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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 벤처 키워 '청년 백수' 살려라"


[벤처 중기가 되살아야 나라가 산다 ①]

'질 좋은 일자리' 만들기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정부의 공언은 허공만 맴돌고 있다. 실업률은 치솟고, '청년백수'는 갈 데가 없다. 대기업의 문턱은 좁기만 하고, 중소기업은 지원자가 없어 애가 탄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오는 2015년까지 3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전경련의 일자리 만들기는 왠지 미덥지가 못하다.

전문가들은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대기업에 납품하는 하청기업과 독자적인 '명품 중기 벤처'를 육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정부가 고용 비중이 낮은 대기업에 치중하기보다는 고용 효과가 큰 중소기업 쪽으로 정책의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황철주 벤처기업협회장은 "국내 대기업 가운데 세상의 패러다임을 바꾼 창의적 명품이 한 개라도 있는가"라며 "글로벌 시장에서 제품을 인정받는 명품벤처 기업을 키우는 정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올라만 가는 '실업률'

경기회복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지만 고용지표는 여전히 제자리다. 특히 청년실업은 심각해지기만 하고 있다. 지난 17일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 2월 실업률은 4.9%로 전년 동월 보다 1.0%포인트 상승했다. 1월 실업률은 5.0%로 2001년 3월 이래 최고치였다.

특히 청년층 실업률은 10.0%로 0.7%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2월 전체 실업자 수는 116만9천명으로 전년 동월대비 24만4천명(26.4%)이 늘었다. 10년 만의 최대를 기록했던 1월의 121만6천명보다 소폭 줄었지만, 2개월 연속 100만명 이상이 실업상태다.

더 참담한 분석도 있다. 정부의 공식 실업자 수가 116만9천명이라지만 '사실상 실업자'는 500만 명에 가깝다는 것이다. 박주선 민주당 의원은 통계청에서 발표한 '2월 고용동향'을 분석한 결과 2월말 기준 사실상 실업자가 495만여 명, 사실상 실업률이 18.7%라고 지적했다.

사실상 실업자는 정부가 발표한 공식실업자에 구직단념자(25만3천명), 통합취업준비자(63만6천명), 쉬었음 인구(156만3천명), 주 18시간 미만 취업자(133만1천명)를 포함한 결과치다.

정부의 공식 실업률 통계는 '현재 구직활동 중인 실업자'만 실업률 지표에 포함시켜 실제 실업 문제의 심각성을 축소시키는 면이 있다.

최근 1년 사이 구직경험이 없는 실업자, 취업준비생 등은 비경제활동인구로 묶여 실업률 통계에서 누락됐다. 사실상 실업자의 경우 현 정부가 출범한 2008년 369만 명을 기록한 이후 계속 증가하고 있다.

◆높기만 한 대기업 문턱

원한다면 대기업에 모두 취직되면 좋겠지만 대기업의 문은 더욱 좁아지고 있다. 경제위기 이후 대기업들은 정부 방침에 따라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해 왔다. 하지만 '숫자'는 반대방향을 가리킨다.

통계청의 사업장 규모별 취업 현황에 따르면, 고용인원 300인 이상 대형 사업장의 취업자 수는 지난 2월 188만9천명으로 작년 동월 193만8천명에 비해 4만9천명 줄었다. 지난해 연말과 비교하더라도 대형 사업장의 취업자 수는 5만7천명이 감소했다.

대형 사업장의 취업자가 준 것은 기업들이 신입사원을 채용하기보다 경기회복이 늦어진다며 명예퇴직 등 구조조정에 치중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2월 전경련은 대졸 초임 삭감과 임직원 임금 반환 등으로 재원을 마련,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 1월 국내 10대 그룹의 핵심기업 경영실적고용변동을 조사한 한겨레신문의 보도를 보면 전경련의 약속과 달리 '고용없는 대기업'의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겨레는 세계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2008년 3분기부터, 한국경제 회복세가 가시화한 2009년 3분기까지 1년간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그 결과 삼성·현대자동차·SK·LG·롯데·포스코·현대중공업·GS·금호아시아나·한진 등 국내 10대 그룹의 핵심기업 열 곳을 대상으로 전체 고용규모가 25만3천739명에서 25만2천657명으로 1천82명(0.43%) 줄었다.

