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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이 국가경쟁력"...최휘영 NHN 대표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21세기 디지털 정보화 시대에는 이 말은 더 이상 명제가 아닌 듯 싶다. 오히려 '권력은 '검색창'에서 나온다'는 말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정보화 시대의 화두로 보인다.

하루 수 천만명의 네티즌들이 검색창에 쳐대는 키워드가 대한민국의 넷심의 용광로요, 분출구라고 보면 결코 과언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NHN이 운영하는 네이버(www.naver.com)는 대한민국 '검색창의 제왕'이다. 그리고, 최휘영 NHN 대표이사(40)는 지난 2002년 입사한 이래 네이버를 대한민국 최강 '검색창'으로 키워 온 인물이다.

회사 주식을 한 주도 갖고 있지 않은 그가 어떻게 코스닥 시가총액 1위인 NHN를 경영하는지, '검색'을 통한 글로벌 시장 제패 전략은 무엇인지, 그리고 사이버 명예훼손 등 인터넷 포털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에 대한 시각과 최고 포털 업체의 수장으로서 애환을 들어봤다.

◆ 검색은 '인터넷 허브'...장기비전에 초점, 글로벌 '승리' 자신

"인터넷의 허브는 바로 '검색'입니다. 모든 영역의 연결 고리인 셈이죠. 기본 축이라는 겁니다. 우리는 초창기부터 검색의 가능성에 주목했고 남들보다 먼저 수익원을 찾은 것 뿐입니다. 검색은 뉴스면 뉴스, 음악이면 음악 등 연결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따라서 검색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고 앞으로도 피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치열한 국내 경쟁이 오히려 글로벌 경쟁에서 약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크게 보면 검색은 아직도 '레드 오션'이 아닙니다."

최 대표는 지금은 모든 업체가 검색에 올인할 만큼 '검색의 시대'라고 단언한다.

검색이 '인터넷의 허브'라는 말도 '검색'이 세상 모든 영역과 연결되어 확장할 수 있는 잠재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최 대표는 그러나, 네이버가 다른 경쟁사들보다 더 높은 정상에 있는 이유는 검색에 대한 연구와 고민의 깊이가 남들과는 다르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검색사업을 어떻게 하면 잘 할까'라고 고민하는 것은 다른 업체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우리의 고민은 다른 곳보다는 농도가 짙은 것 같아요. 우리는 어떤 하나의 서비스에 집착해서 조급해 하거나 서두르지는 않습니다. 장기적으로 검색이 확장될 수 있는 범위와 여기에 플러스 알파를 고민하는 편이죠. 그래서, 구글이나 야후, 그리고 MS 보다 나은 그 무언가를 찾기 위해 열심히 고민 중입니다."

결국, 최 대표의 말은 네이버가 눈 앞의 단기적인 목적보다는 '장기 비전'을 갖고 움직인다는 뜻이다. 다른 업체들이 사용자들에게 '일시적 장점'을 주지만 네이버는 이보다는 뭔가 다른 '장기적인 장점'을 제공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네이버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2005 세계 도서전'에 참가한 한국 기업들을 후원한 것도 바로 이런 고민에서 출발한다.

◆ 'NHN 인사이드'...윗사람과 아랫사람의 조화, 무수한 '검증' 단계 거쳐

정말 그랬다. 네이버는 지금의 이해진 최고전략책임자(CSO)가 99년 회사를 처음 설립할 때부터 검색의 '자주 독립'을 줄곧 외쳐 왔다. 그래서, 지금의 세계 검색 강자인 구글과는 약간 다른 서비스 전략을 고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운이 좋았다고 보기엔 이들의 선택과 집중이 시대의 담론을 정확히 꿰뚫어 보고 있었다는 표현이 옳을 것 같다. 99∼2000년 당시 독자적인 검색엔진 기술을 확보하는 일이 가장 우선이라고 생각했던 전략적 판단이 적중해 지금 그 열매를 맺고 있는 셈이다.

그럼, 누구나 먼저 했다고 지금의 네이버가 되었을까.

최 대표에게 네이버의 자랑을 좀 해 달라고 했다. 어떤 식으로 새로운 투자나 서비스 개발의 의사 결정을 하느냐고. 벤처 마인드가 강한 네이버가 대기업이 하는 식의 시뮬레이션 조직이나 인프라를 갖고 있느냐고 물었다.

"다른 기업처럼 시장 조사는 누구나 다 하겠죠.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실무자가 가져온 계획을 윗사람이 검증하고 또 윗사람의 생각을 아랫사람이 검증하고 해서 시야를 조정하고 미래에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을 시뮬레이션 하는 방법이죠. 회사의 큰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의사결정의 경우엔 전략위원회를 거치고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하는 시스템입니다."

