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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R&D, 빛과 그림자-하]R&D DNA를 바꿔라


현재 우리나라의 현실은 '동북아 R&D 허브'라는 목표와는 동떨어져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좌절해서도 안된다.

'동북아 R&D 허브'란 단순히 글로벌 R&D센터를 유치하고 고용창출을 이루며 해외 선진 기술을 국내에 도입한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의 주요 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동북아 경제의 중심이 되고 과학기술 국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동북아 R&D 허브'란 목표를 꼭 달성해야만 한다.

중국, 인도 등 우리 외에도 많은 국가들이 이같은 목표를 설정하고 해외 R&D센터를 유치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우리 정부를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글로벌 R&D센터에 조세감면 혜택과 투자비 지원 등 다양한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다.

물론 우리 상황을 되돌아 보면 암담하기 그지 없다. 정통부를 비롯한 정부 각 부처가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글로벌 R&D센터 유치에 나서고 있음에도 '동북아 R&D 허브'라는 타이틀을 중국과 인도에 넘겨준 꼴이 되어 버린 것.

이런 암울한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국내에 진출한 R&D센터들을 비판하기보다는 그들의 요구를 파악하고 이에 알맞는 준비를 하려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줄 것'부터 찾자

오라클, BEA시스템즈 등 소프트웨어(SW) 기업들이 새롭게 국내에 R&D센터를 설립하고 성과물을 내고 있다는 점에서 아직 한국시장도 기회가 있다는 것을 먼저 주목해야 한다.

SW R&D센터 설립을 위해 한국을 방한했던 스티브 밀즈 IBM 부사장을 비롯, 많은 글로벌 기업 임원들은 "발달된 통신 인프라를 눈여겨보고 있다"는 말로 한국 시장을 평가했다.

적어도 국내 통신 인프라와 모바일기기, 유비쿼터스 환경 등이 세계적인 시장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중국과 인도에 대규모 R&D센터를 설립한 이들이 한국에 투자를 진행하는 것은 그만큼 얻어갈 것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이 원하는 것은 KT, SK텔레콤 등 국내 유수의 통신사, 삼성전자 등 세계적인 제조업체와의 협력이다. 또한 이들은 국내 통신 인프라를 활용, 한국 시장을 테스트베드로 이용하겠다는 전략도 갖고 있다.

정부 역시 이들의 전략을 포착,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를 비롯한 국내 통신 관련 연구원들이 글로벌 R&D센터와 협력하도록하는 등 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나 이같은 지원이 미미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한 발 앞서 국내에 진출해 있지만 별다른 성과를 못 내고 있는 글로벌 R&D센터를 대상으로 보다 적극적인 활동을 펼쳐야한다는 충고도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의 요구를 먼저 분석, 원하는 것을 충족시켜주며 이미 설립된 R&D센터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에 진출한 한 글로벌 기업의 R&D센터 관계자는 "한국에 R&D센터를 설립하긴 했지만 본사가 큰 성과를 기대하지는 않는다"며 "이는 한국의 기술력에서 크게 얻을 것이 없다는 편견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경우 이미 풍부한 인적자원과 저렴한 운영비용 등 글로벌 기업들이 무시할 수 없는 매력적인 '요소'를 내세우며 '동북아 R&D 허브' 위상을 쌓고 있다. 이에 우리도 풍부한 통신 인프라, 유비쿼터스 기술 등을 활용해 장점으로 내세울 수 있는 요소를 만들어내야 한다.

한국에 진출해 기술 이전, 고용창출, 역수출 등 우리에게 얼마나 도움이 됐는가를 평가하기 전에 그들이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고 그렇기에 '주고 받는' 관계가 당연하다는 인식을 먼저 갖춰야 한다.

BEA시스템즈 김한주 R&D센터 소장은 "글로벌 기업의 R&D센터라면 당연히 그 기업에 필요한 연구개발을 하기 마련"이라며 "이것을 비난하기보다 어떻게 이용할 지부터 생각해야한다"고 말했다.

