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
온라인 게임 시장을 두고 예측 불허의 대격전이 벌어진다. 리니지 등이 장악했던 시장에 개발비만 수십 억 원 이상이 들어간 대작이 곧 줄줄이 도전장을 던지는 것. 그들이 제공하는 게임 내용만큼이나 이용자를 뺏기 위한 게임간 격돌도 흥미진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존 정통 역할수행 게임(RPG)에 PC 및 콘솔 게임이나 1인칭 슈팅(FPS) 게임 방식을 적용하는 등 격전의 방식도 예년과 달리 현란하다.
아이뉴스24는 2005년 벽두부터 '온라인 게임 춘추전국시대'에 출전할 주요 게임을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주]
무려 65대의 'WOW' 게임 서버가 돌아가고 있고, 매일 20~30만 명의 이용자가 동시에 접속해 이 게임을 즐기고 있다. 이 정도면 지난 수년간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난공불락의 위치에 있던 '리니지'와 '리니지2', '뮤'의 아성을 흔들기에 충분한 수치다. 이 때문에 모든 온라인 게임 업체들이 조만간 시작될 'WOW'의 유료 서비스에 집중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공개 서비스 이후 이용자들이 보인 폭발적인 반응을 보면, 'WOW'가 2005년 온라인 게임 시장에 커다란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은 확실해 보인다. 'WOW'의 파장은 이미 오래 전부터 예고된 것이었다. 이 게임의 개발사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는 지난 94년 '워크래프트'를 시작으로 '디아블로', '스타크래프트' 등 PC 게임을 잇달아 선보이면서 국내에서만 600만 장이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블리자드의 배틀넷(www.battle.net)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적으로 100만 명 이상의 이용자가 동시에 접속해 즐기고 있는 최대 온라인 게임 서비스이기도 하다. '블리자드 스케일'의 결정체라 할 수 있는 'WOW'는 '워크래프트' 시리즈의 세계관과 배경 이야기를 전승하고 있다. 평화롭던 우주의 질서는 타락한 신이 이끄는 '불타는 군단'에 의해 발견된 '아제로스'라는 행성에 의해 금이 가기 시작한다. '얼라이언스'와 '호드' 세력으로 갈라선 여러 종족들은 한 때 '불타는 군단'의 침략에 대항해 힘을 모으기도 했으나, 두 진영 간 동맹이 깨지면서 종족의 자립을 위한 처절한 전쟁이 시작된다. 이를 바탕으로 하는 장중한 배경 이야기에 걸맞게 'WOW'의 게임 내 세계 또한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하다. 그 속에서 이용자들은 수천 개에 이르는 퀘스트(이야기를 따라가는 임무)를 실행하면서 무궁무진한 모험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기존의 다중접속 역할수행 게임(MMO RPG)에서는 최고의 레벨에 등극해 강력한 아이템을 가지고 캐릭터들 사이 영웅으로 존립하는 게 가장 큰 목표였다. 그러기 위해선 '노가다'라 불리는 끊임없는 사냥과 전투 및 아이템 구매가 필수적으로 뒤따랐다. 그러나 'WOW'에서는 단순한 사냥을 반복할 필요도, 현금을 주고 아이템을 거래할 필요도 없다. 하나하나의 퀘스트를 실행해 가면서 기존 온라인 게임에서 느낄 수 있었던 것 이상의 재미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퀘스트를 따라가다 보면 어렵지 않게 최고 레벨인 60에 도달할 수 있고, 그 이후에도 영웅 시스템, PvP(이용자 간 대결), 집단 전투 시스템 등을 통해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된다. 블리자드는 캐릭터의 등급마다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을 제한하고, 거래가 되지 않는 '귀속 아이템'과 같은 개념을 도입하는 등 아이템 현금 거래 자체가 일어나지 않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와 함께 블리자드는 장시간 게임을 해야 능력치를 많이 올릴 수 있는 기존 MMO RPG와 달리, 일정 시간이 지나면 이용자의 캐릭터가 얻을 수 있는 경험치가 점점 줄어드는 '피로도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새로운 온라인 게임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이밖에 국내 이용자들이 외산 게임 'WOW'에 열광하는 이유는 개발과정에서 한국 정서에 맞도록 적잖이 신경을 썼기 때문이다. 'WOW'에서는 단순히 영어의 음이 한글로 바뀐 게 아니라, 의미까지 담겨져 변경됐다. '더스크 우드'는 '그늘 숲', '페티드 콥스'는 '악취나는 시체', '프로스트 볼트'는 '얼음 화살' 등으로 바뀌었고, 캐릭터의 음성도 우리말로 바뀌어 명확하게 의미가 전달되고 있다. 이와 함께 블리자드는 남대문, 석가탑과 같은 건물을 판타지 영상으로 게임 속에 등장시키는가 하면, 캐릭터의 일부 갑옷과 무기 그리고 게임 내 풍습까지도 한국 역사를 바탕으로 제작하는 등 우리나라 이용자들을 배려하는데 열의를 보였다. 이를 통해 'WOW'는 외산 온라인 게임이 국내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을 날려버리는 데 성공했다. 오히려 온라인 게임 최강국인 우리나라가 외산 온라인 게임에서 배울 것이 많다는 점을 상기시켜 주고 있다. 서비스 초기 접속 폭주 및 서비스 운영의 미숙으로 나타났던 끊김현상도 원활하게 해소되고 있다. 'WOW' 한국 서비스를 맡고 있는 블리자드 한국법인에서는 100여 명의 운영 및 마케팅 인력이 투입돼 있다. 이들은 향후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개선하고, MMO RPG를 접해보지 못한 이용자들을 위한 대규모 마케팅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WOW 유료화 폭풍' 후에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의 지형이 어떻게 변화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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