최 대표는 그러나, 어느 선을 넘어서면 논리적인 설명보다는 '직관'에 의존해야 할 때가 있다고 시인한다. 위험을 줄이기보다는 시장의 타이밍을 놓쳐서는 안 될 때 주로 발휘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창업자가 평소 영화를 좋아한다거나, 게임에 관심이 많아서 어느 날 갑자기 그 사업을 해야겠다는 식의 대기업 오너 중심의 경영방식과는 다르다. 한 사람의 직관보다는 다수의 직관이 움직여야 함은 물론이다. NHN의 중국과 미국 시장의 진출이 이에 해당된다.

그는 또 '새로운 것을 하는 것에 익숙한 회사 문화도 장점이 아닐까'라고 꼽았다.

최 대표 역시 실무자들과 실시간 e메일 보고를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즐겨 하고 있으며 임원진들 모두 자신과 생각이 다른 아랫사람들과 끊임없는 토론과 검증에 익숙해 있다고 전했다.

최 대표는 그러나, 휴가나 밖에 나가 있을 때 아랫사람들에게 잔소리가 더 많아진다며 자신도 어쩔 수 없는 시어머니 스타일의 CEO임을 고백(?)하며 웃는다.

◆ 최휘영은 자유롭다?...포용력, 자기 소신 강해

다른 인터넷 기업들의 CEO와는 달리 최 대표는 창업자 출신의 CEO가 아니다.

그는 업계에서는 보기 드문 통신사 정치부 기자출신이다. 그래서 NHN의 주식을 한 주도 갖고 있지 않다. 그런 그가 시가총액 3조원에 가까운 NHN의 간판 얼굴인 네이버의 뉴스부문 총괄책임자에서 회사의 수장까지 오르게 된 것은 어찌 보면 행운에 가깝다고 볼 수도 있다.

기자가 볼 때 최 대표는 네이버와 한게임의 창업자이자 서울대 동기생 사이인, 그리고 같은 삼성 출신인 이해진 최고전략책임자(CSO)와 현 김범수 공동대표를 잇는 물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그들이 갖고 있지 못한 그 무언가를 채워주고 가교 역할을 하는 완충 지대이자 공동구역이다. 마치, 평상시에는 존재를 잊고 있지만 그것 없이는 살 수 없는 '물'과 같은 친근함과 포용력을 갖고 있다. 그가 없는 NHN은 상상하기 힘들고 그가 있어 NHN이 더 든든하고 단단해 보인다.

그런 점에서 최 대표는 자유롭다. 직원들을 믿고 자신의 소신을 적극적으로 펼칠 수 있다.

최 대표는 때론 포털 CEO라는 직책에 대해 한 가지만 알아서는 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토로한다. 포털과 연계된 분야가 바로 이 세상 전체이기 때문에 CEO도 다방면에 지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치부 기자 출신이면서 사람 만나 얘기하고 술 마시기 좋아하고 기자시절 축구 경기에서 무려 5골을 넣었을 만큼 운동을 좋아하는 최 대표이지만 수많은 서비스 분야에 대해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갖는다는 것이 어렵다.

"영화제에 가서는 영화인들과 얘기를 나누고, 붉은 악마와는 축구 얘기를, 음악 분야에서는 음악 장르에 종사하는 분들을 만나야 하는 일이 많다"며 "포털 CEO는 다양한 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있어야 할 것 같다"며 고개를 젓는다.

최근 잭 월치가 쓴 '위대한 승리'라는 책을 읽고 다시 곱씹어 보고 있다는 최 대표는 우리의 기업 CEO가 반성해야 할 점이 많은 것 같다고 했다. 기자 출신이라서 그런지, 지금도 사회의 각 분야에서 그를 불러주는 이들이 많다.

◆ "지금은 문명적 패러다임의 전환기, 인터넷 문명 미성숙"

주제가 좀 무겁게 흘렀다. 국내 최대 포털 대표와 기자가 만나 이 이야기를 안하고 넘어갈 수는 없다.

사이버 폭력과 명예훼손, 포털의 집중화, 개인정보보호법, 주민번호대체 수단 등등 인터넷을 둘러싼 최근 우리 사회의 갈등과 마찰에 대한 문제다. 이보다는 인터넷 포털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비판적 시각이라는 말이 옳을 것 같다.

최 대표는 이 문제에 대해 문명적 패러다임의 전환에 따른 '과도기적 현상'이라고 역설한다.

"과거는 문자와 출판 인쇄, 그리고 매스미디어 시대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인터넷을 통한 쌍방향 정보 교환이 가능한 시대입니다. 과거의 특징은 일방적인 정보의 전달이지만 지금은 쌍방향이라는 게 특징이죠.

오늘날의 네티즌들은 정보의 소비자이자 직접 생산하고 전달하기도 하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책임과 윤리의식은 아직 미흡한 것 같습니다."

최 대표는 "우리 사회가 디지털 정보화 사회로 전환되었지만 이에 걸 맞는 책임과 윤리 의식은 아직 성숙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며 "이는 전 인류사에서 볼 때 지난 10여년에 지나지 않은 인터넷의 역사를 감안하면 책임과 윤리의식이 내재되기 전에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능력의 한계를 망각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따라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공동체적인 논의와 룰(규칙)이 필요하고 특히 이 과정에서 포털의 역할과 책임이 매우 크다는 게 최 대표의 생각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가 처음 개발되었을 때 너무 빨리 달려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이를 오늘날 문명의 이기로 바꾸어 놓은 지혜를 인터넷에서도 모색해 보자는 것이다.

