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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의 행복]미소 띤 얼굴로 정의 실천에 나서는 청춘


다자이 오사무 <정의와 미소>

[정종오기자] '미소 띤 얼굴로 정의를 이루자'로 시작해 '미소 띤 얼굴로 정의를 이루자'로 끝나는 다자이 오사무의 <정의와 미소>.

이 책을 관통하는 소설 속 문장은 한 문단으로 정리된다.

"너희는 단식할 때에 위선자들처럼 침통한 표정을 짓지 마라. 그들은 단식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려고 얼굴을 찌푸린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받을 상을 이미 받았다. 너는 단식할 때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 얼굴을 씻어라. 그리하여 네가 단식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지 말고,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보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현실과 이상의 질풍노도 시기, 열여섯

다자이 오사무는 일본 작가 중 지금까지 인기를 끌고 있는 작가 중 한 명이다. 1909년에 태어나 1948년 생을 마감했다. 서른여덟의 나이에 스스로 삶의 끈을 놓아 버렸다. 다자이 오사무의 <정의와 미소>는 청춘에 주목한다.

다자이 오사무는 '열여섯을 소설 속 주인공 스스무의 말을 빌려 이렇게 묘사한다.

"열여섯 살이 되면서 산도 바다도 꽃과 거리의 사람들, 파란 하늘까지 전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악의 존재도 조금 알게 되었다. 이 세상에는 곤란한 문제가 엄청나게 많이 있다는 것도 어렴풋이나마 실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요즘 매일 기분이 별로다. 걸핏하면 화를 내고 있다."

열여섯 이전까지는 시키는 대로, 세상의 흐름대로 자신을 맡기면 되었지만 열여섯이 되면서 자기만의 가치관과 세상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그 세상은 전혀 만족스럽지 않으며 계속 짜증나게 하고, 밋밋하게 하고, 기분이 별로이게 하고, 걸핏하면 화를 내게 하는 곳이다.

스스무는 열여섯이 되면서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학교 생활이며, 친구 관계이며, 자신이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미래 계획이며, 일어나는 모든 일과 그때그때의 생각을 편년체(날짜별로 서술하는 형식)로 적어 나간다.

대부분의 일기 내용이 현실의 불합리, 현실의 짜증남, 현실의 소시민성 등에 대한 비판과 자기 고민을 담고 있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열여섯 스스무의 감정이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모든 생(生)의 통과의례, 넘어야 산다

인생은 통과의례의 연속이다. 어느 시기가 되면 자신이 좋든 싫든 사회 속에서 하나의 의식을 통해 또 다른 단계로 넘어왔음을 인정받는다. 돌 잔치를 하고, 성년식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환갑과 칠순을 치르고…이 모든 것이 통과의례의 단계들이다.

다자이 오사무는 생의 통과의례 중 청춘이 가지는 묘한 긴장감과 부조리에 관심을 가진 작가 중 한 명이다. 다자이 오사무가 살았던 시대는 20세기 초로 이념과 사상이 대격변의 시기에 놓여 있던 시대였다. 전 세계적으로 전쟁이 벌어졌으며 강대국의 약소국에 대한 끊임없는 핍박이 거침없이 노출된 시기였다.

소설 속 주인공 스스무는 중학교 4학년 때 대학지원을 했지만 자신이 원하던 동경대는 떨어지고 R대에 합격한다. 스스무 인생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그의 형은 스스무에게 "대학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앞으로 네가 무엇을 하면서 살 것인지를 고민하라."고 주문한다.

스스무는 미련없이 좋은 대학에 대한 욕망을 포기하고 '영화배우'로 살아가기 위한 노력에 매진한다. 저명한 극작가의 소개장을 받기 위한 노력과 그 과정에서의 우울함, 인기있는 극단에 들어가기 위한 노력과 그 과정에서의 음울함. 자신의 이상 세계(영화배우 되기)를 위해 현실(저명한 극작가의 소개장)과 직면할 수밖에 없는 괴리를 경험한다.

우울하고 음울한 현실과 직면한 청춘은 아플 수밖에 없다. 가슴 속에는 답답함, 머리에는 끝없는 이상향이 충돌하면서 아픈 시대를 살아내고 있다.

모든 생은 그렇게 세월의 흐름에 따라 통과의례를 거친다. 그것을 넘어설 때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최종적으로 평이한 죽음에 이른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청춘의 시대를 평탄하게 넘어서지 못하고 괴로워 한다. 그냥 세월이 흘러가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를 고민하기 때문이다.

모든 생의 통과의례, 과연 우리는 어떤 청춘을 살아왔으며 '어떻게' 넘어왔는지...<정의와 미소> 속 스스무는 우리에게 묻고 있다.

