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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전화'가 부활한다


음성통화 넘어 '미디어 허브'로…새 수익원 부상

휴대폰에 밀려 찬밥신세가 된 '집전화'가 부활의 날개짓을 하고 있다.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통신 분야 왕좌 재탈환을 노리고 있다.

그 동안 집 전화는 음성통화 기능만 제공하면서 단말기는 사실상 '멍텅구리'나 다름 없었다.

하지만 최근 무선 통신 공세로 뒷전으로 밀려 났던 집 전화가 똑똑한 기기로 거듭나고 있다. 음악·영상·뉴스·게임 등 인터넷 서비스로 무장한 '미디어 허브'로 군림할 태세다.

이런 상황에 맞춰 세계 주요 통신사들은 차세대 집전화 서비스 공급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엔터테인먼트·커뮤니케이션 허브로

최근 통신업계는 새롭게 진화된 집전화 제품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지난 2월 미국 통신업체인 버라이즌은 '허브폰'을, AT&T는 삼성전자와 제휴해 '홈 매니저'를 출시했다. 또 다른 통신업체인 T모바일 역시 조만간 구글 운영체제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집전화를 출시할 계획이다.

우리나라의 KT도 아이리버와 제휴해 '스타일폰'을 발표했다. KT는 최근 발표한 유·무선 통합 서비스 '쿡(QOOK)'과 함께 가정 고객들을 겨냥하고 있다.

'집 전화 부활'을 외치는 것은 통신업체들 뿐만이 아니다. PC 칩을 생산해온 인텔도 최근 '미디어폰'을 앞세워 집전화 부활에 힘을 보태고 있다.

요즘 나오고 있는 집전화들은 겉 모양부터 매력적으로 진화했다. 단순 플라스틱 덩어리였던 전통적인 유선 전화 디자인을 과감하게 벗어던진 것. 대신 화려한 유저인터페이스(UI)의 터치스크린을 장착해 '간이 컴퓨터'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기능적인 부분에서 가장 큰 특징은 인터넷과의 만남이다. 최근 국내·외 시장에 속속 등장한 VoIP 기반 집전화 제품들은 음성통화 서비스와 함께 다양한 온라인 정보 및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제공한다.

사용자들은 집전화로 VoIP 음성통화 및 화상통화를 할 수 있고, 음악·동영상· 등 온라인 콘텐츠들을 다운받거나 스트리밍으로 즐길 수 있다. 온라인 뉴스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으며, 제품에 따라선 이메일 송수신도 가능하다.

일부 제품들은 웹캠·TV 등과 연결해서 사용할 수도 있다.

확 달라진 집전화가 속속 출시되면서 '앱스토어'도 등장, 집전화로 누릴 수 있는 서비스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버라이즌은 '허브폰'을 위한 앱스토어를 올해 내 오픈할 계획이며, KT도 '스타일폰'용 애플리케이션을 공급하는 앱스토어를 준비하고 있다.

◆정서적 만족감+첨단기능 "승산 있다"

통신사들이 차세대 집전화 서비스 공급에 분주한 것은 휴대폰 등장 이래 크게 줄어든 유선전화 가입자들을 다시 끌어모으기 위해서다. 일례로 2008년 3분기 버라이즌의 이동통신 서비스 신규 가입자는 220만명이 늘어난 반면 유선전화 서비스 가입자는 57만 명이 줄어들었다. 게다가 이같은 하락세는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추락의 끝이 보이지 않는 유선 네트워크 기반 음성통화 수요를 만회하기 위해 인터넷 기반 '데이터 통신' 수익 창구를 늘리는 게 통신사들의 공통적인 과제다. 이에 통신사들은 집전화 서비스 모델도 유선 네트워크 기반에서 인터넷 기반으로 서둘러 전환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젊은 층의 집전화 수요가 급속도로 빠져나가는 것을 감안해 전화기에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를 결합함으로서 젊은 층에게 어필할 만한 매력을 갖춘다는 전략이다.

통신사들이 원하는 대로 수많은 가정 고객들을 다시 확보하게 해줄지는 미지수다.

우리나라의 KT는 집 전화가 가족들의 '정서적인 만족감'을 충족시켜준다는 자체 연구 결과를 토대로, 집전화 수요가 여전히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전통적 유선전화의 장점이었던 정서적인 만족감에 첨단 기능들이 더할 경우 충분히 승산이 있이란 판단을 내린 것이다.

KT는 앞서 출시했던 집전화 서비스 ‘안’이 지지부진한 실적을 거둔 것과는 달리, '쿡'의 서비스는 '집전화 2.0' 시대로의 도약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문제는 가격이다. 통신비용 부담 때문에 집전화를 없애고 휴대폰만 이용하려는 사용자들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집 전화의 기능이 많아진다고 생각을 바꿀 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버라이즌 허브폰의 경우 월 35달러 정액 서비스를 2년간 이용한다는 조건으로 199달러에 판매된다. 허브폰에 대한 평판은 좋은 편이지만, 통신비를 줄이기 위해 집전화를 없애는 고객들을 다시 잡기에는 합리적인 가격이 아니라고 지적도 나오고 있다. KT의 경우 2년 약정 고객에게 '스타일폰'을 25만원에 공급하며, 자사의 인터넷 전화 가입자간 무료 통화를 제공하고 있다.

무료통화를 무기로 가입자만 많이 유치하는 것은 월 정액 외 통화료 매출에 도움이 안된다. 하지만 일단 많은 가입자들을 확보하면, 앱스토어에서 유료 애플리케이션을 판매하는 등의 신규 수익모델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과 만난 차세대 집전화가 가정의 미디어 허브로 군림해 통신사들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지, 그저 또 다른 '안'으로 전락할지 주목된다.

강현주기자 jjo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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