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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Column] 구글 파워와 이종격투기 열풍


당시 프로복싱은 미국이 철저한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 웬만한 프로복싱 팬이라면 텔레비전 중계를 통해 라스베이거스의 시저스 팰리스 특설링에서 벌어진 세계 챔피언전 한 두 경기쯤은 시청했을 정도였다.

일본은 프로복싱 흥행 시장에서는 마이너에 불과했다. 흥행이 될 법한 경기는 대부분 미국의 프로모터들이 쥐락펴락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은 후발주자로 프로복싱 시장에 뛰어들기 보다는 이종격투기라는 새로운 스포츠를 만들어내면서 프로복싱 당시의 흥행 열기를 자신들에게 돌려놓는 데 성공했다. '게임의 룰' 자체를 새롭게 만들어낸 것이다.

그 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구글폰'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이동통신 시장을 향한 구글의 야심이 하나 둘씩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구글이 수 백만 달러를 투자해 휴대폰 단말기 원형을 개발한 사실이 월스트리트저널에 공개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구글은 휴대폰 단말기 원형을 개발하고 T모바일 USA, 버라이즌 와이어리스 같은 이동통신 사업자들에게 제안을 한 상태다. 또 휴대폰 단말기 제조업체들과 기술적인 부분을 놓고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구글이 이동통신 사업에 관심을 보인 것은 어제 오늘 얘기는 아니다. 구글은 내년 초 700MHz 주파수 경매를 실시할 예정인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 "망 개방과 주파수 재경매를 보장해 주면 최소 46억 달러에 입찰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구글의 최근 움직임을 단순하게 휴대폰 사업을 한다는 쪽으로 의미 부여하는 것은 다소 단편적이다. 구글이 주파수를 확보하고, 또 휴대폰 단말기를 개발하는 것은 기존 경기 규칙을 따르겠다는 의미가 아니기 때문이다. 일본이 프로복싱 시장에 그랬던 것처렴, 구글 역시 아예 다른 경기장에서 싸우길 원하는 지도 모른다. 어쩌면 구글은 '이동통화' 자체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는 지도 모른다.

구글이 이동통신시장 쪽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은 급속한 속도로 성장하는 모바일 광고 시장을 잡기 위한 것이다. 온라인 광고 시장에서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구글이지만 차세대 성장 동력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에릭 슈미트 최고경영자(CEO) 역시 지난 5월 "모바일 광고는 개인 맞춤형이기 때문에 두 배의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시장 조사기관인 e마케터에 따르면 지난 해 세계 휴대폰 광고 시장은 15억 달러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같은 규모는 오는 2011년에는 140억 달러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 당장은 큰 시장이 아니지만 성장 가능성을 감안하면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최근 들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는 구글의 휴대폰 사업 진출 소식 역시 이런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휴대폰이나 이동통신 자체가 아니라, 그 사업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광고 시장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구글이 FCC에 주파수 경매 참가 조건을 내걸면서 주파수 재판매와 함께 망 개방(open access), 애플리케이션 개방(open application), 단말기 개방(open device) 등을 강조한 것도 바로 이런 맥락 때문이다. 모바일 시장을 노리는 구글 입장에선 그 대상이 꼭 휴대폰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구글의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FCC가 최근 발표한 700MHz 주파수 경매 규칙과 맞물리면서 상당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단 FCC 측이 망 개방과 애플리케이션, 단말기 개방은 허용하기로 했지만 주파수 재판매는 불허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구글은 FCC가 경매 규칙을 확정 발표한 직후 ‘절반의 승리’로 받아들이고 있다. 새로운 네트워크에서 이동통신사가 아닌 사용자들이 단말기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관련 소프트웨어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한 부분은 높이 평가했지만 '주파수 재판매'를 불허한 것에 대해서는 강하게 비판했다.

이 같은 구글의 행보는 이동통신 시장의 기존 규칙 내에서 머물겠다는 의도가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해준다. 일본이 프로복싱 무대 대신 이종격투기라는 새로운 스포츠를 만들어냈듯, 구글 역시 이동통신 시장의 기존 패러다임을 뒤흔들어놓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듯하다. 내년 초로 예정돼 있는 미국 FCC의 700MHz 주파수 경매를 통해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구글의 야심이 첫 시험대에 오르게 될 지도 모르겠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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