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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난 창조경제, 믿을 건 부처간 '소통'


부처 이기주의·할거주의 장벽 극복할까…소통안되면 '꽝'

[강은성, 강현주, 김관용기자] 지난 17일 정부조직법에 대한 여야 합의에 따라 박근혜 정부의 국정철학인 '창조경제'를 이끌 미래창조과학부 신설도 확정됐다.

하지만 당초 기대와 달리 주요 ICT 소관업무가 각 부처로 뿔뿔히 흩어진 결과를 낳아 '창조경제' 실현이 쉽지 않겠다는 지적이 벌써 터져나오고 있다.

이처럼 ICT 행정업무가 분산된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기대하는 창조경제가 그나마 작동하려면 무엇보다 관련 부처간 소통이 절대적이다. 그러나 부처 이기주의, 할거주의 풍토가 남아 있는 가운데 과연 부처간 '소통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될 것인지 고개를 갸웃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ICT업계에서는 창조경제의 핵심으로 '모바일'과 '융합' 등을 꼽고 있다. 하지만 이의 근간인 주파수 정책과 소프트웨어 정책을 비롯해 개인정보보호 기능, 방송정책 등 여기저기로 관할 부처가 쪼개졌다.

국회와 업계 관계자들은 "신설되는 미래부의 성공을 위해서는 부처간 이해관계를 떠나 공익을 위한 정책협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것을 부처 관계자들도 잘 알지만, 결국은 조직논리가 앞서면서 기관간 정책을 둘러싼 다툼이 적지 않게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과거 방송통신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콘텐츠' 업무 하나를 놓고 2년을 싸웠지만 명쾌하게 해결되질 않았다"면서 "대통령이 강조한 '부처간 칸막이'를 제대로 제거하지 않는다면 창조경제 실현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오는 6월 국회가 마련하기로 한 'ICT진흥특별법'이 부처간 칸막이를 없애고 분산된 ICT 정책을 조율할 '특별한 법'으로 자리할지 주목된다.

◆쉽지 않은 소통, 법제정으로 돌파?

정부부처 관계자들이나 전문가들은 어느 때보다 '부처간 칸막이'를 없애고 행정기관간의 유기적인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번 인수위원회에 참여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 창조경제 구현을 위해 강조했던 것이 '정부3.0'"이라면서 "공공DB를 개방하고 전 부처 시스템을 플랫폼화 해 정보를 공유하면 부처간 칸막이를 없앨 수 있고, 이를 통해 다소 분산된 ICT 정책도 무리없이 유연하게 협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방통위나 지식경제부 등의 행정기관에서 미래부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예상되는 업무를 맡고 있는 담당자들은 극도로 말을 아꼈다. '부처간 소통'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현실행정'의 영역으로 들어가면 부처의 득실을 셈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는 6월 국회가 마련하기로 한 'ICT진흥특별법'에 기대를 거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

국회 새누리당 관계자는 "야당측 제안으로 오는 6월까지 특별법을 마련하기로 했다"면서 "당장 4월 임시회부터 특별법의 구체적인 내용 마련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어쨋든 이 법이 다른 법보다 우선하도록 하는 등 권한을 부여하고, ICT 진흥을 위해 서로 다른 부처도 협력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현 정책 분산의 '대안'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여야가 협력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민주통합당 관계자도 "방송공정성 확보를 위한 특별위원회가 별도로 설치되는 만큼 방송 관련 이슈는 그쪽에서 전담하고, ICT 진흥을 위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하는 시점"이라면서 "ICT 진흥 및 육성에 누구보다 앞장섰던 것이 민주당인 만큼 현장의 요구와 필요를 충분히 반영한 법률로 제정할 것"이라고 각오를 나타냈다.

◆갈라진 주파수, 미래부vs방통위 분쟁 불씨?

부처간 소통과 협력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은 제각각 나뉜 소관업무를 살펴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우선 문제가 되는 것은 주파수 정책이다. 지난 15일 박근혜 대통령은 여당 지도부와 회동에서 "주파수 정책이라든가 유료방송, 개인정보보호정책 등을 미래부에서 관리하지 않으면 핵심적인 사업을 하기가 참 힘들다"고 언급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세세한 정책 관할 부처 소관까지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그러나 여야가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주파수 정책은 결국 방통위와 미래부, 국무총리실 세 곳으로 흩어졌다. 현행 통신용 주파수 관리는 미래부로, 방송용 주파수 관리는 방통위 소관으로 한다. 신규 및 회수 주파수의 분배·재배치 관련해서는 국무총리 산하 주파수심의위원회를 설치, 별도 관리한다.

한국방송공학회장 정대권 교수(한국 항공대)는 "방송의 공정성과 주파수는 아무 상관이 없는데 방송용과 통신용으로 주파수 정책을 갈라놓았다"면서 "다른나라는 국가 경쟁력 확보차원에서 주파수 정책에 전력을 집중하고 있다는 것과 대비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환경은 향후 미래부와 방통위의 '부처간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를테면 지금도 ▲현재 방송사에서 사용하고 있는 주파수 중 '유휴대역(화이트 스페이스)'을 '슈퍼 와이파이' 등 통신용도로 활용하자는 주장 ▲디지털 전환 이후 나오는 700㎒ 대역의 용도 등에 대해 방송계와 통신계가 대립하고 있다.