장르: 소설

저자: 다자이 오사무

출판사: 소울메이트

가격: 7천200원

◆이주의 추천 전자책

<게 공선>

장르: 소설

저자: 고바야시 다키지

출판사: 문파랑

가격: 5천280원

<게 공선>은 일본 계급주의 소설의 대표적 명작으로 꼽힌다. 이 소설은 캄차카 바다로 나가서 게를 잡아 통조림으로 가공하는 배 안의 어업노동자를 다룬다. 게 공선은 '선박'이 아닌 '공장선'이기 때문에 항해법이 적용되지 않고, 또 순수한 '공장'이긴 하지만 공장법에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이러한 법의 사각지대에서 혹사당하고 학대받는 어업노동자들이 그 가혹한 노동조건에 분노를 느끼며 맞서 싸우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죽을 만큼 아프진 않아-제16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장르: 소설

저자: 황현진

출판사: 문학동네

가격: 9천원

뛰어난 구성력과 완결성이 돋보이는 이 소설은, 불량한 듯하면서도 어리숙한 용화공고 삼학년생 '태만생'을 앞세워 성년과 미성년의 경계를 통과하는 한 소년의 성장을 과장된 상처 없이, 자기연민 없이, 신선한 리듬이 살아 있는 위트 있는 문장으로 이야기한다. 이 책을 펼치게 될 누구라도, 한두 문장으로 인물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탁월한 재치와 삶의 이면을 헤집어 그 진면목을 포착해내는 작가의 성숙한 시선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모멘트>

장르: 소설

저자: 더글라스 케네디

출판사: 밝은세상

가격: 8천500원

'사랑하기'와 '살아가기'에 대한 이야기이다. 베를린, 페레스트로이카 시절. 미국 출신 여행 작가 토마스는 동베를린 출신 여성 페트라를 만나 깊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토마스는 페트라가 동독비밀경찰의 끄나풀이며 정보를 빼내기 위해 자신을 속였다는 사실을 알고 크게 분노한다. 결국 두 사람의 사랑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박원순의 아름다운 가치사전>

장르: 시/에세이/기행

저자: 박원순

출판사: 위즈덤하우스

가격: 8천200원

범야권, 시민단체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한 면을 읽어볼 수 있는 책이다. 정의로움, 용기, 창의, 열정, 나눔과 같은 평범하지만 소중한 가치의 중요성을 이 시대의 젊은이들과 공유하고자 집필한 책이다.

<영혼 없는 작가>

장르: 시/에세이/기행

저자: 다와다 요코

출판사: 을유문화사

가격: 5천원

다와다 작품의 특징이자 강점은 이야기의 구성이나 줄거리, 사건에 의존하기보다는 '자아'와 '매체로서의 언어와 몸'과 '세계'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에 있으며, 이는 특히 중단편 소설과 에세이에서 두드러진다. <목욕탕>과 <영혼 없는 작가> 역시 이런 특징을 여실히 보여 준다.

<마당 이야기>

장르: 시/에세이/기행

저자: 정효구, 주명덕

출판사: 작가정신

가격: 5천원

현대인의 생활 편리에 밀려 어느 순간 급속히 자취를 감추어버린 주거 공간으로서의 마당을 화두로 꺼내 든 저자는 마당을 감상적인 옛 추억의 공간이 아닌 우리 마음에서 다시 만들어 가꾸고 지켜가야 할 오롯한 심상의 공간으로 다시 바라보자고 말하고 있다.

<걱정에만 올인하는 여자들의 잘못된 믿음>

장르: 인문

저자: 홀리 해즐렛 스티븐스

출판사: 팬덤북스

가격: 3천원

이 책에 따르면 남녀의 몇 가지 차이가 여성들로 하여금 걱정을 더 많이 하게 만드는데 그것은, 첫째 남자 아이와 여자 아이의 양육 방식이 다르다는 점, 둘째 여성이 남성보다 부정적인 감정을 더 강렬히 느낀다는 점, 셋째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에서 남녀가 생물학적인 차이를 보인다는 점 때문이다.

<새로운 바보를 기다리며 - 2012년, 그날이 오기 전에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대한민국 이야기>

장르: 사회/정치/법률

저자: 손석춘

출판사: 북이십일

가격: 1만2천원

현 정부 시작부터 불안을 느낀 사람들은 D-Day를 세어 가며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날을 기다렸고, 현 정권에 투표한 이들은 선거 1년 만에 자신의 선택을 후회했으며, ‘법치’에 얻어터진 사람들은 악법과 무뢰에 촛불로 항거했다. 무진 다양한 이유로 대한민국은 지난 4년간 정치의 중요함과 파괴력을 ‘뼈저리게’ 학습했다.

<돌아오니, 참 좋다 - 나무처럼 사는 농부가 들려주는 별 볼 일 있는 이야기>

장르: 시/에세이/기행

저자: 이우성

출판사: 돋을새김

가격: 4천750원

8년 동안 시골에서 농사일을 하며 틈틈이 써두었던 글과 2008년 초부터 경향신문에 연재해온 글을 모은 에세이집이다. 경험이 없어 몇 번씩 농사를 망치면서도 끈질기게 고추농사를 고집하는 남편 때문에 티격태격 싸우기도 하지만 아내는 염색 공부와 보자기 만드는 즐거움에 푹 빠져 있다. 도시에서만 문화적인 삶이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건네는 유기농 채소 같은 신선한 생각들이 가득하다.

이주의 추천 전자책은 반디앤루니스(www.bandinlunis.co.kr)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정종오 엠톡 편집장 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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