그는 포털 역시,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수많은 정보의 전달과 표현의 자유, 쌍방향 소통 등을 통해 사회의 민주화와 소비자 주권의 확장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만큼 포털의 새로운 가치를 유용하게 발전시킬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또, 이를 위해 포털, 정부, 네티즌 모두가 함께 기준과 룰을 만들어 나가는 공동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 포털에 대한 비판 너무 일면적...사회적 책임과 역할은 통감

최 대표는 그러나, 포털에 대한 비판과 규제 일변도의 정책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작금의 인터넷에 대한 이해가 너무 단선적이고 모두가 자기 영역에서만 바라보려는 일면적인 측면이 없지 않다"며 자신의 입장을 피력했다.

인터넷에서 개인정보를 수집하거나 노출시키지 말자고 하면서 실명제를 추진한다거나, 방송과 신문의 속성을 모두 갖고 있는 멀티미디어인 포털 뉴스를 어느 한 쪽의 법으로만 규제하려는 정책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해외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법과 제도를 만들어 결과적으로 이제 막 대한민국이라는 울타리를 뛰어 넘으려고 하는 국내 인터넷 산업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것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라는 것.

"그렇다고 포털에 대한 견제와 감시가 없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이것에 대한 필요성은 부인하지 않습니다. 내부의 잠재적 위험성을 극복하기 위해 검증장치를 마련하고 살 떨리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터넷이 주고 있는 새로운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고 작은 부분이 전체인 양 비약해서 조급하고 잘못된 처방을 내려서는 안 됩니다. 지금의 일면적인 접근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최 대표는 얼마 전 사이버 폭력의 피해 당사자가 되기도 했다. 게시판 악성 댓글에서 그가 난데 없이 부산에서 발생한 중학생 급우 폭행 사건의 가해자인 최모 군의 아버지로 지목된 것이다. 성난 네티즌들이 게시판에 올린 최 모 군의 개인신상 정보가 담긴 악성 댓글을 삭제하자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그러나, 최 대표는 이 일 때문에 한동안 마음 고생을 심하게 했다고 한다.

최 대표는 슬하에 중학생 딸과 초등학생인 아들 등 두 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 평범한 가장이다.

아직 성숙되지 못한 인터넷 문화에 대한 자기 반성과 끊임없는 성찰의 출발점은 포털 업체들이 되어야 하겠지만 그 책임과 역할은 어는 일방이 아닌 공동의 분담과 노력으로 해소해 나가야 한다는 말이 최 대표의 입가를 맴돈다.

◆ "디지털 시대 '검색'은 곧 국가 경쟁력, 구글 아닌 네이버가 실현"

세계 공통 언어인 '게임'이 아니라 '검색'을 갖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최 대표는 '그렇다'고 말했다.

구글과 야후에 견주어 네이버의 경쟁력 검증은 지금까지 국내에서 밖에 이뤄진 게 없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당당히 겨뤄볼 만하다는 게 최 대표의 견해다.

"게임으로 먼저 진출해 사람들을 모으고 이후 현지 사용자들에게 가장 결합하기 쉬운 포인트를 찾아 검색과 결합하는 전략이 지금까지 안에서 갖고 있는 기본 복안입니다.

예를 들어, 중국과 일본, 미국 등지에서 게임으로 트래픽을 모으고, 이를 기반으로 커뮤니티나 검색 등으로 확장해 발전해 나가는 일입니다. 이 과정에서 국내 업체들이 꼭 경쟁 상대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해외에서도 손을 잡을 수 있는 여지는 많다고 봅니다."

최 대표는 일본의 경우 날씨 정보가 의외로 인기가 많다면서 사업 모델은 검색과 연계되겠지만 안에 담는 콘텐츠는 현지화에 맞추는 것이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시대에 누가 정보에 빨리 접근하고 전달, 생산하느냐는 바로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우리도 그러한 시스템을 키우고 지원해야 합니다. 구글이 세계 최고의 검색 업체인지는 몰라도 대한민국 사용자에게 최고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한번 생각해 볼 여지가 있습니다."

최 대표는 상위 몇몇 포털에 의한 집중과 독점화 현상은 걱정스러운 일이지만 인터넷은 소비자들의 전환비용을 요구하지 않는 시장이기 때문에 사용자의 선택의 자유를 보장해야 하면 이를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최 대표와 이야기를 마치고 난 뒤 어딘지 모르게 그가 어떤 사명감을 갖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한국이라는 울타리를 벗어 던지고 세계로 나아갈려는 그의 '사명감'이 10년 뒤 어떤 모습으로 실현될지 궁금해진다.

글로벌 경쟁을 펼쳐야 하는 산업의 고민과 정책이 자꾸만 국내에만 국한되는 경향이 있다는 그의 말이 귓전을 때린다.

정진호기자 jhju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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