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위기의 게임산업에 날개를 달아라-중]무엇이 게임산업 흔드나


무엇이 한국의 온라인게임 산업을 흔드는가. 태동 10년만에 세계 게임산업의 미래가치로 조명받으며 게임 강대국들로부터 연구와 학습의 대상이 됐던 이 산업에 왜 때 아닌 위기가 왔을까.

그 원인을 찾기 위해선 한국 게임산업 고성장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어떤 점에서 강하고 약한지를 돌아보는 '지피지기'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현재의 게임산업이 세계 게임시장 지평에서 점하고 있는 위치와 환경을 다시 짚어보고 그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 발전의 원동력, '혁신'이 멈췄다

위정현 중앙대학교 교수는 "한국의 게임산업은 게임과 인터넷 커뮤니티를 연동, 이용자들간의 상호작용을 이끌어내고 이를 통해 혁신적인 수익모델을 창출하는 구조에서 출발했다"고 전제한 후 "게임산업의 비즈니스 모델, 게임성의 혁신이 멈추는 순간 위기의 싹이 텄다"고 지적했다.

한국 온라인게임은 그 서비스 형태의 독창성에 더해 새로운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과 결합, 그 수익성을 극대화 했다. 가령 한게임의 사이버머니와 세이클럽을 통한 부분유료화 방식의 아이템 판매, 싸이월드의 커뮤니티 비즈니스 모델 등이 게임 속에 녹아들어 간 것이다.

이를 통해 넥슨의 부분유료화 모델이 자리잡았고 대형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한 엔씨의 월정액 모델이 시장 표준이 됐다.

위 교수는 "10년의 역사가 지난 후 한국의 온라인게임은 게임성의 혁신이 이뤄지지 않아 천편일률적인 게임들이 시장에 넘치고 있어 이용자들을 식상케 하고 있다"며 "또 비즈니스 모델에서도 더 이상의 변화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 "가령 '세컨드라이프'는 퀘스트만 없을 뿐 온라인게임에서 파생한 것인데 이에 대해 국내 게임사들이 보이는 반응은 '게임이 아니다' '신경 쓸 필요 없다'로 요약된다"며 "이는 국내 시장에서 '세컨드라이프'의 사업성과는 별개로, 게임사들의 사고가 획일화된 틀에 머물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설명했다.

초기 혁신을 주도한 기업들이 정착하면 그 산업에서 기득권화돼 보수적으로 변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 게임산업 내부에서도 성공을 거둔 기업들의 안주가 혁신을 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때가 됐다는 것이다.

◆ 특정장르 개발편중, 게임 인구 확대 저조가 내수시장 정체 불러

창의와 혁신이 멈춘 가운데 기존 인기장르에 개발이 편중되는 현상이 지속됐다. 개발사와 프로젝트가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반면 내수시장 게임인구 확대 속도는 이를 따르지 못하는 양상이다.

서울증권 최찬석 연구원은 "비슷비슷한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만 지나치게 많이 양산됐고 이후 레이싱, FPS(1인칭 슈팅) 등 주목받는 특정 장르에 개발이 집중됐다"며 "게임이 늘어나며 성공 가능성이 줄어드는 반면 내수 시장 확대가 이뤄지지 않아 시장 자체가 불황 초입 단계에 점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삼성증권 박재석 연구원은 현 시장 침체의 원인을 독창적인 대작게임의 부재와 국내 업체간의 과당경쟁으로 꼽았다.

또 "이러한 점 때문에 기존 인기게임 이용자들이 새로운 게임으로 옮겨가는 시장 내부의 순환이 이뤄지지 않아 성장이 멈춘 산업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남철 예당온라인 대표는 온라인게임의 특성 자체도 내수 시장 침체의 한 원인으로 꼽았다.

"다른 플랫폼과 달리 온라인게임은 해당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들이 형성한 커뮤니티가 그 게임을 지탱하는 구심력이 된다"는 김대표는 "때문에 게임 이용자들이 새로운 게임으로 옮겨가기 위해선 이미 익숙한 커뮤니티를 옮겨가야할 만큼 확실한 재미와 새로운 게임성을 갖춰야 하는데 이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 외부경쟁 없이 성장···해외 시장에서 갈림길에 서다

내수시장 정체가 본격화된 2005년 이후 국내 게임사들은 안방에서의 침체를 활발한 해외진출로 메워왔으나 이제 그 또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후발주자 중국의 제작력과 시장 규모가 우리에 근접하고 있어 더 이상 개발도상국 시장에만 의존하기 힘든 형국이다.

최찬석 연구원은 "우리가 게임강대국들에 비해 앞서는 부분은 서버기술이며 이를 통해 신장르인 온라인 플랫폼에서 10년간 비교우위를 유지해 왔다"고 밝혔다.

한국은 앞선 아이디어와 신기술로 시장을 연후 이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개발 도상국 시장으로 확대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후발주자인 중국이 한국 시장과의 '호흡'을 통해 서버기술과 서비스 노하우를 흡인하며 상황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특히 MMORPG 장르의 경우 '완미세계'의 예에서 볼 수 있듯 개발력의 차이가 현저히 줄어들은 것을 볼 수 있다. 값싼 노동력과 광대한 내수시장을 보유한 중국이 동아시아의 개발도상국 시장을 우리와 분할하는 것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온라인게임에 큰 관심을 갖지 않았던 해외 메이저 게임사들은 2000년대 중반부터 신장르 진입을 위해 본격적으로 팔을 걷었다. 국내 게임사와 제휴해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지분 제휴, 인수합병을 통해 관련한 노하우를 흡수하고 있다.

EA의 연이은 확장, 액티비전과 블리자드의 합병이 시사하듯 우리가 사활을 거는 신시장에서 세계 게임 시장 주류와의 본격대결이 불가피하다.

게임산업협회 최승훈 정책실장은 "우리 게임산업의 발전은 세계 시장의 메인스트림인 비디오게임 시장과의 경쟁없이 이뤄졌다"며 "이제 세계 게임 거인들의 온라인게임 진출과 플랫폼간 융복합이 대세가 된 지금 서버기술을 제외한 원천기술로 승부해야 하나 우리 산업의 토양과 공력이 척박하다"고 평했다.

◆ 연이은 프로젝트 실패, 인식 저하···투자심리 급속히 냉각

세계시장 본격 진출을 위해 진용을 정비해야 할 게임산업의 발목을 잡는 요인은 또 있다.

'바다이야기' 파문으로 촉발된 사행성 논란은 게임산업 전체에 대한 인식을 저하시켰다.

그 어느 국가보다 높은 교육열을 가진 한국 사회의 풍토도 산업에 부담을 주곤 한다. 콘텐츠 특성상 중독의 우려가 있는 게임은 자녀의 대학진학에 방해가 되는 대표적인 놀이 요소로 지목돼 왔다.

권준모 게임산업협회장은 "디지털 콘텐츠 분야 중 최고의 효자산업인 게임이 불량식품과 같은 존재로 치부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러한 인식 저하의 와중에 주요 기업들이 역점을 두고 추진한 개발 프로젝트가 속속 실패하며 게임산업에 대한 투자심리 자체가 급속히 냉각되는 실정이다.

주요 상장게임사들의 주가는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게임산업에 유입되는 펀드조성도 맥이 끊긴 상태다.

프로젝트가 점차 대형화돼 개발 기간과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상황에서 시장에 유입되는 '돈줄'이 끊어질 경우 이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현 위기상황을 탈피하기 위해선 인식저하와 투자심리 냉각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의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서정근기자 antilaw@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위기의 게임산업에 날개를 달아라-중]무엇이 게임산업 흔드나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