◆R&D에 대한 새로운 인식 필요

글로벌 IT기업들이 한국을 R&D 진출 국가로 정할 특화된 요소를 찾았다면 세계시장의 R&D 구조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알아야한다.

수많은 해외 조사자료에 따르면 최근 R&D 업계 최대 이슈는 '시장'이다. 기존 R&D센터가 남보다 먼저, 앞선 기술을 만들어내 시장을 장악하는 것이었다면 현재 글로벌 기업들은 R&D를 통해 시장의 요구에 적합한 기술을 만들어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에 많은 R&D센터들이 진출한 나라의 시장상황을 먼저 파악하고 그곳에 알맞는 솔루션들을 만들고 있다 BEA시스템즈의 한국 R&D센터가 통신관련 플랫폼을 먼저 개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최근 글로벌 R&D센터들이 외부 R&D 인력과의 협력과 아웃소싱에도 관심이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열악한 국내 소프트웨어(SW) 업체들이 해외 기술을 이전받고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글로벌 R&D센터와의 협력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제약기업인 화이자가 비아그라 개발과정에서 외부 R&D센터와 협력, 보통 7년이 소요되는 신약 개발을 4년으로 단축시킨 사례는 국내 중소 SW, IT 기업들 역시 이같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지금까지 글로벌 R&D센터에 해외인력이 상주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많았다. 실제로 국내 글로벌 R&D센터에 상주하는 해외 연구원 수는 평균 3~5명 수준이다. 해외인력이 단 한 명도 없는 R&D센터도 있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전세계에 퍼진 R&D센터를 '하나'의 R&D센터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볼 때 해외인력 상주보다 국내에 진출한 R&D센터가 해외 유수의 R&D센터와 얼마나 강한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있는지부터 살펴야 한다.

실제로 IBM, 오라클 등 SW 기업들의 R&D센터는 본사를 비롯, 중국과 인도 등의 R&D센터와 다양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실시간 기술공유를 하고 있다.

이에 우리는 우리의 연구개발 인력들이 글로벌 R&D센터를 통해 선진 IT기술과 최신 시장 동향 등을 습득할 수 있는 구조를 먼저 요구해야한다.

◆'준비'된 토양을 만들자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중국에 R&D센터를 설립하는 데는 거대한 중국 시장의 성장 가능성과 값싼 노동력 외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최근 R&D센터 설립지로 중국을 평가하며 '다국적기업의 요구에 부응하는 풍부하고 유능한 연구인력'을 꼽았다.

이같은 토양을 만들어내기 위해 중국은 지난 1997년 글로벌 기업이 R&D센터를 설립할 때 이를 대학이나 중국 내 연구소와 함께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현재 국내에 진출해 있는 몇몇 R&D센터들이 국내 대학과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긴 하나 이는 손에 꼽을 정도다. 중국과 같이 글로벌 기업이 대학, 연구소와 함께 R&D센터를 설립하게 하거나 반대로 국내 IT 인력을 양성하는 프로그램에 글로벌 R&D센터를 참여토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국내 한 IT전문 박사는 "제대로 된 연구개발을 위해서는 체계적인 인력양성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며 "R&D센터가 원하는 인력을 만들어내기 위한 프로그램과 교육이 절실하다"고 충고했다.

이와 함께 정부가 국내에 진출한 R&D센터에 대한 '상벌'을 확실하게 해야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의 지원을 받아 설립된 글로벌 R&D센터 가운데 다수가 제대로 된 산출물을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에는 여러 부처가 참여하는 해외연구개발센터 유치 관계기관 협의회 등이 존재한다. 이들이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R&D센터들의 활동을 평가하고 성과가 있는 기업에 대한 지원체계를 갖춰야한다. 보다 파격적인 대우를 '극약'으로 써야한다는 주장도 있다.

또한 통신, 유비쿼터스 외 소프트웨어(SW) 등 한국이 다소 약한 모습을 보이는 분야에 대한 활발한 연구를 요구하는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국내 한 SW 업계 관계자는 "기술력 있는 중소 SW 업체들이 글로벌 R&D센터와 협력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 네트워크를 형성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함정선기자 min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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