이 기업들의 2009년 1~3분기 매출 합계액은 190조9천300억원으로 전년도인 2008년 1~3분기의 189조1천300억원보다 0.95% 증가했다. 같은 기간동안 당기순이익은 16.4% 늘었다.

핵심 기업들의 매출액 10억원당 고용인원은 2008년 3분기 말의 13.4명에서 2009년 3분기 말에는 13.2명으로 0.2명이 줄었다.

대기업의 고용감소에 대해 비상경영에 나선 삼성전자가 2천685명이나 줄인 탓이 적지 않지만, 임금삭감을 요구하며 내걸었던 고용창출 슬로건이 기대치에 한참 밑돌았다는 것을 부인하긴 어렵다.

전경련은 최근들어 '300만 고용창출위원회'를 구성해 올해부터 향후 8년간 300만개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지만 미덥지 못하다는 시각도 이런 까닭이다. 중소기업 관계자는 "결국 대기업은 일자리를 볼모로 지원책 같은 당근만 요구할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질좋은 일자리, '질 좋은 벤처' 육성으로

전문가들은 질 좋은 일자리 창출의 대안으로 명품 중기 벤처 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난 16일 아이뉴스24가 창간 10주년을 맞아 서울 팔래스호텔에서 마련한 '2010 벤처 중기가 되살아야 나라가 산다' 특별 좌담회에 참석한 정부 및 산업계와 학계 전문가들은 창의적 중기 벤처 활성화가 시급하다는 인식을 같이했다.

황철주 벤처기업협회장은 "스티브 잡스처럼 본인이 직접 연구하고 개발하고 생산하고 마케팅하고, 고객과 만나는 기업에서 명품이 탄생하는 것"이라며 "창의적 명품을 내놓을 수 없는 구조인 대기업이 아니라 중소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명품 중기 벤처 기업이라면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기업에만 쏠리는 구직시장의 시선도 사로잡을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시각인 셈이다.

일례로 우리니라 중소기업인 진글라이더는 세계 최고의 명품 회사로 손꼽힌다. '진(GIN)'은 패러글라이더 세계에선 이견없는 넘버원 명품의 상징이 됐다. 이 회사의 송진석 사장은 취미로 시작한 글라이딩을 창업 아이템으로 삼아 지난 1998년 진글라이더를 설립한 이후 10년도 지나지 않아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중기 벤처 기업 육성과 함께 창의적 도전의식도 함께 뒤따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이 내놓은 대학생 직업관과 취업활동 관련 설문조사 보고서는 우리 학생들의 인식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조사에서 대학생들은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한 원인으로 '일자리가 없어서(19.3%)'라는 측면보다 '마음에 드는 일자리가 없어서(75.6%)'를 훨씬 많이 꼽았다.

서울에 있는 8개 주요 사립대와 지방 14개 국·사립대의 3~4학년생 574명이 참여한 이 조사에서 대학생 10명 가운데 7명(68.3%)이 대기업 취업을 희망했다.

보고서는 대학생들도 지나친 안전 성향 취업관이 아닌 창업중심의 기업가 정신 함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중소기업 기피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중소기업형 맞춤교육을 추진하고 기업체와 구직자 연계, 경력관리 등 직업 자문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이나 대만 등 경쟁력 있는 국가들이 모두 중소기업이라는 토양을 바탕으로 성장을 일궈냈다. 하지만 우리에겐 중기 벤처가 성공하기 어렵고, 거품에 대한 '타락의 나쁜 기억'이 자리잡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다 대기업의 하청기업 쯤으로 인식되면서 중소기업이나 벤처의 설자리가 좁아져 왔다.

그러나 한 중소기업 경영자는 "벤처 붐으로 대기업의 인재들이 빠져나가자 대기업이 중소 벤처에 대한 악소문을 내는 일도 벌어지곤 했던 때"라고 되돌아보며, "지난 1990년대 말 벤처붐의 어두운 그림자만 볼 게 아니라 긍정적인 면을 살려 중기, 벤처의 이미지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정화 한양대 교수(기획처장)은 "지금 불고 있는 벤처붐 역시 10년 만에 다시 돌아온 기회"라며 "다각적인 지원책이 마련돼 질 좋은 일자리 창출과 건강한 산업생태계를 갖추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강호성기자, 정명화기자, 정병묵기자, 임혜정기자, 서소정기자)

/특별취재팀 digita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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