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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콘텐츠가 아니라 큐레이션이 왕이다


[신간 소개]큐레이션의 시대

논문을 쓰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했던 에코는, 엄청나게 많은 검색 결과를 맞닥뜨리게 된 것. 결국 두 손 두 발 다 들고 도서관으로 향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지나치게 많은 콘텐츠는 아무 것도 없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움베르토 에코의 이런 지적은 요즘에 더 잘 들어맞는 지도 모른다. 워낙 많은 콘텐츠들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주목받는 것이 바로 '큐레이션'이다. 큐레이션이란 정보 홍수 속에서 유용한 정보를 골라내 수집하고 편집하고,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기술을 말한다.

사사키 도시나오의 '큐레이션의 시대' 역시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하는 책이다. 매일 쏟아지는 정보 더미 속에서 꼭 필요한 정보를 얻는 방법에 대해 탐구하는 책이다.

저자인 도시나오는 이제 콘텐츠를 소유하던 시대는 끝이 났다고 과감하게 선언하고 있다. 물론 이런 선언이 단순히 선험적인 주장은 아니다. 최근의 시대 변화를 정교하게 관찰하고 분석한 끝에 내린 결론이다.

"매스미디어가 연출했던 기호 소비가 사라지는 세계에서는 이제 두 가지 방향으로 소비의 형가 분화되고 있다. 소비가 원래부터 생식하고 있던 장소, 즉 심플한 기능소비로 돌아가는 것이 첫번째 방향성이라면, 새로운 '연결소비'의 세계로 가는 것이 또 다른 방향성이라고 할 수 있다." (113쪽)

이런 관점에 따라 그는 앞으로는 정보를 공유하고, 연결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큐레이션은 연결된 정보들의 홍수 속에서 맥락과 관점을 만드는 행위다. 물론 이런 변화가 가능한 것은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 혁명과 무관하지 않다. 덕분에 주류 언론의 정보의 가치를 일방적으로 설정하고 정보를 독점하던 시대가 끝나고 개인이 정보를 발신하는 정보 민주화 시대가 도래한 때문이다.

저자는 처음에는 각각의 서비스로 존재했던 '연결'과 정보가 소셜 미디어의 도래와 함께 통합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람과 사람 간의 접속과 인정이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큐레이션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큐레이션의 시대'는 풍부한 사례와 독특한 관점을 담고 있어 술술 읽어나갈 수 있는 책이다. 전작인 '전자책의 충격'을 통해 최신 IT 기술의 변화에 대한 식견을 유감 없이 보여줬던 사사키 도시나오는 이 책에서도 소셜 미디어가 몰고 올 새로운 콘텐츠 소비 현상에 대해 깊이 있게 진단해 주고 있다.

우리와 조금 거리가 있을 수 있는 일본 사례들이 다소 먼 느낌을 주긴 하지만, 큐레이션 시대의 의미를 이해하려는 독자들에겐 충실한 길라잡이 역할을 해 낼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사사키 도시나오 지음/ 한석주 옮김, 민음사 1만6천원)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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