국가 경쟁력 확보 및 중장기 모바일 산업 발전계획에 따라 전략적으로 판단해야할 사안이지만, 부처 이해관계에 따라 대립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김남 충북대 정보통신공학과 교수는 "국무총리 산하로 주파수위원회를 둔다고 하는데,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라면서도 "각개 부처에서 주파수 정책을 하더라도 이를 원만히 조정하고 협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운영의 묘'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조각난 정보화정책, MB정권과 달라진게 뭐?

정보보호, 소프트웨어, 전자정부, 정보화 정책 등 ICT 업무들도 지난 MB 정권의 ICT 부처와 별반 달라진 게 없는 모양새다. 이번에는 정보보호 정책의 경우 방통위와 미래부, 안전행정부에서 제각각 관할한다.

지난 정부에서는 정보보호 정책 기능을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행안부, 방통위, 금융위원회,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한국정보화진흥원(NIA) 등으로 분산시켰다. 그러다 보니 7.7 디도스(분산서비스거부공격) 대란과 같은 대규모 사이버 공격이 일어났을 때 정부차원의 즉각적이고 능동적인 대처가 쉽지 않았다.

보안업계 한 컨설턴트는 "포털사나 통신기업 등이 개인정보를 무분별하게 수집하며 정보를 독점하는 이른바 '빅브라더' 시대가 됐지만 이를 관리·감독해야 하는 공공기관의 기능은 여러 부처로 쪼개져 있어 거대한 산업계의 힘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산업으로 떠오른 소프트웨어(SW) 정책 기능도 미래부가 전부 흡수하지 못하면서 강력한 정책 추진이 불투명하다는 우려를 나타내는 이들도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임베디드SW 분야가 존치됐기 때문이다.

김진형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정부가 여전히 하드웨어(HW) 중심의 시각을 고수하고 있다"면서 "임베디드 SW가 HW의 고유 기능을 보조하던 수준에서 벗어나 제품의 지능화와 융합화를 선도하는 위치로 성장했음에도 여전히 완성품 위주의 시각이 여전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보화 정책 기능 또한 안행부와 미래부가 함께 담당하는 형태가 되면서 최근 각광받고 있는 빅데이터 및 클라우드 관련 정책 추진도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국가데이터베이스 구축과 정부통합전산센터를 보유한 안행부와 SW 및 정보화 일부 기능을 가져가는 미래부, 임베디드SW를 보유하고 있는 산업자원통상부, 개인정보보호 윤리 업무를 수행하는 방통위가 모두 빅데이터 및 클라우드 관련 부처들이다.

국내 IT서비스 업체 한 관계자는 "MB정권에서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등의 새로운 IT정책이 여러부처로 쪼개져 있었지만 모두 중첩돼 있는 분야라 예산 편성 때마다 부처 간 주도권 싸움이 일어나기도 했다"며 "특히 정책 협의를 거쳐야 했기 때문에 시장에 바로 정책을 반영시킬 수 있는 '고투마켓(Go-to-Market)'이 불가능했다"고 지적했다.

◆방송업계도 '두 시어머니' 우려

여야가 막판까지 대립각을 세웠던 방송분야 역시 '미래부 이관'으로 합의를 봤지만, 분쟁의 '뇌관'은 여전히 존재한다. 여론에 지대한 영향력이 있는 지상파의 경우 공공성을 위해 독임제보다는 견제장치가 있는 합의제가 적합하다는 데에는 여야 모두 공감대가 있다.

하지만 지상파도 '올드미디어'에서 벗어난 방송과 통신이 융합된 양방향의 '스마트미디어'로 거듭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즉 기존 지상파 플랫폼과 지상파의 N스크린등 스마트미디어 사업을 관할하는 부처가 이원화된 셈이다.

지상파 관계자는 "사업적인 측면에서 보면 지상파는 타업계 대비 진입장벽이 높은 안정된 사업자이기 때문에 기존 체제를 유지하길 원하는 면이 분명 있어 방통위 존치가 달가운 편"이라며 "하지만 N스크린 '푹' 등 스마트미디어 사업을 생각하면 두 부처와 소통해야 하므로 추진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방통위가 유료방송 인·허가 사전동의권을 가져가는 것에 대해서도 '이원화' 우려가 제기된다.

유료방송 관계자는 "모든 유료방송이 미래부에 통합된 것은 수평규제 마련 등의 면에선 환영할일"이라며 "하지만 결국 유료방송은 인·허가 관련해 미래부와 방통위 두 부처의 눈치를 모두 보게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미디어 업계 관계자는 "주요 정책들마다 두세 개의 유관부처가 다툼을 벌일 수 있는 '지뢰밭'이 존재하는 것"이라며 "박대통령이 말하는 창조경제의 성패는 부처간 '소통'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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