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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오브레전드' 3년, 어느덧 '팬덤(fandom)'이 되다


한국 서비스 3년 만에 절대 인기 넘어 건전 스포츠로 안착

[류세나기자] '리그오브레전드의 상승세는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한국 게임 시장 최대 강자로 부상한 온라인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이하 롤)'가 12일로 한국 서비스 3년을 맞았다. 지난 2011년 12월 첫 서비스를 시작한 롤은 총 1천97일 중 873일, 124주 연속 PC방 점유율 1위(게임트릭스 기준)라는 신기록을 수립하며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롤은 PC방을 찾는 이용자 10명 중 4명을 사로잡으며 점유율 평균 40%에 육박하는 대기록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바야흐로 롤 전성시대인 셈이다.

국내 론칭 3주년을 맞은 롤은 게임 시장 1위를 넘어 시대의 아이콘으로까지 자리잡은 상황. 스타크래프트가 한국 e스포츠 문화의 근간을 만들었다면 롤은 그 바통을 이어 국내 최대 e스포츠 종목으로, 젊은 층의 놀이 문화를 대표하는 게임 콘텐츠의 역할도 해내고 있다.

물론 롤의 인기가 장기화되는 것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국내 e스포츠산업 활성화에는 기여했지만 외산인 롤의 시장 독식이 토종 온라인 게임들의 위기를 심화시킨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롤의 아성에 도전한 온라인 신작들 중에는 시장에서 제대로 빛조차 못보고 사라진 게임들도 다수다. 토종 게임업체들로선 더 이상 남의 잔치에 박수만 쳐 줄 상황이 못되는 실정이다.

토종 게임이 아닌 롤에게 '외산 게임의 시장 독식'이라는 경계와 비난은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 중 한 가지다. 시장에서는 절대 강자지만 현지화와 토착화 역시 소홀히 할 수 없는 미션이기 때문이다.

한국 게임 시장의 풍운아로 자리잡은 롤의 승승장구는 앞으로도 얼마나 지속될 것이며 외산 게임이라는 비난과 우려를 씻기 위해 라이엇게임즈가 손에 쥔 카드는 과연 무엇일까.

◆ 롤의 절대 인기 그 '비밀'이 궁금하다

2011년 12월 롤이 한국 시장에서 서비스를 시작하며 손에 쥔 성적표는 초라했다. 서비스 초기 롤의 시장 점유율은 불과 0.83%. 시장에서의 저력은 커녕 존재감조차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롤은 서비스 3년만에 시장 점유율을 40%로 끌어올리며 124주 연속 PC방 점유율 1위(게임트릭스 기준)라는 대기록을 수립한다. 3년 중 2년을 1등으로 살며 절대 인기를 구가한 것이다.

롤의 서비스 회사인 라이엇게임즈는 높은 인기의 비결로 게임의 완성도와 5대 5 팀대전 방식, 적절한 론칭시점을 꼽는다.

롤은 앞서 e스포츠 시장을 주도했던 1대1 대결 중심의 스타크래프트와 달리 5대5 팀대전 방식을 취하며 팀플레이에서 오는 재미와 긴장감을 유발한다. 경기 초반부터 서로를 견제하고 시종일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는 점이 게이머들에게 묘한 중독성을 유발시킨다는 평가다. 특히 각자의 포지션에서 맡은 역할을 수행하되 혼자가 아닌 함께하는 즐거움을 강조할 수 있다는 점이 롤 게임의 백미로 꼽힌다.

롤은 게임 실력에 따라 '계급(티어·tier)'이 부여되는데, 이런 점이 이용자들의 성취감 등 심리를 자극한다는 분석도 있다. 실력에 따라 브론즈-실버-골드-플래티넘-다이아몬드 순으로 티어 등급이 상승, 롤의 게이머들은 고가의 아이템을 사들이지 않고서도 오직 자신의 실력만으로 계급을 높일 수 있다.

무엇보다 롤의 인기에는 국내에 활성화된 e스포츠 리그도 한 몫 했다. 프로선수들의 활약으로 관전의 재미까지 선사하며 팬층을 더욱 두텁게 만들어 준 까닭이다.

라이엇게임즈는 게임 기획 단계부터 e스포츠를 염두에 둔 점도 이용자들에게도 통했다고 설명한다. 국내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롤은 연 2회의 정기 시즌 리그와 세계대회인 월드챔피언십을 연다. 롤 리그가 열리는 경기장에서는 마치 축구나 야구처럼 자신이 지지하는 e스포츠 구단을 면 응원하는 관객들을 쉽게 볼 수 있다.

◆ 집단 놀이문화부터 글로벌 마케팅까지 '롤 전성시대'

바야흐로 롤 전성시대를 맞으며 지하철, 버스 등과 같은 대중교통은 물론 길거리에서도 롤을 주제로 대화하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롤 리그를 시청하는 모습도 쉽게 눈에 띈다.

