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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기]애플 아이폰의 혁신이 어려운 이유


[김석기의 IT 인사이트]

애플의 아이폰 6 발표를 두고 예상했던 기사제목들이 나왔다. ‘아이폰, 혁신은 없었다’ 기사들을 몇 개 읽어보면 혁신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들이 기사에서 말하는 혁신이란 ‘이전에 보지 못했던 신기한 물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1888년 유리판을 없앤 대신 필름을 사용한 혁신적인 카메라가 등장하였다. 바로 조지 이스트만 만든 최초의 코닥 필름 카메라였다. 그 이전에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큰 유리판에 감광액을 뭍힌 이른바 대형 습식 카메라로서 복잡하고 불편한 과정을 거쳐야 했는데, 커다란 튜브 구조의 대형 카메라를 삼각대에 고정시키고 한 장 찍을 때마다 감광 유리판을 암실에서 갈아 끼워야 했다. 촬영 후에는 개인이 역시 암실에서 현상과 인화를 직접 해야만 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

이때 코닥은 ‘버튼만 누르세요, 나머지는 저희가 다 알아서 하겠습니다’ 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광고를 시작했다. 롤에 감긴 필름을 이용해 간편하게 손에 들고 다니면서 셔터만 누르면 현상과 인화 역시 편리하게 모두 코닥에서 처리하고 사용자들은 인화지에 인화된 사진을 우편으로 받으면 되는 것이다. 진정한 혁신기업의 탄생이었다.

그 후 2000년대 초까지 110년이 넘도록 코닥은 사진 필름의 독과점기업으로서 후지 필름, 아그파 필름 등과 비교해 압도적인 1위 회사로 군림했다.

코닥은 단지 필름을 많이 판 회사가 아니다. 코닥의 투명한 필름은 에디슨으로 하여금 잔상효과를 이용한 동영상 카메라를 발명하게 하였으며, X레이가 발견된 지 1년 후 이를 기록할 수 있도록 필름을 제작하였고, 최초의 항공 카메라, 최초의 컬러 필름, 최초의 영화필름, 최초의 고속촬영용 카메라, 8mm, 16mm, 35mm의 표준 규격 발표, 최초의 슬라이드 프로젝트 등 이외에도 엄청나게 많은 혁신을 통해 영상, 기록 분야의 금자탑을 세웠다.

코닥은 이미 1981년에 한해 매출 100억 달러(10조원)를 넘겼으며 (이는 현재 가치로 환산한다면 수 백조 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브랜드 가치 역시 코카콜라와 함께 100년이 넘도록 1,2위를 다투었다.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2013년 코카콜라의 브랜드 가치는 932억 9100만 달러(3위)였고 지난 12년 간 1위를 유지했었다. 국내 브랜드 중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 삼성전자는 396억 1천만 달러로 8위, 현대자동차는 90억 달러로 43위이다. 참고로 애플은 1위로 983억달러, 2위인 구글은 932억 달러이다.

지금 젊은 세대들은 필름 카메라나 필름의 경험이 없어 코닥이라는 회사를 잘 모를 수 있지만 20년 전 코닥은 100년 동안 지속된 애플이나 구글 같은 회사였다고 생각하면 된다. (애플이 1위로 올라선 것이 바로 작년이며 10위 안에 들어온 지도 몇 년 되지 않는다.)

이러한 코닥이 창업 132년만인 2012년 뉴욕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내고 시티그룹으로부터 9억5천만 달러를 지원받아 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이후 2013년 9월 4일 필름 및 카메라 사업부를 매각함과 동시에 '인쇄의 기술적 지원, 전문가들을 위한 그래픽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기업으로 회생했다지만 과거 코닥의 영광을 생각해 본다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산소호흡기에 의지한 채 병원침대에 누워있는 것과 진배없다.

100년 넘도록 세계최고의 혁신기업이었던 코닥이 망한 이유는 디지털 카메라의 출현으로 필름이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졌기 때문인데, 아이러니한 사실은 이 디지털 카메라 역시 코닥이 세계 최초로 발명한 제품이라는 점이다.

