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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錢)의 전쟁' 한전부지 승자는 '현대차'


낙찰가 10조(兆) 넘어…'승자의 저주' 현실 되나

[정기수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라이벌인 삼성그룹을 제치고 서울 강남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인 한국전력 본사 부지의 새 주인이 됐다.

당초 이번 한전부지 인수전은 국내 재계 1, 2위인 양 그룹의 자존심 대결로 관심을 모아왔다. 이에 따라 양측 모두 인수 마감 직전까지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다.

한전은 18일 오전 현대차그룹을 부지 인수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한전에 따르면 이번 입찰에는 총 13개사가 참여했으며, 이 중 현대차그룹 컨소시엄이 응찰 기업 중 가장 높은 가격인 10조5천500억원을 써내 낙찰자로 선정됐다.

현대차그룹의 낙찰가는 부지 감정가인 3조3346억원보다 3배 이상 높은 금액이다. 예정가격은 감정가격과 동일한 3조3천346억원이었다.

이 중 현대차그룹 컨소시엄과 삼성전자만이 유효입찰로 인정됐으며, 11곳은 보증금을 안 냈거나 예정가격보다 낮은 가격을 쓰는 등 자격을 갖추지 못해 무효입찰 처리됐다.

한전은 최종 낙찰자와 오는 26일까지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오전 입찰 보증금 납입을 마친 상태로, 앞으로 1년 이내에 4개월 단위로 3회씩 대금납부를 해야 한다.

◆10兆 넘는 통큰 베팅…'MK' 승부수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기아차·모비스 3개 주력 계열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했다. 3개 회사는 일정 비율로 땅값을 분담해 비용을 지급할 계획이다.

한국전력의 삼성동 부지는 축구장 12개 정도의 크기인 총 7만9342㎡ 규모다. 삼성동 한전부지는 작년 말 장부가액 기준 2조73억원, 공시지가 기준 1조4천837억 원이었다. 감정가는 3조3천346억원 수준이다.

현대차는 앞서 한전부지 인수 계획을 밝히면서 "한전부지가 갖는 상징성을 감안해 공공성에 근거해 한전부지를 서울의 상징적인 랜드마크로 조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현대차그룹은 무엇보다 이곳에 그룹의 글로벌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통합사옥을 세워 흩어진 그룹 계열사를 모을 예정이다.

앞서 현대차는 한전부지에 그룹의 글로벌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통합사옥과 자동차 전시관, 컨벤션센터, 공연장, 호텔, 쇼핑 시설이 결합된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일찍부터 밝히며 한전부지 입찰 참여에 대한 의지를 피력해 왔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서울에만 30개 계열사, 1만8000명 수준의 임직원을 두고 있지만 양재 사옥이 좁아 서울 각지에 계열사와 직원들이 뿔뿔이 흩어져 있는 상황인 만큼, 전 계열사를 한 곳에 모을 수 있는 공간 확보가 절실했었다.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한전부지 인수에 사활을 걸고 준비해 온 만큼 기대한 결과가 나왔다는 반응이다.

현대차그룹은 입찰 결과가 발표된 직후 "제2 도약을 상징하는 차원이 다른 공간으로 글로벌비즈니스센터를 건립하겠다"며 "현대차그룹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는 100년 앞을 내다 본 글로벌 컨트롤타워로서, 그룹 미래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이어 "이를 통해 자동차산업 및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자동차 산업 관련 외국인과 관광객을 적극 유치해 경제 효과를 창출함으로써 국가 경제활성화에 기여하겠다"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의 예상을 뛰어넘는 배팅은 서울 양재동 사옥의 수용능력이 이미 한계에 왔고, 수직계열화된 자동차전문그룹으로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계열사까지 통합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절실했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현대차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숙원 사업으로 밀어붙이던 뚝섬 삼표레미콘 부지 글로벌 비즈니스센터 개발 계획이 무산되면서 이번 한전부지에 강한 의지를 보여왔었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입찰에서 삼성전자는 5~6조원 정도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현대차그룹이 4조원 이상 웃돈을 주고 한전부지를 인수한 셈이다. 결국 그룹의 최종 결정권자인 정몽구 회장이 이번 삼성동 한전부지 인수에 사활을 걸고 '통큰 배팅'을 했다는 평가다.

◆개발비용만 16조 달할 듯…'승자의 저주' 우려도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대차의 낙찰가를 놓고 무리한 배팅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애초 우려했던 '승자의 저주'가 현실화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다.

한전부지 사업은 토지 매입비용 외에도 개발비가 수조원 가량이 들어간다. 현대차가 이 땅을 개발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은 16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부지 매입 비용을 제외한 건립비와 제반비용에 30여개 입주 예정 계열사가 8년간 순차 분산 투자할 예정"이라며 "자금 조달에 크게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업계는 당초 한전부지 사업은 감정가인 3조3천346억원을 기준으로 해도 기부채납비용 2조원, 공사비 3조원, 금융비용 1조원 등을 감안하면 토지 매입 후 건물 건립 및 입주까지 약 10년간 약 10조원이 들 것으로 예상했었다.

현대차그룹의 낙찰가는 감정가 3조3천346억원의 무려 3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예상을 크게 웃도는 입찰가로 한전부지를 손에 쥔 현대차의 승리가 '상처 뿐인 영광'으로 끝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국가부채 탕감에 기업을 이용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전력은 부지 매각대금을 부채감축 등 회사 경영정상화에 사용할 계획이다. 한전은 오는 2017년까지 부지매각을 포함한 자구노력을 통해 부채를 14조7천억원 줄인다는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의 낙찰가가 10조원을 상회하면서 우선 부채감축 계획에는 청신호가 들어온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전부지의 낙찰가를 놓고 부채를 탕감하기 위한 한전 측의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며 "결국 과열된 인수전 양상으로 낙찰 기업의 돈으로 국가부채를 탕감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MK, 조카뻘 JY에 완승

이번 한전부지 인수전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양 그룹의 최종 결정권자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능력 대결이었다.

실제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두 그룹의 최고 경영진은 전날 마감 시간 직전까지 입찰 가격을 얼마나 써낼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정몽구 회장의 숙원 사업으로 밀어붙이던 뚝섬 삼표레미콘 부지 글로벌 비즈니스센터 개발 계획이 이미 무산된 상황인 만큼, 이번 입찰에서 정 회장 특유의 '뚝심경영'이 빛을 발한 것으로 보인다.

정기수기자 guyer7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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