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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 맞은 PC시장, 부진 이유는?


'태블릿 돌풍'은 제한적…'윈도 출시 주기'가 핵심 요인

[김익현기자] 회복되는 듯 했던 PC시장이 '폭탄'을 맞았다. 특히 PC시장 선두 주자인 휴렛패커드(HP)의 상태가 심각하다.

주요 PC업체들의 실적 발표가 끝난 가운데 HP의 분기 매출이 5% 가량 준 것으로 나타났다. 판매량을 살펴보면 더 심각한 수준이다. 전 분기보다 무려 23%나 감소했다.

반면 2위 업체인 델은 비교적 선방했다. 1분기에 9억4천500만달러 가량의 순익을 기록한 것. 이 같은 순익 규모는 전 분기의 2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당연히 '왜?'란 질문이 뒤따르면서 '태블릿PC 돌풍'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PC시장에서 기업용은 비교적 잘 팔리는 데 개인용만 부진한 점 역시 이런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일반 소비자들이 태블릿에 눈을 돌리면서 PC 수요가 크게 줄었단 것이다. 실제로 나름 선방한 델 역시 개인용 PC 매출은 전 분기에 비해 7.5% 가량 감소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태블릿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제프리스 자료에 따르면, 올해만 7천만 대 가량의 태블릿이 팔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 태블릿 판매량은 3년 내에 2억4천600만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다 보니 PC 관련 업체들도 태블릿에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PC 시장 위축=태블릿 돌풍 때문'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적어도 표면적으로 드러난 사실만 보면 그렇다.

◆"태블릿 보유자들이 PC 구매 욕구도 더 높아"

하지만 이 같은 시선에 대해 '아니다, 그렇지 않다'고 외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시장을 그렇게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대표적인 것이 포레스터 리서치의 애널리스트인 사라 로트맨(Sarah Rotman)이다.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태블릿 잠식은 PC 시장 부진의 사소한 요인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 근거로 태블릿 소유자들의 PC 구매 의향이 태블릿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높다는 점을 들었다.

포레스터 자료에 따르면 미국 온라인 소비자들 중 34%가 최근 12개월 내에 PC를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12~24개월 전에 구입한 비중은 25%였다. 하지만 태블릿 보유자들의 PC 구매비율은 각각 44%(12개월 내)와 28%(12~24개월 내)로 더 높게 나타났다.

로트맷의 주장에 따르면 최근 12개월 내에 PC를 구매하지 않은 사람들은 태블릿을 사기 위해 돈을 쓰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C 시장, 특히 개인용 PC 시장이 침체에 빠진 이유는 뭘까? 로트맨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 출시 주기에서 그 이유를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잘 아는 것처럼 윈도7이 출시된 것은 지난 2009년 10월이었다. 상당수 소비자들은 그 무렵에 대거 PC를 교체했다. 당연히 지난 해 1분기엔 PC 출하량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가트너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1분기 세계 PC 출하량은 8천434만4천 대로 전년 같은 기간 6천622만 대보다 27.4%가 증가했다.

따라서 결국 올해 1분기는 PC 수요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가트너의 설명이다. 그 때 PC를 구입한 사람들이 아직 교체 필요를 느낄 때가 되진 않았기 때문이다.

◆태블릿 보급률, 생각보다 낮아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PC 시장 부진이란 요인에서 태블릿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 찜찜한 느낌이 들 수도 있다. 태블릿이 처음 시장에 나온 것은 지난 해 4월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논리적으로는 태블릿이 나온 이후부터 PC시장이 위축됐다는 해석도 가능해 보인다.

이 부분 역시 시장 조사기관들의 수치를 한번 들여다 보자.

미국의 태블릿 보급률을 따져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니란 걸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먼저 닐슨 자료를 한번 살펴보자. 닐슨이 미국 내 소비자 1만2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태블릿 보급률은 5%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엄청나게 열광한 것에 비하면 생각만큼 보급률이 높지 않다는 얘기다.

미국만 그런 것도 아니다. 영국의 시장 조사기관인 TMT 리서치에 따르면 영국의 태블릿 보급률은 1.7% 수준에 불과했다. 태블릿을 산 사람이 60명 당 한 명 꼴에 불과하단 얘기다.

세계 시장으로 눈을 돌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모건 스탠리 자료에 따르면 올해 태블릿 보급률은 5.1% 수준에 머물 전망이다. 가파르게 보급률이 상승해서 오는 2014년 무렵엔 2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긴 하지만 현재 보급률은 그다지 높은 편은 아니다.

태블릿 이용자들이 얼리어답터인 데다 온라인 공간에서 빅마우스인 경우가 많아서 실체보다 훨씬 더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포스트PC 대비 신호탄으로 해석해야"

그럼 1분기 PC 시장은 '윈도 출시 주기' 때문에 벌어진 일시적인 부진이라고 치부하고 넘어갈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해 영국의 가디언은 '포스트PC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PC업체들의 제품 전략이 전통적인 PC에서 '포스트 PC'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변화의 밑바탕에는 '소셜 네트워킹 바람'이 자리잡고 있다고 가디언은 분석했다. 최근 들어 '업무 장소'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언제 어디서나' 작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선호하기 시작했다는 점 역시 포스트 PC 바람을 부채질했다.

다시 포레스터 리서치의 로트맨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보자. 로트맨은 이런 상황에서 HP에겐 터치패드가 굉장히 상징적인 제품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주들이나 애널리스트들은 HP가 포스트PC 시대에도 강자로 군림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길 기대하고 있다는 것. 팜 인수가 제대로 된 선택이란 점을 증명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한 의구심을 씻어줄 수 있는 최적의 제품이 바로 터치패드란 것이다.

로트맨은 HP 입장에선 터치패드에 승부를 걸어볼만하다고 주장했다. 성공했을 경우엔 애플과 1대 1로 경쟁할 수 있게 되는 반면, 실패하더라도 세계 최대 PC업체란 위상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소비자들 역시 HP의 '포스트 PC'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는 것이다.

어쨌든 1분기 PC 시장에서 HP가 부진을 면치 못한 것은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때문이라고 로트맨은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상황 변화는 HP에게 제대로 된 '포스트 PC전략'을 재촉하는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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