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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대한민국에선 SW사업 안하겠다"...조성구 얼라이언스시스템 대표


 

"회사의 존폐를 걸고 끝까지 갈 것이다. 어차피 이런 상황에서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면 안하는 게 낫다."

결코 물러설 태세가 아니다. '문을 닫아도 좋다'는 말을 거듭 강조할 만큼 조성구 얼라이언스시스템(www.allisys.co.kr) 사장의 의지는 남다르다.

사실 그만한 각오가 아니었다면, 한참 진행중인 프로젝트에서 도중에 손을 떼고 철수하는 모험도 하지 않았을 지 모른다. 그것은 스스로에게도 엄청난 위험 부담을 안겨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일은 시켜놓고 작업은 다 끝나가는데, 제품을 사주겠다는 계약은 차일 피일 미루고 있다는 게 조 사장의 주장이다.

사실, 삼성SDS가 계약을 맺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애초 약속했던 가격이 아닌, 30% 이상 할인된 가격으로 계약을 맺자고 해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버티다, 들어주지 않자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손을 떼고 나온 것이다.

그 뿐 아니다. 조 사장은 2년전 삼성SDS가 전략적 협약서를 맺어놓고도 그동안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손해배상 청구까지 준비중이다. 그는 "중소 SW업체와 맺은 계약은 안지켜도 된다는 것인가"라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의 두 축인 SI와 중소 SW사업자의 사이에 과연 상생은 이루어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조성구 사장은 '총대를 메는 심정'으로 나섰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과연 무엇이 그에게 총대를 매게 한 것인가.

대구은행에서 전격 철수한 지 4일이 지난 16일, 얼라이언스 사무실에서 조 사장을 만났다. 놀랍게도 그는 삼성SDS를 상대로 또 다른 싸움을 준비중이었다.

"정말 대기업 삼성이 해서는 안될 일을 하고 있다"며 울분을 토하는 그와 애기를 나눴다.

- 대구은행 프로젝트는 완전히 손을 뗀 것인가.

"손을 떼고 싶어 뗀 것이 아니다. 애초 약속대로 계약을 해줘야 일을 계속할 것 아닌가. 자기들 맘대로 갑자기 가격을 깍으라고 하면 말이되는가. 할인된 가격에는 도저히 할 수가 없다. 신뢰가 깨졌다."

- 그렇다 하더라도 이번 일로 회사의 이미지에도 손상을 줄 수 있지 않나.

"고객인 대구은행에는 충분히 상황 설명을 했다. 삼성이 '고객을 담보로 억지를 쓰고 있다'고 하는데 고객에 피해를 줄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래서 대구은행에는 '정말 필요하다면 아무 대가없이 프로젝트를 끝내주겠다'고까지 했다. 삼성과 별개의 문제로 말이다.

이번 일로 우리 회사에도 치명적이고 마이너스 요인 많은 것 안다. 각오했다. 이런 상황이 고쳐지지 않는다면 SW 비즈니스 안 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때문이다.

현재 일본에서 추진중인 사업이 성과가 좋다. 일본 시장은 우리와 다르다. 대기업 똘마니 생활 안해도 된다. 아예 국내에서 사업 접고 일본 비즈니스에 주력하는 것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 비록 억울하다 하더라도 이렇게 까지 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단이었을 것 같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대기업에게 얼마나 심하게 당하고 있는지 상상도 못할 것이다. 수도 없다. 다들 배가 고파, 어쩔 수 없이 참고 지냈지만 계속 이럴 수는 없다. 결국 대기업에 이용만 당하고 만다. 불쌍한 현실이다. 그런데 언제까지 이럴 것인가.

누군가 나서지 않으면 영원히 그럴 것인가. 회사가 망해도 좋다. 끝까지 붙겠다.

삼성은 왜 그런 적자 프로젝트를 시작해놓고 우리한테 덮어 씌우나."

- 일본 상황은 좋은가

"히다찌, ISID가 우리 파트너다. 이들을 통해서 이미 4군데 은행에 제품을 공급했다. 우리 솔루션에 대한 평가가 좋아, 다음달에는 또 다른 중견 SI 전문업체와 대리점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일본 사람들은 우리나라 시장 상황 얘기하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창피한 일이다."

-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

"한마디로 돈을 너무 잘 준다. 계약은 꼼꼼하지만, 한번 계약은 반드시 지킨다. 솔직히 너무 당연한 얘기 아닌가. SW에 대한 인식도 우리와 다르다. 유지보수 비용이 우리와 4배 정도 차이난다. 유지보수 비용을 리스트 프라이스의 15~18%다. 우리가 공급가격에 6~8%인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다. 워런티(무상 유지보수)도 그들은 3~6개월이다. 우리는 최소 1년이다. 그들은 또 우리를 부르면 교통비, 숙박비까지 다 대주더라. 정말 엄청난 차이다."

- SW 사업 한지 얼마나 됐나.

" 지난 5월7일이 창립 7주년이었다. 7년 정도 SW 비즈니스를 했는데, 이제 남는 것은 회의뿐이다. 대한민국 대단한 나라다. 여기서 SW 사업 아무도 못한다. 거덜나기 십상이다.

대기업이라는 특수한 재벌 계층이 있어 이들이 시장을 싹쓸어버리고 있다. 대단하다. 결국 시장이 좁아 과열경쟁에다 가격, 유지보수 다 형편없는 대우를 받고 있다. 고객들도 은근히 과열을 부추기고 있다. 정말 심각하다.

배곯아가면서 농사 지을 수 없지 않겠는가. 밥 못먹으면 죽는다. 정신력은 한계가 있다. 그렇게 되면 결국 위대한 작품 만들 수 없다."

- 삼성SDS에 전략적 협약 위반으로 손해배상 청구를 한다고 했는데, 준비중인가.

"변호사에게 일임했다. 지금 준비중이다. 하지만 전략적 협약서 위반뿐 아니다. 삼성SDS와 상대로 더 큰 싸움을 준비중이다. 그동안 우리는 정말 이용만 당했다는 생각뿐이다."

- 더 큰 싸움이라는 무엇인가.

"애초 삼성SDS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이 2년전 한 은행의 프로젝트에서였다. 그런데 최근 그 은행과 삼성SDS, 삼성SDS와 우리의 계약 간에 도저히 납득할 수 었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만일 사실이라면 정말 기가막힌 일이 될 것이다. 오늘(16일) 이와관련 삼성SDS에 확인요청 공문을 보냈다. 이번 건은 사실로 확인된다면 정말 모든 수단과 방법을 써서 싸울 것이다. 조금만 기달려달라."

- 비즈니스는 협상아닌가. 협상의 여지는 없는가.

"우리도 오죽하면 이렇게 까지 하겠는가. 그런데 삼성은 우리가 이러는 것에 대해 오로지 '버릇을 고쳐주겠다'는 투로 나오고 있다. 이런 태도가 우리 대기업의 모습이고, 우리나라 SW 시장의 현실이다. 자신들이 잘못한 것에 이의를 제기하면, 버릇없다고 하는 것이다. 이런 태도로는 곤란하다. 진지한 자세로 우리의 고민에 귀를 기울이고, 잘못을 인정한다면 얘기 안할 이유가 없다. 그러자는 것이다.

내가 혼자 이런다고 갑자기 세상이 바뀌지 않을 것 안다. 하지만 누군가 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지금 우리나라 SW 시장은 정말 위험한 수준이다. 또 총대를 메는 사람이 있어야 계속해서 나같은 사람이 나오지 않겠는가. 그렇게 되면 조금씩이라도 세상이 나아지지 않겠는가."

김상범기자 ssanb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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