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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컴은 국내용일뿐, 우리 상대는 MS"...테크다임 허지웅 사장


 

"엄청나게 큰 시장 아닙니까?"

한숨 고를 사이도 없었다. '왜 오피스 시장에 뛰어들었는가', 자칫 상처입을까 조심스럽게 던진 질문이었건만, 마치 기다렸다는 듯 거침없이 대답한다.

어이가 없다. 오피스 시장이 어떤 곳인가. 세계 최강 마이크로소프트가 버티고 있는 곳. 그 어떤 후발주자의 추격도 아랑곳하지 않고 95%가 넘는 시장 점유율에 흠집하나 없다. 썬도 코렐도 힘겨워 하고 있다.

오피스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다는 것이 얼마나 허망해 보이는가. 국내 시장만 보더라도 한글과컴퓨터가 있지 않은가. 게다가 얼마전 '한컴오피스 3.0'을 발표하고 시장 회복을 단단히 벼르고 있다.

테크다임(www.techdigm.co.kr) 허지웅(33) 사장. 기껏 6개월전에 '테크다임 오피스'라는 걸 발표했을 뿐이다. 하지만 자신만만하다. 한컴은 상대가 아니라고 큰소리다. MS와 상대할 전략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름도 없는 이른바 '무명의 벤처'. 의욕이 넘쳐 객기를 부린다고 넘기려해도 어딘가 당돌한 구석이있다.

큰소리 칠 만한 일이 있기는 하다. '테크다임 오피스 2.0'을 올 6월에 출시하고 8월에 삼보컴퓨터에 번들 공급계약을 맺었다. 10월 이후 삼보컴퓨터 전 모델에 공급하고 있다. 올해안에 또 다른 번들공급 계약이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아직은 홍보에 별로 관심이 없다. 현재 2.0 버전으로도 국내에서 나온 그 어떤 오피스 보다 낫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상대는 MS다. 내년 3월, 늦어도 5월이면 3.0 버전이 나오면 그때는 번들이 아니라 단품 판매에도 나설 것이다. MS 오피스와 맞상대할 수 있는 제품이 될 것이다. 진짜 승부는 그때부터다."

허지웅 사장은 3.0 버전부터 오피스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를 보여줄 것이라며 두고 보란다. XML, DB, EJB가 지원되고 완벽한 콤포넌트화가 가능한 차세대 오피스가 될 것이라고 한다.

사실 테크다임에 호기심을 갖고 허 사장을 찾아간 이유는 듣도보도 못한 기업이 삼보컴퓨터에 오피스를 번들 공급했다는 소식보다는 다른데 있었다. 바로 테크다임 오피스 2.0이 XML을 지원하고 있다는 것 때문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피스의 차기 버전인 '오피스 11(코드명)'에서 XML을 공식 파일포맷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이는 오피스 시장에서 매우 큰 변화를 의미한다. 이제 오피스 소프트웨어가 단순히 PC에서 독립적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ERP나 CRM 등 기업용 애플리케이션의 클라이언트 소프트웨어로 기능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테크다임 오피스가 이미 XML을 지원하고 있다니, 궁금한 일이었다. 당돌한 벤처기업 테크다임 허지웅 사장의 얘기를 계속 들어보자.

- XML을 지원한다고 들었다. MS도 이를 준비중이다. 어떤 이유인가.

"MS가 XML을 지원한다고 해서 솔직히 충격을 받았다. MS로서는 굉장한 모험일텐데 말이다. 파일 포맷에 대한 기득권을 포기한다는 것 아닌가. 어찌보면 그 자신감이 대단하다. 하지만 XML 지원은 당연한 추세다. 이제 오피스는 더 이상 스탠드 얼론으로 머무를 수 없다. 기업의 백오피스와 연동되야 한다. 현재 테크다임 오피스에서는 워드프로세서인 '제이워드'만이 XML을 지원한다. 3.0부터는 오피스 소프트웨어 모두가 지원하게 된다."

- MS와 상대하기 전에 먼저 한컴의 벽을 넘어야 할 텐데.

"한컴은 국내용 업체일 뿐이다. 한국을 벗어나면 누가 한글을 알아주는가. 중국과 일본에 진출했다고 하지만 그나마 교포들이 좀 알아줄 뿐 아닌가. 한컴오피스 출시후 한컴을 보라. 여전히 애국심에 호소하는 전략에 매달리고 있다. 솔직히 한컴의 경쟁력은 그것 밖에 없는 것 아닌가."

= 하지만 애국 마케팅 역시 전략일 수 있다. 국내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지 않고서 글로벌을 얘기할 수 있겠는가.

"애국심에 호소하는 전략이 과연 얼마나 먹힐 수 있겠는가. 한컴오피스 2003의 핵심은 표계산 소프트웨어 '넥셀'이다. 그런데 한컴은 넥셀에 대해 '90% 이상의 엑셀 사용자들은 엑셀의 30%만을 사용한다. 쓰지도 않는 10%를 위해 비용을 지불하지 말고 한컴오피스를 쓰라'고 한다. 말도 안되는 소리다. MS 오피스의 성공은 '엑셀'에 있고 엑셀의 비밀은 '매크로'에 있다. 전문컨설턴트들의 문서는 대부분 매크로를 사용한다. 매크로 호환성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기술적인 부분을 충족하지 못한채 애국심에만 호소한다는 것이 얼마나 먹힐 수 있겠는가. 특히 기업시장에서는 턱도 없는 소리다. 한컴오피스에 우리도 관심을 많이 보였지만, 출시후 한컴은 이제 우리 상대가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우리는 '테크다임 베이직'이라는 컴파일러를 이미 개발했다. 이것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비주얼 베이직과 완전히 호환된다. 지금도 매크로 기능을 지원하지만 완벽한 지원은 내년 3.0부터다. 그때되면 완전히 MS 제품을 능가하는 제품이 될 것이라고 자부한다. 그때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

- MS에 버금간다면 모를까, 능가한다는 것은 무슨 얘기인가.

