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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과 뒤]정부통합전산센터와 IT서비스업계의 '파워게임'


정부통합전산센터와 IT서비스 업계 사이에 심상치 않은 냉기류가 흐르고 있습니다. 흔히 볼 수 있는 신경전 수준을 넘어 '파워게임' 양상으로 흐르고 있는 느낌입니다.

지난 18일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한 184여억원 규모의 제2센터(광주) 이전 1차 사업 입찰은 둘 간의 힘겨루기가 어디까지 이르렀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습니다.

잘 알다시피 정부통합전산센터는 48개 정부기관의 전산 시스템을 한 곳에 모아 통합 관리하는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IT 서비스 업계는 정부통합전산센터를 도와 시스템구축(SI)과 시스템운영(SM)을 맡고 있구요. 어찌보면 둘 사이는 '공생관계'나 다름 없습니다.

물론 발주처와 수주처인만큼 협상 조건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경우는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처럼 실력행사에 이른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정부, IT서비스 업계 견제 위해 '초강수'

제2센터 이전 사업은 오는 7월 완공될 제2센터에 건교부 등 24개 부처의 총 4천300여대에 달하는 전산장비를 올 연말까지 이전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정부통합전산센터는 이전 1차 사업 입찰 참여 조건으로 '1, 2위 업체 간의 컨소시엄 구성은 허용하지 않는다'는 이례적인 단서조항을 달았습니다.

사실 정부통합전산센터가 1, 2위 업체 간의 컨소시엄 구성을 막을 뚜렷한 법적인 근거는 없습니다. 그런데도 이 같은 초강수 카드를 꺼내 든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습니다.

정부통합전산센터는 차질 없는 사업 수행을 위한 '긴급상황'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습니다.

정부통합전산센터측 관계자는 이에 대해 "1, 2위 업체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가하면서 우리 센터가 발주한 각종 사업을 그간 거의 싹쓸히 했다"며 "이 때문에 우리의 협상력이 현저하게 약화된 데다, 나머지 업체들이 입찰 참가를 꺼리면서 빈번한 유찰 사태를 초래해 사업 추진 일정까지 차질을 빚곤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협상력을 강화하고, 사업수행 일정을 맞추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겁니다.

실제로 업계 1, 2위인 삼성SDS와 LG CNS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정부통합전산센터 관련 각종 사업들을 거의 싹쓸이 해왔습니다.

◆"갑을관계 바뀌었다"는 얘기도…

정부통합전산센터는 올초 가격에 불만을 품은 IT서비스 업계의 무응찰 사태에 직면해 매우 난처한 입장에 처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정부통합전산센터는 1센터(대전)에 입주한 정부 기관들을 대신해 통합 유지보수 프로젝트 6건을 일괄 추진했습니다.

1차 입찰은 대부분 단독 응찰로 유찰됐습니다. 간혹 있는 일이었기 때문에 그리 심각한 상황으로까지 외부에 비춰지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가격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생긱기 시작했습니다. 급기야 재입찰 때는 1차 때 제안서를 제출한 업체들 가운데 한 곳도 응찰하지 않아 6개 프로젝트가 모두 무응찰로 유찰된 것입니다.

이런 사례는 아마도 전무후무한 일이었을 겁니다. 결국 정부통합전산센터는 1차 때 제안서를 낸 업체들을 불러 따로 수의계약을 맺은 뒤에야 겨우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통합전산센터에서는 "갑을 관계가 바뀌었다"는 얘기까지 심심찮게 흘러나왔습니다. 당시 센터에 적을 뒀던 관계자는 "정부통합전산센터 관련 프로젝트는 워낙 대규모 사업이어서 수행할 수 있는 곳이 대형 업체 몇 곳에 불과하다"며 "더욱이 예산도 많이 책정할 수 없어 협상력이 약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같은 사정 때문에 업체들을 달래 가면서 사업을 수행할 수 밖에 없는 처지라는 겁니다.

이 관계자는 "별다른 협상수단이 없었기 때문에 세계 유일의 정부통합전산센터를 성공적으로 만들자는 사명감을 거듭 강조하는 수 밖에 없었다"고 털어 놓았습니다.

◆정부통합전산센터, 판정승?

결국 정부통합전산센터가 이번 입찰 과정에서 1, 2위 업체간 컨소시엄 구성을 막은 것은 가뜩이나 약화된 협상력을 복원하기 위한 복안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통합전산센터의 의도는 17일 제안서 접수 마감 후 LG CNS(주사업자)와 현대정보기술(부사업자) 컨소시엄에 삼성SDS가 도급업체로 참가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빗나가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삼성SDS와 LG CNS 컨소시엄에 그동안 대항마로 뛰어온 SK C&C의 유일한 파트너인 현대정보기술마저 상대 진영에 가세한 것이지요. 3대 1로 싸우는 SK C&C의 승산이 매우 희박해 보였습니다.

최종적으로 우선협상대상자를 가리는 18일 오후만 해도 SK C&C조차 자사가 우선협상대상권을 거머쥘 지 결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정부통합전산센터는 SK C&C에 우선협상권을 안겨 줬습니다. 정부통합전산센터 입장에서는 간신히 체면을 지킨 것으로 보여집니다.

만일 SK C&C가 아니라 LG CNS가 우선협상권을 땄다면 정부통합전산센터의 얼굴은 적잖게 구겨졌을 겁니다. 1, 2위 업체간 컨소시엄 구성을 막아 협상력을 강화하겠다는 애초의 의도가, 구멍을 찾아 연합군을 구성한 LG CNS 현대정보기술 삼성SDS 등 3사에 작전에 의해 완전히 무위로 끝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남은 관전 포인트는 지금까지 한번도 정부통합전산센터 이전 사업을 수행한 경험이 없는 SK C&C가 촉박한 시일안에 과연 단독으로 해당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을 지 여부 입니다.

고배를 마신 상대 진영에서 '정부통합전산센터가 모험을 걸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맥락 때문입니다. 과연 정부통합전산센터와 SK C&C가 마지막까지 웃을 수 있을 지 주목됩니다.

이관범기자 bum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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