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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 자막 대란, 해결방법은 없나


"합법적 유통채널로 활성화 계기 삼아야"

[정은미기자] 직장인 이영철(38)씨는 하루의 스트레스를 미국 드라마(미드)를 보며 푼다. 대학시절 영어 공부를 목적으로 미국 드라마 '프렌즈'를 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마저도 힘들게 됐다. 지난달 29일 이씨가 미드 정보를 주고받는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 미국의 유명 드라마 제작사 6곳이 한글 자막을 만들어 유포한 국내 자막 제작자를 집단 고소했다는 긴급 공지 올라온 후 미드의 한글 자막을 구할 수 있는 사이트들이 잠정 폐쇄됐다.

지난달 말 워너브라더스와 20세기폭스, NBC, ABC 등 6개의 미국드라마 방송사가 국내 한 법무법인 통해 자막제작자와 카페 운영진, 업로더 등 15명을 서울 서부경찰서에 고소했다.

국내에서 외국 드라마의 자막을 배포한 혐의로 누군가 고소를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조사에 따르면 이들 중 상당수가 단순 취미생활로 자막을 제작했으며, 상업적인 용도로 제작한 이는 1명에 불과했다.

저작권법 제136조 1항에 따르면 원저작자의 동의를 얻지 않고 2차적 저작물을 작성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로 간주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들의 행동이 영리 목적이 아니어도 원저작물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 배포한 것이기 때문에 법에 의해 처벌받게 된다.

미드의 한글 자막 제작이 일반화된지 10여 년이 흐르는 동안 미드의 인기는 사실상 미드 한글 자막 제작자들이 이끌어왔다고 할 수 있다. 한 방송사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40% 정도가 어떤 형태로든 미드를 접했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다. 국내 최대 온라인 미드 사이트의 경우 회원수만 20여만명에 육박한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남윤숙 이사는 "한국에서 영화는 불법복제물 감시가 잘 되고 있고, 굿 다운로더 같은 캠페인의 영향으로 잘 보호되고 있지만 미국 드라마의 경우 대부분이 불법 파일이고 자막도 불법복제물에 연관되면서 개인적인 용도를 넘어 상업적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방송사들이 자막제작자들을 상대로 소송전에 나선 것은 미드 인기가 날로 높아지면서 불법 시청자들을 막기 위한 핵심전략으로 '자막'을 선택한 셈이다.

방송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방송사들은 그동안 미드 한글 자막 제작이 시장 저변을 확산시키는 것에 도움을 준다고 판단해 암묵적으로 동의했지만, 본격적으로 시장을 확대하려는 시점에서 이제는 불법 관행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고소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자막제작자 측은 법적 책임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자막'이 사실상 미드 불법 다운로드를 조장하는 핵심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사안에 대해 법무법인 혜안 이병철 변호사는 "지난 10여년 동안 미국 드라마 제작자들이 자막을 용인해 왔던 점과 사익이 아닌 공유의 계념으로 자막을 제작해 유통한 점, 자막을 제공한 행위가 불법 동영상을 유통하게 했다거나 다운로드를 용이하게 했다고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저작권 침해는 경미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합리적 수준에서 일반 제작자에 대한 고소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오픈넷 남희섭 이사는 "한국에서 미국 드라마의 인기는 미드의 한글 자막 제작자들의 재능기부활동에 힘입어 성장했다는 점에서 미국 드라마 제작사들은 고소에 앞서 미드 팬들이 더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합법적인 유통채널을 만들어 주고, 이들과 함께 성장할 방법을 찾는 것이 먼저 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은미기자 indi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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