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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방송통신위원회, 이름값 했나


방송과 통신에 관한 기술이 섞이고 서비스 또한 엇비슷해지자 이를 관장하는 부처도 합치는 게 좋다는 대의에 따라 만들어진 곳이 방송통신위원회다. 이름만 봐도 알 수 있듯 방송통신위원회는 옛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를 합친 곳이다. 다시 자세히 보면 옛 ‘방송위원회’라는 이름 가운데 ‘통신’이란 두 글자를 삽입한 작명이다. 작명의 모양새로 보면 방송위원회가 정보통신부를 흡수 합병한 꼴이다.

무릇 모든 작명에는 어느 정도 주체의 철학이 반영된다. 방송통신위원회도 마찬가지다. 이 이름에서 주목할 것은 두 가지겠다.

그렇다면 방송과 통신이 엄격하게 분리됐던 시절 차이는 무엇인가.

통신은 기술을 기반으로 개인 사이의 소통(疏通)을 편리하게 해주는 게 주목적이다. 통신 기업은 그 편리를 제공한 대가로 돈을 번다. 산업적 속성이 강하다. 방송은 콘텐츠를 통해 ‘사회적 신뢰’를 소통케 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한다. 여기서 ‘신뢰’라고 하는 것은 프란시스 후쿠야마가 그의 책 ‘트러스트’에서 말한, 사회 수준을 가르는 그 무엇이다. 그래서 방송은 산업이면서 공공성이란 측면이 크다.

결국 방송과 통신의 융합에서 핵심적 관건은 소통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통신 기업들이 위에서 말한 ‘사회적 신뢰’란 영역까지 건드릴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기업이 단순하게 돈만 버는 것이 아니라 사회 경제 정치적으로 민감한 부분까지 직접적으로 다룰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때 우려되는 것은 ‘사회적 신뢰’를 다뤄야 할 존재들이 소통의 수단을 사적 도구로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정부는 기술적 추세를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그로 인해 우려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대처해나가야 할 책임이 생긴다.

이 대목에서 방송통신위원회라는 작명에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포인트가 있다. 그 이름이 ‘방송통신부’가 아니라 ‘방송통신위원회’라는 점이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여기서 ‘부(部)’가 아니라 ‘위원회(委員會)’가 돼야 했던 까닭은 의사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합의(合議)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이다. 정부조직 개편 때 ‘독임제’냐 ‘합의제 위원회’냐는 논란을 벌였던 까닭도 다 거기에 있다.

지루하게 방송통신위원회 작명기(作名記)를 써본 까닭은 오늘(25일)이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꼭 1년째 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년간 이름값 제대로 했을까.

지금까지는 이름의 의미를 제대로 살린 것 같지는 않다. 작명에 대한 해석이 전혀 엉뚱한 것이라면 이름값을 잘 해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작명에 대한 위의 해석이 상당히 근거 있다면 방통위는 오히려 거꾸로 행동한 측면이 크다. 우선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들에 대해서는 합의 정신보다 독단적 결정을 내린 사례가 적지 않다. 인터넷과 방송에 대한 심의 및 재승인 과정의 사례들이 그런 경우다.

최근에는 기업 편향적인 측면도 엿보인다. ‘방송통신위원회’라기는 보다는 ‘통신방송부’ 성격이 짙다고 할 수 있다. 경제가 어려운 점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식경제부의 마인드와 같아서는 곤란하다. 그럴 거면 산업1부, 산업2부라고 하는 게 맞다. 지식경제부 같은 산업부처와 공정위 같은 규제부처는 당연히 충돌할 수 있다. 둘이 같은 생각이라면 구태여 두 부처를 둘 이유가 있나.

방송통신위원회는 그래서 힘든 부서다. 지금까지 없던 일을 새로 하면서 길을 찾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최시중 위원장이 앞으로 고민해야 할 단어는 ‘진흥’이라기보다 ‘규제’와 ‘조정’이어야 한다. 균형 잡힌 ‘규제’와 ‘조정’을 통해 선진적인 룰을 만들고 이를 통해 자연스레 ‘진흥’을 챙기는 방법을 취해야 한다.

지금대로라면, 차라리 공정위까지 합쳐 ‘종합산업진흥부’로 바꾸는 게 어떤가. 그러면 이름값 확실히 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최시중 위원장은 방송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공영방송은 공영방송답게, 민영방송은 민영방송답게"라는 말로 공자의 '정명론(定名論)'을 인용했었다. 한번쯤은 그걸 본인한테도 물어야 할 일이다.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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