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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의 '反 공개SW' 보고서 논란...MS 연구 지원


 

최근 서울대 경제연구소 기업경쟁력연구센터(소장 이승훈 교수)가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한 경제적 유발효과를 분석한 연구결과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 상용소프트웨어의 경제적 유발효과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의 이 연구보고서는 상용소프트웨어 산업이 국내 경제 전반에 미치는 경제적 파급효과를 측정한 경제분석 보고서. 상용소프트웨어의 총생산 유발효과, 총 부가가치 유발효과, 고용창출 효과 등을 연구해 그 결과를 담고 있다.

이 연구에 참여한 연구진들은 서울대 경제학과 김선구, 류근관, 이상승 교수 등 3인이 주축이다.

순수 경제학자들의 관점에서 소프트웨어 산업의 경제유발효과를 분석해 내놓은 결과라는 점에서, 그 자체만으로 의미있는 시도로 평가할 만 하다.

그러나 이같은 의미에도 불구하고, 이 보고서가 자칫 논란의 불씨를 제공할 수도 있는 우려를 던져주고 있다. 경제학자의 관점에서 경제유발 효과를 분석해 데이터를 추출한 것은 의미있는 시도였지만, 소프트웨어 산업 특성에 대한 고려는 소홀해 보이기 때문이다. 연구보고서에서 어떤 '의도'마저 엿보인다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해 보이기까지 하다.

'한국 상용소프트웨어의 경제적 유발효과에 관한 연구발표'라는 제목이 보여주듯, 소프트웨어 산업이 전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이 보고서는, 그러나 실제 내용은 독점 소프트웨어와 공개 소프트웨어의 경제유발 효과를 비교해 보여주는데 더 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보고서의 욕심은 여기서 시작됐다.

◆ 경제유발 효과, '상용SW가 공개SW의 40배'

보고서의 내용을 보자. 이 보고서는 2003년을 기준으로 전체 소프트웨어산업에서 상용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97.21%, 총생산 유발효과는 26조5천941억원, 총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15조7천197억원이라는 결과를 담고 있다. 고용창출 효과는 24만565명이었다.

이와 비교해 공개소프트웨어는 소프트웨어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79%, 총생산 유발효과가 7천632억원, 총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4천512억원, 고용창출 효과는 6천904명에 불과했다고 결론지었다.

이같은 비교 데이터를 바탕으로 상용소프트웨어가 공개소프트웨어에 비해 최소 40배 이상의 경제유발 효과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상용소프트웨어와 공개소프트웨어의 경제유발 효과 분석이 이번 연구의 핵심으로 비쳐진다.

서울대 이상승 교수도 "우리 정부는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을 중심으로 공개SW 지원을 통한 소프트웨어산업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의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산업 전반에 걸친 경제학적 분석 및 접근이 선행돼야 한다"며 이번 연구의 배경을 소개했다.

류근관 교수도 "이번 연구결과에 따르면 2003년 기준으로 공개소프트웨어가 국내 제반 경제분야에 미친 파급효과가 상용소프트웨어에 비해 현격히 작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며 "정부가 인위적으로 특정 개발방식의 소프트웨어 지원을 통해 소프트웨어산업을 진흥하려는 정책이 과연 타당성을 갖는 것인지 한 번 쯤 되짚어 볼 계기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두 교수는 "정부의 정책이 잘못됐다는 얘기가 아니라, 국민의 세금으로 펼치는 정책이라면 정책 시행에 앞서 전체 산업 및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가능성에 대한 검증된 입증자료가 먼저 제시되어야 하며, 그 입증 책임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며 "그런 점에서 부족했다는 문제제기이자, 향후 그런 검증과 입증의 연구를 위한 기초 데이터를 제공하기 위한 연구였다"고 강조했다.

