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임상철 변호사의 특허이야기-4] 생명공학 특허전쟁에 후진기어는 없는가?


 

"동물복제기술은 인간복제에 이용되어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고 사회적 혼란을 야기 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학이라는 시계바늘은 거꾸로 가는 법이 없다. 과학이라는 차체에는 후진기어가 없다."

1999년 2월 황우석 교수가 1997년 영국 로슬린연구소의 복제양 '돌리' 이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동물복제에 성공하여 '영롱이'를 탄생시킨 뒤, 생명과학의 무한한 진보성을 옹호하며 했다는 말이다. 이후 황우석 교수는 자신의 말처럼 후진기어없이 승승장구를 거듭했으나 지금은 희대의 사기꾼으로 전락되어 검찰수사를 받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연구용 난자의 취득과정의 윤리성 문제에서 시작된 논란이 연구결과의 진실성 문제로 옮겨가면서 황우석 교수는 가속 후진기어를 밟은 양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여전히 황우석 교수를 옹호하며 음모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는 것이다. 생명공학 분야의 특허 선점과 관련된 국제적 음모에 황우석 교수가 걸려든 것이라는 가설이다. 할리웃 영화에 너무 심취되어 있는 이들의 망상이라고만 하기에는 생명공학 분야의 국제적 특허 전쟁이 너무 치열한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특히 복제동물에 대한 특허권은 해당 동물 연구를 통해 얻게 될 질병 치료약 등 각종 경제적 부산물에 대한 특허권도 자동적으로 얻게 하여주기 때문에 미래 생명공학의 원천 특허로서 전세계가 이목을 집중하는 분야이다. 이러한 복제동물에 대한 특허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Allen사건에서의 쟁점은 자연적으로 생성되지 않고 인간에 의하여 만들어진 생명체에 특허권을 부여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는데, 원래 특허청 심사관은 '다배수 염색체 굴조개는 생물이므로 미국 특허법 제101조의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 하여 특허출원을 거절하였는데 미국 특허청 항고심판부는 앞서 본 Chakrabarty사건에서의 대법원의 판시를 인용하면서, 모든 인공적 산물에 대하여 특허가 허용되어야 하며 출원 발명인 다배수 염색체 굴조개가 인공적 조작의 개입없이 자연적으로 생성될 수 있다고 볼 증거가 없으므로 그에 대한 특허를 거부할 근거가 없다고 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동물품종에 대한 특허와 관련하여서는 동물애호단체나 종교단체 등으로부터 더욱 더 강한 반발이 터져 나왔다. 이들은 인간에 의하여 창조되는 동물품종은 인간의 이기적인 욕구와 필요에 따라 만들어지는 것으로서 결국 인간의 희생물로 될 수밖에는 없는 존재이며, 나아가 미처 검증되지 아니한 동물품종의 출현으로 생태계가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는 점을 경고하였다. 이러한 반발로 곤경에 빠진 미국 의회에서는 동물품종에 대한 특허를 향후 5년간 금지하도록 하자는 법안이 상정된 바도 있었으나 그 실현을 보지 못하였고, 또한 ALDF(Animal Legal Defense Fund)라는 동물 보호 재단이 동물품종에 대한 특허거절을 요구하는 소송을 연방항소법원에 제기하기도 하였으나 법률상 이해관계인이 아니어서 당사자적격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되기도 하였다(Animal Legal Defense Fund v. Quigg).

어쨌든 동물품종에 대한 특허를 인정하는 쪽으로 판례와 실무의 대세가 잡혀졌고, 1988년에 이르러서는 하버드대학 의과대학의 Phillip Leder 박사가 유전자 이식방법에 의하여 만들어 낸 실험용 생쥐에 대하여 특허가 부여되기에 이르렀다. 나중에 Boston Mouse 혹은 Harvard Mouse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지게 된 이 생쥐는, 인간이나 다른 포유동물로부터 암세포 형성과 관련된 유전자를 분리한 후 그 유전자를 생쥐의 수정란에 이식시켜 만든 품종으로 암에 걸리기 아주 쉬운 유전적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발암성 물질을 검증한다든가 발암 및 암 제거 연구와 암 예방 및 치료약의 개발 등에 극히 유용한 동물로 인정받게 되었는데, 이 하버드 마우스에 대한 특허는 복제동물에 대한 최초의 특허라고 할 만하다.

하버드 마우스에 대한 특허 이후 미생물, 동물, 식물에 이르기까지 생명공학 관련 발명은 전세계적으로 특허보호대상이 확대되어 가는 추세인데, 1996년 8월 31일에는 세계최초의 복제동물인 '돌리'가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에 출원되기에 이르렀다.

'돌리'는 성숙된 체세포를 이용해 복제된 최초의 포유동물이었는데, 돌리는 원래 1996년 7월 5일에 태어났지만 특허출원을 위한 비밀유지 때문에 <네이처>지에 보도된 것은 1997년 2월 25일에 이르러서였다. 자그마치 태어난 지 7개월 20일이나 지난 후에 보도된 것이다. 한국에서는 복제소, 복제돼지가 태어나기도 전에 떠들썩하게 매스컴을 타는 것과는 매우 다른 모습이었던 것이다. '돌리'는 100여개 국가에 특허출원이 되어 현재 각 국이 '돌리'를 놓고 심사 중인데, 한국ㆍ일본ㆍ미국 등은 만드는 기법에 특허를 내줬으나 복제동물 자체에 대해서는 장기간 심의 중이며, 이런 가운데 유럽은 기법뿐 아니라 돌리 자체에 대한 특허를 내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한다.

"원천기술을 확실히 보유하고 있고, 이 기술은 오직 우리나라 한국만이 독보적으로 갖고 있는 기술이며, 이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지 않을까 몹시 걱정스러울 뿐이라는 게 나의 입장이다."

황우석 교수가 작년 말 궁지에 몰린 상태에서 했다는 말이다. 황우석 교수는 치열한 국제적 생명공학 특허전쟁에서 한때 우리에게 커다란 희망을 안겨주었었으나, 어쨌든 그는 한국의 생명공학에 후진기어를 밟아버린 꼴이 되었다. 그 스스로가 부인했던 과학의 '후진기어'를 그 스스로가 발명해 낸 우스운 꼴이 되어버린 것이다. '과학이라는 차체의 후진기어'는 황우석 교수 개인의 특허품으로써 그 혼자만이 향유하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나, 그가 말했던 것처럼, 과학이라는 차체에는 후진기어가 있어서는 안 될 것이고, 또한 이번 사태로 우리나라의 생명공학이 후퇴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이번 사태가 일부의 추측처럼 음모론에 의한 것이었고, 그 음모가 밝혀져 한국의 생명공학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막게 되는 상상을 하는 것은 너무나 애처로운 필자만의 백일몽일까?

◆필자 소개

임상철 변호사는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으며, 독일 괴팅엔대학교 경제학과 Diplom과정과 영산대학교 법무대학원 국제법무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정도법률사무소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주소: sml98@naver.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임상철 변호사의 특허이야기-4] 생명공학 특허전쟁에 후진기어는 없는가?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