"MS는 윈도에서만 돌아간다. 우리는 자바기반이다. 윈도, 유닉스, 리눅스 어디서든 상관없다."

- 기술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누가 테크다임이란 무명의 회사를 알아주겠는가.

"우리는 97년 정부 기술혁신과제로 자바 기반 워드프로세서 '제이워드'를 개발하면서 시작했다. 제이워드는 현재 행망 SW로 선정돼 있다. 곧 테크다임 오피스도 행망 SW 선정 작업에 들어갈 것이다. 무명의 설움은 초기엔 누구나 있다. 이번에 삼보에 번들공급할때도 6개월에 걸쳐 혹독한 테스트를 거쳤다. 나중엔 MS도 통과하지 못할 과제를 던져주며 해결하라고 했을 정도다. 결국 해결해 냈고 번들계약을 맺었다. 번들공급은 앞으로 더 이루어진다. 조만간 또 한건의 계약이 기다리고 있다."

- 번들공급이라는 틈새시장만을 노려서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가.

"MS의 역사는 OEM의 역사다. 강력한 선발주자가 있는 시장에서 MS는 싼 번들전략으로 하나둘씩 꺾어왔다. 우리는 철저히 MS의 전략을 따를 것이다. 출발은 OEM 강화전략이다. 삼보에 들어간 것은 시작일 뿐이다. 미국 지사를 통해 세계 시장 공략에도 나설 것이다."

- 그 다음은 무엇인가. 글로벌 시장에서 MS 꺾을 전략이란 무엇인가.

"컴포넌트화 안된 유일한 영역이 오피스다. 우리의 로드맵은 우선 패키지 시장에서 MS와 한컴과는 품질과 가격을 앞세워 번들 공격에 나서고 이와함께 콤포넌트를 앞세워 다른 애플리케이션 업체와 함께 기업용 시장에 진출한다는 것이다. ERP 시스템을 구축한 한 대기업에서 보고서 작성을 위해 ERP에서 나온 자료를 일일이 다시 엑셀이나 워드에 옮기는 것을 봤다. 이 작업에만 하루 온종일 걸리더라. 오피스가 ERP와 바로 연동이 돼 있다면, 오피스가 DB에서 자료를 직접 읽어올 수 있다면 이러한 쓸데없는 작업이 필요없다. 이미 세계적인 DB업체, 개발툴 업체들과 구체적인 얘기가 오가고 있다. 일본의 유명 상사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은 이렇게 기업용 애플리케이션과 함께 간다는 것이다. 이건 마이크로소프트가 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들은 모든 것을 혼자서 다 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 글로벌 경쟁력 확보의 중요한 요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세계 오피스 시장을 MS가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 MS 오피스와 파일 호환성, 인터페이스 호환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가운데서도 인터페이스 호환이 중요하다. 새로 배워야 한다면 기업들은 총소유비용(TCO)의 부담 때문에 대체 소프트웨어를 거들떠도 안볼 것이다. 해외시장에서 왜 '한글'이 고전하고 있는가. 스타오피스도 이 때문에 힘겨워하고 있다. 결국 한글은 완전히 국내용일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국내 대기업이 왜 한글을 쓰지 못하는가. 하다못해 외국 기업과 메일을 교환해야 하는 한 한글로 대체할 수 없다. 파일 호환성을 유지하는 것은 사실 기술보다는 '노가다'다. MS는 파일 포맷을 공개해 놓고 있다. 500페이지 분량이다. 이걸 일일이 지원하기 위해서는 3~4개월의 시간이 걸린다. 복잡성도 복잡성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파일 포맷의 정교함과 일관성이다.

84년에 만든 엑셀이 지금의 엑셀 파일도 기본적인 것은 읽을 수 있다. 한컴의 제품이 버전이 다르면 파일을 읽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과 비교가 된다. 우리는 MS 제품과 인터페이스 호환, 파일의 호환은 물론 파일 포맷의 일관성을 따르고 있다.

- 3.0에서는 무엇이 그렇게 달라지나.

"완전히 웹 기반이며 XML. DB, 코바, EJB 객체를 모두 불러올수 있다. 기업용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이해도에서도 우리는 앞서 있다."

테크다임은 96년 SI 업체인 태양정보컨설팅으로 시작했다. 97년 중소기업청 기술혁신과제로 인트라넷 그룹웨어 '제이웨어'를 개발했고, 98년 11월 자바 워드프로세서 '제이워드(Jword) 1.0'을 발표했다. 2000년 12월 테크다임으로 사명을 바꾸고 본격적인 오피스 개발업체로 나섰으며 2002년 6월 워드프로세서 '제이워드', 표계산프로그램 '제이칼크', 프레젠테이션 소프트웨어 '제이쇼'로 구성된 '테크다임 오피스 2.0'을 발표했다.

지난 7월 쌍용정보통신이 수행한 캄보디아 전자정부 프로젝트(enRise OFFICE)에 '테크다임 웹 컨트롤'을 공급하기도 했다. 8월부터 삼보컴퓨터에 '테크다임 오피스 2.0'을 번들공급하기 시작했다.

김상범기자 ssanb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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