상용소프트웨어와 공개소프트웨어의 경제유발 효과를 비교분석함으로써 이 보고서가 말하고자 한 것은 결국 현재 공개소프트웨어 정책에 대한 문제제기인 셈이다. 특히 공개소프트웨어 정책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보고서는 결론 부분에서 공개소프트웨어에 대한 정부의 진흥책이 추구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며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째, 상용소프트웨어의 시장 점유율이 높다는 이유로 정부의 공개소프트웨어 지원정책이 논리에 정당성을 주지 않으며, 특정 상용소프트웨어의 점유율이 높은 것은 독점 때문이 아니라 기술혁신의 결과일 수 있으므로 이를 반드시 규제의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네트워크 외부성'을 생각할 때, 공개소프트웨어에 대한 인위적 지원이 가져올 기존 소비자들의 네트워크 효과에 따른 효용의 감소분에 대한 고려도 필요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둘째, 공개소프트웨어 진흥정책 자체가 국산 소프트웨어 기업의 질적인 발전을 이루는 데 직접적 기여를 할 수 있는 가에 대해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는 점이다. 이번 연구결과가 보여주 듯 오히려 상용소프트웨어가 전체 경제유발효과면에서 월등히 앞서고 있다는 점이 이러한 주장에 맞물려 있는 셈이다.

◆ 비교의 타당성에 대한 문제제기

'산업연관분석(Input-Output Analysis)'이라는 경제학적 분석틀을 통해 소프트웨어 산업을 연구해 데이터를 추출해 낸 것은 분명 의미있는 일이다.

무엇보다 도출해 낸 자료가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중인, 그리고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에 있어 현재 큰 '화두'로 부상한 공개SW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의 근거로 작용하는 것이라면 짚어볼 가치가 있다. 더구나 국내 최고의 상아탑에서 나온 연구보고서라면 말이다. 정부의 정책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라면 더더욱 관심을 쏟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보고서는 지나친 욕심을 부렸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아쉬운 대목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우선 소프트웨어 산업, 특히 공개소프트웨어에 대한 인식의 출발점부터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공개소프트웨어의 반대개념으로 '상용소프트웨어'라는 표현을 쓴 것부터가 그렇다. 공개소프트웨어는 저작권의 배타적 독점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개념이지, 그것이 '상용'이 아니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공개소프트웨어도 얼마든지 상용제품으로 출시될 수 있고, 그러고 있다. 마치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비교가 아니라, '민주주의와 공산주의'를 비교하는 우를 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들게 한다.

이에 대해 서울대 이상승 교수는 "우리나라말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적절한 표현을 찾기가 쉽지않아, 일반적으로 이해가 쉬운 표현을 쓰게 됐다"고 해명했다.

영어로는 분명 'Proprietary Software'라는 표현을 썼으니 그렇게 이해할 수 있다 하더라도, 소프트웨어산업 전체가 수익모델로써 패키지 판매 등 라이선스 모델보다는 '서비스' 모델로 치닫고 있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보고서가 지적한 "공개SW의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는 장기적으로 이를 통한 우리나라 소프트웨어산업의 수익창출이 가능할 지에 대해 의문이 들게 한다"는 지적은 뜬금없어 보인다.

비교의 시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2003년 데이터를 기준으로 했다. 2003년이면 정부가 공개SW 정책을 막 시작하려던 때였고, 또 당시는 공개SW가 국내 소프트웨어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미미했던 시점이었다. 공개SW 정책의 효과 분석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적어도 2005년 시점에서 파악했어야 했다.

결정적으로 상용소프트웨어와 공개소프트웨어의 경제유발효과 비교는 어찌보면 '결과가 뻔한' 것이었다. 97%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한 상품과 기껏 2.7%의 점유율에 불과한 상품의 경제유발효과를 절대적 수치로 비교한 것은 적절치 못했다.

상용소프트웨어가 97% 시장 점유율 상황에서 총생산 유발효과가 26조6천억원 수준이었다면, 공개소프트웨어도 97%라는 시장점유율 상황으로 가정했을 때 나온 경제유발효과를 추정해 비교했어야 온당했다는 생각이다.

