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뉴스를 보고 '세컨드라이프'를 알게 됐고 저 또한 열심히 즐기고 있습니다. 제가 꼭 한번 만들어보고 싶었던 콘텐츠이지만 '먹고 살기 위해' 게임을 만들어야 하는 처지인지라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세컨드라이프'가 '게임'이라고 생각진 않습니다."
'리니지'를 개발해 한국 온라인게임사에 큰 족적을 남긴 송재경 XL게임즈 대표는 '세컨드라이프'를 게임이 아닌 '그 무엇'으로 규정했다.
"기본적으로 게임은 정형화된 룰과 이를 통한 경쟁, 이기고 지는 승부가 존재해야 합니다. 그러나 '세컨드라이프'에는 이러한 것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즉 하나의 플랫폼이지 게임은 아니라고 봅니다."
말 그대로 또 하나의 '월드'에 이용자들을 풀어놓고 자유로운 활동과 콘텐츠의 저작, 이를 통한 상거래까지 가능하게 한 세컨드라이프와 우리들 통념속의 게임과는 분명 다르다는 것이다.
적어도 송대표의 관점으로는 '세컨드라이프'와 게임의 공통점은 3D의 형태로 구현되는 외형상의 유사점 밖에는 없다는 것이다.
물론 송대표는 게임의 본질적 특성상 '세컨드라이프' 처럼 다 풀어놓고 하고 싶은데로 하게 하는 '무규칙'은 불가능하다는 전제를 뒀다.
"사용자가 콘텐츠의 일부를 고치거나 수정하는 등의 기초적인 수준에서 부터 좀 더 고차원적인 것까지 게임 속에 UCC를 도입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송대표가 말하는 가장 기초적인 차원의 것은 게임 속에 등장하는 앰블럼 등의 이용자 제작.
"'리니지'에서 혈맹을 만들면 마크를 작게 만들어서 업로드할 수 있었던 것 처럼 지금의 3D게임에도 이러한 모델을 도입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송대표는 사용자가 만들 수 있는 퀘스트와 스토리 텔링 등도 도입 가능한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가령 사용자가 게임속에서 밭이나 농장을 소유하고 있는데 멧돼지가 나타나서 농작물을 훼손할 경우 다른 이용자들이 멧돼지를 잡아오면 보상을 주는 형태를 들 수 있겠지요.
기초적인 것부터 장편에 이르기까지 이용자가 다양한 퀘스트를 만들 수 있도록 기술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가능할 것입니다."
시스템 상의 기술적인 지원만큼 간편하게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수'라고 송대표는 지적한다.
"'세컨드라이프'에서 집이나 가발, 옷 등 각종 아이템이 잘 팔리는 것은 그만큼 일반인이 만들긴 어렵기 때문입니다. 진입장벽을 낮춰야 이런 UCC의 제작이 더욱 활성화 될 것입니다."
물론 이용자 저작 콘텐츠가 늘어나 수준 미달의 콘텐츠가 늘어날 경우에 대한 대비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필연적으로 쓰레기도 늘어날 것입니다. 제작사가 이용자들의 콘텐츠를 심사해 등급을 부여하는 것도 게임 내 소비자들의 선택을 돕는 방편일수 있습니다. 콘텐츠 업로드에 최소한의 비용을 부과하는 것도 무분별한 콘텐츠 양산 억제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UCC의 활성화를 위해선 정부의 검열이 과도하게 작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 또한 송대표는 잊지 않았다.
'세컨드라이프'의 국내 안착에 대한 송대표의 생각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였다.
"인터넷 브라우저와 괕은 '관문'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용자들에게 무한 자유를 줬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이용자가 져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데 한국에선 그러한 방식은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 같습니다.
디씨인사이드의 몇몇 갤러리에서 새벽에 이용자들이 '형아 달려~'하며 음란게시물을 연달아 올리면 알바들이 지우듯, 세컨드라이프도 문제성 콘텐츠에 대한 필터링 작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아마 조선족 노동자 3천명 정도는 고용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적어도 국내 현실에선 그러하리라 봅니다."
송대표는 마지막으로 '세컨드라이프'에 대한 충고를 하나 덧붙였다.
"제가 만약 이러한 플랫폼을 만들었다면 저 또한 '세컨드라이프'와 비슷한 형태로 만들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제가 했다면 적어도 '세컨드라이프'보다 아바타 캐릭터는 훨씬 더 세련되게 만들 수 있을것 같습니다.(웃음)'세컨드라이프'의 저작툴로 며칠씩 끙끙대며 캐릭터를 이쁘게 꾸며보려 해도 도저히 불가능해 포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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