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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 컸던 망중립성포럼 첫 토론회


네이버 참석 안 해…발제자 대표성 논란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방송통신융합시대의 핵심 화두로 떠오른 '망중립성' 논쟁이 생산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워 보인다.

연방통신위원회(FCC)와 민주당·공화당이 망중립성 문제를 놓고 수년 째 열띤 공방을 벌이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망중립성포럼 발족기념 첫번째 세미나에서 조차 전문가들이 몸을 사리거나 과거에 진행된 논의를 반복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발생중인 ▲P2P 그리드와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업체간 갈등이나 ▲TV를 통해 인터넷을 사용하는 커넥티드TV를 둘러싼 제조업체와 통신사간 갈등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 제공을 둘러싼 인터넷 업체와 이동통신사간 갈등이 우리나라의 ICT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해결되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인터넷기반망(All-IP) 시대에 적합한 상호접속정책을 제대로 만들 수 있을 지도 의문시된다.

12일 망중립성포럼(의장 이천표 서울대 명예교수)이 주최하고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주관한 '망 중립성 쟁점과 과제' 세미나에서는 발제자의 대표성을 두고 논란이 발생했고, 패널들의 토론도 과거 논의를 반복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은행회관 국제회의장을 꽉 채운 플로어의 관심과 달리, 세미나 준비가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 것이다.

◆네이버 몸사려…콘텐츠 사업자 논리 부족

김희수 KISDI 박사가 ▲망중립성 도입시 차세대 망투자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국내 모바일 인터넷산업이 뒤떨어진 것은 무선망이 중립화되지 않아서인가 등 주요 검토사항을 발표한 뒤, 네트워크 사업자와 콘텐츠 사업자가 각각 자신의 입장에서 해법을 제시하는 발표가 이어졌다.

네트워크 사업자를 대표해서 참가한 KT 공성환 상무는 2005년 인터넷전화의 인터넷망 이용대가를 시작으로 2007년 다음 자회사의 IPTV 사업 진출, 2010년 삼성전자의 커넥티브TV 출시까지로 이어지는 국내에서의 망중립성 논쟁의 역사를 살핀 뒤 망 사업자로서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공 상무는 "망중립성 논의는 자칫 인터넷망을 공짜로 무제한 이용할 수 있도록 ISP를 규제해야 한다는 무임승차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면서 한국적 망중립성의 원칙은 ▲공평한 망 관리비용 분담을 전제로 한 자유로운 망 접근성 및 이용권 보장과 ▲통신사의 합리적인 트래픽 차별, 망관리 권한 보장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KT에 이어 콘텐츠 사업자 대표로 참석한 이베이옥션스카이프 배동철 상무는 망중립성을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히는 데 머물렀다는 평가다.

배 상무는 "유비쿼터스 시대 도래를 앞두고 유선 뿐 아니라 이동통신영역까지 망중립성이 확대되는 게 세계적인 추세"라면서 미국의 이동통신회사인 버라이즌이 지난 3월 서킷망을 통해 스카이프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 망중립성과 관련 내용이 이해 관계자들 상생 내용을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네트워크사업자를 대표한 발제자가 '한국적' 망중립성의 원칙을 조리있게 주장한 것과 달리, 해외에서 논의돼 온 망중립성 지지자들의 논리를 재확인하는 데 그친 것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망중립성포럼 세미나에 국내 대표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 대신 이베이옥션스카이프가 참석해 발언한 이유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었다.

이에 방통위 관계자는 "네이버에 발제를 요청했지만 거부했다"고 말했고, 김희수 박사는 "네이버나 다음은 현재 핫이슈가 없어서 mVoIP 쪽이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네이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망중립성에 대한 네이버의 생각을 모르겠다, 왜 네이버가 빠졌는 지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KT, SK텔레콤 등 통신사 관계자들은 대거 참석한 반면, 네이버나 다음쪽 사람들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결국 사회를 맡은 이천표 망중립성포럼 의장은 "현재 상황이 별로 대립적이지 않고, 시장의 해결 징조에 대해 자축을 하고 즐거워 하면서 오늘 포럼을 마친다"고 마무리 발언을 하게 됐다.

◆일부 의미있는 움직임도…서비스별 논의 등 세분화 필요

그러나 토론자들 중에서는 일부 의미있는 발언도 눈에 띄었다.

담론보다는 서비스별 갈등에 대해 정리해 나가자든가, 설비투자 중심의 통신규제의 틀을 바꾸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든가, 트래픽 과다의 문제와 소비자 후생의 문제를 분리하자든가 하는 구체적인 제안들이 나온 것이다.

숭실대 김영한 교수는 "인터넷 시대의 'TCP'라는 프로토콜은 혼잡시 스스로 속도를 줄이지만, 비디오나 오디오에 쓰이는 'UDP'는 그런 기능이 안 들어가 있다"면서 "망중립성 문제는 서비스별로 공정성 문제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인터넷전화(VoIP) 초기에 KT와 인터넷전화 사업자들이 갈등을 벌이면서 시간을 질질 끌어서 방향 정립을 못하다 보니 서비스가 늦어져 결국 손해가 됐다"면서 "서비스별로 문제를 빨리 도출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신속히 결정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강대 홍대식 교수는 "망중립성 문제는 이해관계자간 갈등이 아니라, 유효경쟁의 촉진이라는 관점과 소비자 선택권 보장의 문제로 봐야 한다"면서 "망중립성이 통신 규제틀을 바꿔야 하는 압력을 제공하는 게 아닌가, 현재의 네트워크 접속규제의 틀을 재배치하고, 여러 가지 프레임워크를 바꿔야 하는 데 중요한 촉매제로 자리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망중립성 문제에 대해 공정위는 사전규제는 필요없고 사후규제는 공정거래법으로 가능하다는 입장이나, 이렇게 되면 이중규제의 위험성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려대 이황교수는 "한정된 네트워크 자원이라는 트래픽 문제와 소비자 선택권 보장(후생문제)을 구분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경제법 시각에서 보면 무임승차를 허용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그러나 별개로 경쟁과 소비자 후생의 문제, 이를테면 콘텐츠 산업 육성 관점에서는 정부가 강력히 개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패널로 예정됐던 서울산업대 최성진 교수는 참석하지 않았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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