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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혜정]콘텐츠 사업에 메스 댄 삼성 옳았나


[민혜정기자] 기자는 A 음원서비스의 할인쿠폰이 생겼지만 애용하던 B 음원 서비스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음원 애플리케이션은 업체마다 노래를 취사선택하거나 보관함에 저장하는 방식이 조금씩 다른데 B에 익숙해져 있고, B에 보관해놓은 음악과 같은 음악을 A에서 모으려고 힘들이기도 싫기 때문이다. 디자인도 A보다 B가 취향에 맞다.

콘텐츠 플랫폼은 이처럼 소비자를 가격앞에서도 무력하게 만들 수 있다.

세계 스마트폰 1위 삼성전자가 최근 콘텐츠와 소프트웨어 사업을 총괄하던 미디어솔루션센터(MSC)를 6년만에 해체한 점이 유감스러운 이유다.

삼성전자는 MSC 내 무선 관련 기능은 무선사업부로 이관하고, 산하 빅데이터 센터는 소프트웨어센터로 옮겨 사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콘텐츠사업은 자체 역량에 의존하지 않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업체와 제휴해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앞서 삼성은 자체 전자책, 동영상 서비스 중단을 공식화하고 MSC인력을 각 사업부로 배치하는 등 콘텐츠 사업 몸집을 줄여왔다. 콘텐츠 사업을 축소하거나 포기하는게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구심점 역할을 하던 조직이 사라지면서 자체 콘텐츠 사업은 사실상 접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삼성전자의 콘텐츠 전략 수정은 불가피했다. 6년간 '갤럭시' 신화를 써왔던 스마트폰 판매량과 달리 뚜렷한 성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구글플레이나 앱스토어같은 콘텐츠마켓을 구축하지 못했고, 카카오톡이나 라인과 같은 킬러콘텐츠를 만들어 이를 플랫폼화 하는데도 성공하지 못했다. 자체 운영체제(OS) 타이젠이 탑재된 스마트폰 출시는 계속 지연되고 있다.

일각에선 크로스라이선스를 맺은 구글과 관계로 중복되는 콘텐츠 사업을 접어야 했다는 얘기도 있다.

그러는 사이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량도 중국 제조사의 가격 공세에 직격탄을 맞았다. 라이벌 애플이 건재한 것과 다른 양상이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의 3분기 스마트폰 판매량 발표를 보면 2~5위 제조사들의 판매량과 점유율이 상승한 반면 삼성전자만 점유율과 판매량이 줄었다. 삼성전자는 3분기에 7천321만대를 판매해 24.4%로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지난해 비해 판매량은 700만대 이상 줄었고, 점유율도 약 8%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같은기간 애플은 판매량은 800만대늘었고, 점유율도 12.7%로 전년에 비해 0.6%포인트 올랐다. 3위 화웨이는 1천593만대를 판매해 전년보다 400만대 가까이 더 팔았고, 4위 샤오미는 5배 가까이 증가해 1천577만대를 판매했다.

삼성 휴대폰 사업은 7조원에 육박하던 분기 영업이익이 지난 3분기 3년만에 2조원 밑으로 떨어졌다. 콘텐츠 사업에 역량을 쏟을만한 여유가 사라졌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내년 스마트폰 라인업을 30%가량 줄이고 중저가 라인업을 강화할 예정이다. 그러나 가격경쟁력을 높인다고해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진영에서 예전과 같은 입지를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의 스마트폰 평균판매가격(ASP)은 10만원 후반대다. 삼성전자가 중국에 이달 출시한 갤럭시A3의 출고가는 30만원대다. 삼성 휴대폰에 탑재되는 부품과 제품력을 고려했을 때 중국 제조사 수준으로 가격을 낮추기는 어렵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진영은 이제 삼성 휴대폰 말고도 소비자의 선택지가 많다. 삼성전자는 최고 사양의 제품으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시장을 평정했지만, 이제 다른 국내외 제조사의 스마트폰 성능도 상향평준화됐다.

결과론일 수 있지만 삼성도 애플처럼 자체 OS나 콘텐츠 플랫폼 구축에 성공했다면 지금보다 견고하게 삼성만의 시장을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삼성이 강력한 콘텐츠와 플랫폼 없이 상향평준화된 스마트폰 시장에서 내세울 차별점은 무엇인지 궁금하면서 한편으로 우려스럽다.

민혜정기자 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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