심지어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퇴근 후 롤 한 판 하자"는 대화가 오고갈 만큼 롤은 게임 이상의 건전 문화로 자리잡았다. 청소년들에겐 잠시의 휴식 시간을 즐기는 게임으로, 젊은 직장인들에게는 집단의 화합과 즐거움을 배가시킬 놀이문화로까지 역할이 확대된 것이다.

비결은 역시 팀대항전이라는 게임 시스템에 있다. 롤은 개개인의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팀원과의 협력이 이뤄지지 않으면 팀 대전에서 승리하기 쉽지 않다. 반대로 팀원들과의 호흡이 척척 들어맞아 승리를 거머쥐게 됐을 때 오는 쾌감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렵다는 게 롤팬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다.

친구 혹은 직장동료들끼리 PC방에 모여 롤을 선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게임을 통한 화합, 건전 e스포츠 문화 조성에 롤이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쳤다는 평가도 바로 여기서 나온다.

롤의 높은 인기는 국내 기업들의 게임 마케팅에도 변화를 몰고 온 것으로 평가된다. 롤의 성공 사례를 학습하며 e스포츠 리그 진출을 비롯, 새로운 시장 전략을 짜는 기업들도 다수다. e스포츠가 게임의 라이프사이클을 연장시키고 이용자들의 저변을 확대하며 글로벌 진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착안, 기업들의 밑그림 그리기 작업도 한창이다.

일부 게임사들은 e스포츠를 앞세워 전세계 이용자들이 게임을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도록 하고 게임을 통해 세대를 넘나드는 '어울림 문화'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표출하기도 한다.

넥슨은 카트라이더, 서든어택, 도타2, 피파온라인3로, 엔씨소프트는 블레이드앤소울을 앞세워 e스포츠 리그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넥슨은 연간 약 2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e스포츠 대회 상금으로 투입하고 있고 엔씨소프트 또한 블레이드앤소울 비무제 단일 대회 상금으로 3억 원 가량을 투입하는 등 담금질에 돌입한 상태다.

◆ e스포츠 성찰하며 '한국형 사회적 기업'을 생각하다

롤의 전성기가 꼭 좋은 결과만 가져다 준 것은 아니다. 롤이 인기가 많은 만큼 비판도 거세고 일부 부작용도 심심치 않게 발견되는 것이 사실이다.

일례로 롤이 청소년들의 문화에 깊숙이 침투하다 보니 롤을 잘하는 아이는 학교에서 인기가 높고 롤을 하지 않으면 대화에 참여하기조차 어렵다는 비판도 있다. 심지어 지난 2012년 경남의 한 고등학교는 방학 가정통신문에 '자녀의 롤 플레이를 자제시켜 달라'는 문구를 넣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라이엇게임즈는 롤을 건전 스포츠로 육성하고 e스포츠 환경을 개선하는 등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역할 수행에도 분주한 모습이다.

롤을 단체로 즐기는 이용자 비중이 늘자 라이엇게임즈는 오는 2015년부터 대학생, 여성, 직장인 등을 대상으로 아마추어 리그를 본격 운영하기로 했다. 롤이 집단 화합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착안, 이참에 롤 게임을 건전 스포츠로 자리잡도록 하겠다는 포부다.

롤 리그의 외형적 발전과 내실 강화를 위해 라이엇게임즈는 최근 선수 최저연봉 및 계약기간 보장이라는 통 큰 결정으로 e스포츠 환경 개선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선수들의 안정적인 생활기반을 마련하고자 국내 롤 프로구단과 계약한 선수에게 구단에서 지급하는 월급 및 상금과 별도로 2천만 원 수준의 최저 연봉을 지원하는 게 골자다. 직업의 안정성 보장을 위해서는 선수와 각 구단이 최소 1년 단위 계약을 맺도록 명문화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한국 진출 이듬해인 지난 2012년 6월 문화재청과 '한 문화재 한 지킴이' 협약을 맺고 시작한 한국 문화재 지킴이 활동은 라이엇게임즈가 한국형 기업이 되고자 진행한 토착화 작업이다.

라이엇게임즈는 한국 문화유산 보호 및 환수 지원을 위해 지난 2013년까지 총 11억 원의 사회환원기금을 문화재청에 기부하고 최근에는 '팝스타 아리' 챔피언 스킨의 초기 6개월 판매금과 일부 기부금을 합친 7억4천만 원을 조선왕릉 보호 등을 위해 전달했다.

해외기업으로는 이례적으로 우리 문화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자 롤 이용자를 대상으로 문화유산 탐방, 전통예절교육 프로그램 등도 진행하고 있다.

라이엇게임즈는 '프로부터 아마추어까지 함께 즐기는 새로운 스포츠, 문화로서의 e스포츠'를 향해 도전과 지원을 이어가겠다는 포부다. 특히 지난 10월에 열린 롤드컵 결승전의 4만 유료관객은 e스포츠가 콘텐츠로 소비자들에게 인정받고 정규 스포츠로서의 잠재력도 보여준 것으로 평가하며 2015년에도 '플레이어 중심'이라는 가치를 구현하고자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류세나기자 cream5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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