서울대 류근관 교수도 "좀 더 충분한 데이터가 축적되면 그러한 비교가 이뤄져야 하는 것은 맞다"며 "이번 연구결과가 최종적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앞으로 더 나은 연구의 밑거름이 되는 기초 데이터이자, 그러한 연구의 촉진제 역할을 하기 위한 의미라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 연구보고서의 의미가 반감되는 또 다른 이유

이번 연구보고서는 소프트웨어 그 자체에만 집중돼 있던 그동안의 조사나 연구가 경제학적 관점에서 분석해 기초 데이터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가치있는 결과로 평가된다. 이는 향후 계속될 연구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점은 서울대 연구팀 스스로도 이번 연구결과에 가장 크게 부여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과 관련해서는 신뢰할 만한 통계 수치가 절대 부족한 상황이다. 정부나 각 기관, 민간업체 등마다 제각각의 수치를 제공하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서울대 연구팀도 이 부분에서 가장 힘들었다고 토로한다. 추정과 가정이 어쩔수 없이 가미될 수 밖에 없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그러나, 그랬다면 데이터 추출 그 자체로 의미있었다는 점에서 머물렀어야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연구결과를 기초로, 결과적으로 공개SW에 대한 정부의 정책에 대한 문제제기의 근거자료로 제시됐다는 점은 신중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경제학 관점에서 소프트웨어 산업 전체에 대한 경제유발효과 분석은 필요한 일이고 남다른 의미를 가졌겠지만, 그것이 상용소프트웨어와 공개소프트웨어의 비교로 확산되면서 연구결과의 의미를 반감시켰다.

더욱이 이번 연구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지원으로 이뤄진 것이었다. 서울대 연구팀은 학자적 양심에 따라 연구한 것이라며,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MS의 지원 프로젝트였음을 앞서 공개했다.

그렇다면 'MS와 공개소프트웨어의 경제유발효과 비교분석'이란 제목이 더 솔직한 것이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든다. 연구보고서가 정의한 상용소프트웨어 업체들만 봐도 공개소프트웨어를 공개적으로 지원하고 있고 막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거대기업들이 많기 때문이다.

연구보고서에는, 반독점 소송과 공개소프트웨어 진영의 위협에 시달리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늘 주장하는 반대논리가 곳곳에서 눈에 띈다.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독점은 기술혁신의 자연스런 결과일 수 있다는 등의 얘기가 굳이 이번 연구보고서에 담아야 했는가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그러한 점은 분명 '어떤 의도'를 읽어내기에 충분해 보인다.

비록 학문적 연구결과였다고 하지만,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이번 연구를 지원한 속내를 드러냈다.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소프트웨어 지원 정책의 타당성에 문제를 제기한 연구결과가 나왔다며 한껏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공개소프트웨어 정책이 좀 더 실증적이고 이론적 뒷받침을 바탕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공개소프트웨어 정책에 대한 문제제기도 좀 더 실증적이고 이론적인 뒷받침이 따라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번 연구보고서는 공개소프트웨어 정책에 대한 문제제기로서, 실증적이고 이론적 뒷받침을 제공한다고 보기엔 너무도 아쉬운 점이 많았다.

서울대 이상승 교수는 "이번 연구가 최종적인 완벽한 결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소프트웨어산업이 중요한 만큼, 이제 경제적 관점에서 실증적인 연구가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 온 만큼, 그런 연구의 초석이자 시발점이 되는 데이터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정책의 타당성에 대한 입증은 정책입안자들의 몫이다. 이번 연구는 소프트웨어산업 발전을 위해 공개소프트웨어 정책을 강력하게 펼치고 있는 정부에, 입증 노력을 촉구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고 덧붙였다.

향후 진지한 연구의 '의미있는' 참고자료가 될 수 있기를 거듭 강조했지만, 지나친 욕심이 순수한 의미를 반감시켰다는 아쉬움이 떠나질 않는다.

김상범기자 ssanb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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