편을 안 들수도 있다"며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물론 넷마블게임즈의 선택에는 '어제의 적' 넥슨과 '오늘의 동지'로 거듭날 지 여부가 관건이다. 넷마블게임즈는 지난 2011년 '서든어택' 재계약 문제로 넥슨과 심한 분쟁을 겪은 바 있다.

◆ 넷마블 뒤 텐센트도 예의주시해야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게임즈가 써내려갈 게임시장 삼국지에는 중국 텐센트라는 변수도 있다. 엔씨소프트 지분 8.9%를 취득한 넷마블게임즈의 3대 주주가 텐센트이기 때문이다.

텐센트는 앞서 넷마블게임즈, 네시삼십삼분, 파티게임즈 등 유수 게임사에 지분을 투자한 중국 최대 게임사로 이번 경영권 분쟁의 숨은 수혜자이기도 하다. 엔씨소프트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할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게임업계에서는 엔씨소프트가 기술 유출 및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에 노출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국내 게임사간 다툼에 해외 게임사가 이득을 보는 양상이 펼쳐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넷마블게임즈는 이같은 우려가 '기우'라고 일축한다.

방준혁 의장은 지난 17일 "지금은 10년 전, 5년 전 상황과 다르고 어느 한쪽의 기술 수준이 높고 낮지 않다"며 "(기술 유출을 하려면) 뛰어난 엔지니어들을 스카웃하는 게 훨씬 도움이 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게임기업의 경쟁력이란 좋은 기획과 이를 표현할 수 있는 그래픽, 프로그래밍 능력, 운영과 홍보 등에 좌우된다"고 하며 "(중국발 기술 유출 우려는) 걱정은 사실상 별로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엔씨소프트가 국내를 대표하는 게임기업인 만큼 텐센트의 행보 역시 예단할 수는 없는 법. 엔씨소프트가 넷마블게임즈와 설립할 합자회사에 텐센트가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다.

엔씨소프트와 넷마블게임즈는 "합자회사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고 했으나 두 회사의 지분이 공동 투입되는 만큼 텐센트의 입김이 회사 경영에 직접적으로 작용할 여지는 높은 실정이다.

문영수기자 m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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