세계 최초의 디지털카메라는 1975년 코닥 전자사업부의 스티브 세손에 의해 만들어졌다. 무려 39년전의 일이며 일본의 카메라 회사에서 보급형 디지털 카메라가 나오기 시작한 1998년보다 23년 앞섰다. 가장 먼저 디지털 카메라를 만들어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서 월등한 기술력과 유리한 위치를 가졌던 코닥은 디지털 카메라시장 경쟁에서 참패하여 회사 문을 닫았다. 코닥이 경쟁사에 비해 최소 23년이나 앞서 갔음에도 참패한 이유는 코닥 내의 필름 사업부의 임원들이 디지털 카메라의 개발을 적극적으로 방해했기 때문이다.

코닥 필름 사업부에서 디지털 카메라의 개발 및 사업화를 방해한 이유는 필름을 사용하지 않는 디지털 카메라의 판매가 늘어날수록 필름의 수요가 줄어든다는 논리를 들었다. 비슷한 사례로서 전기차 역시 GM이 다른 회사들에 비해 거의 20년 먼저 상용화했지만 코닥과 같은 이유로 3년만에 폐기해 버렸으며, 그래서 지금 전기차의 선두는 GM이 아니라 테슬라이고 GM은 적자기업의 대명사다. 코닥과 GM 말고도 이러한 예는 수없이 많다.

모든 혁신 기술이 시장에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지만 디지털 카메라의 예처럼 성공할 경우 기존 기술을 완전히 대체해 버린다. 세상을 뒤흔들 혁신적인 기술이나 제품일수록 기존 회사들보다는 신생의 벤처기업에서 성공하는 이유는 기존 기업에서 혁신적인 기술이 먼저 개발되지 않아서가 아니라 내부에서 혁신의 싹을 죽여버리기 때문이다. 신생벤처는 혁신기술로 인해 기존 자사 제품의 수요가 줄어들 우려가 없음으로 혁신기술에 모든 것을 건다.

기존 기업은 이제까지의 업력으로 해당 혁신제품과 가장 밀접한 기술을 가지고 있음에도 당기 순이익에 급급하다 보면 어느새 코닥처럼 시장에서 밀려난다. 특히 IT기업에서는 산업변화의 속도가 빨라 그 기간이 더욱 짧다. IT업계에서 노키아와 모토로라가 그러한 길을 걸었고 하이텔과 천리안도 마찬가지이다. 기존 사업의 수익에 연연하여 혁신을 수용하지 않는 기업의 미래는 명확하다.

애플의 아이폰은 분명 혁신이었고 지금은 그 혁신을 진화시키는 연장선상이다. 코닥은 필름이라는 혁신으로 100년을 버텼고 애플은 아이폰 혁신을 7년째 진행 중이다. 애플 아이폰의 다음 혁신제품이 나온다면 혁신제품에 의해 아이폰이 사라져야 한다. 혁신이란 그런 것이다. 매년 아이폰을 발표할 때마다 아이폰의 혁신이 일어나는 게 아니다.

기존 기업이 혁신의 불씨를 살리고 기존 사업과 혁신 사업을 자연스럽게 중첩-교체하면서 새로운 혁신 기술로 갈아 타는 것은 매우 풀기 어려운 수학문제 같다. 이 문제가 풀기 어려운 문제일 지라도 해결할 방법은 분명히 존재한다. 최대의 수학난제였던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도 결국 풀리지 않았는가.

하지만 그 방법을 설명하기에 이 컬럼의 여백이 너무 작다.

김석기 (neo@mophon.net)

모폰웨어러블스 대표이사로 일하며 웨어러블디바이스를 개발 중이다. 모바일 전문 컨설팅사인 로아컨설팅 이사, 중앙일보 뉴디바이스 사업총괄, 다음커뮤니케이션, 삼성전자 근무 등 IT업계에서 18년간 일하고 있다. IT산업 관련 강연과 기고를 통해 사람들과 인사이트를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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