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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과 달라, 한우물만 판다"...화이트정보통신


 

인사관리 솔루션 전문업체인 화이트정보통신(www.win.co.kr)은 지난해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발주한 인사관리 시스템 프로젝트의 수주전에서 세계 최고의 ERP 업체 SAP와 맞대결을 펼쳐 잇따라 승리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인사관리 솔루션(e-HR)만 갖고 있는 화이트정보통신이 토털 솔루션으로 중무장한 거물 SW기업 SAP를 누르고, 그것도 SAP의 ERP를 이용하는 고객에게 e-HR 모듈을 공급하는 '묘기'를 연출한 것이다.

SAP ERP를 이용하는 고객이라면 별차이가 없는한, e-HR 모듈도 SAP 제품을 쓰기 마련. 하지만 무명에 가까운 화이트정보통신은 이같은 공식을 보기좋게 뒤집어 버린 것이다.

화이트정보통신의 이같은 선전은 올해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화이트정보통신의 이같은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그 이면에는 화이트정보통신이 추구하는 '전문화 중심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

최근 IT패러다임의 키워드는 '통합'이다. 반대로 단품 솔루션 중심 전략은 '한물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를 보여주듯, 최근 IT 업체들의 변신을 살펴보면 통합에서 살길을 찾아보자는 의지가 강하게 엿보인다. 바야흐로 통합 전성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화이트정보통신은 대세를 거스르고 있다. 확실한 제품 하나만 갖고 전문화를 추구한다.

통합이 대세인 것은 맞지만, 그것을 제대로 소화할 능력은 안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황새를 따라가는 뱁새가 되느니, 능력있는 뱁새의 길을 걸어도 경쟁에서 지지 않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경험끝에 나온 e-HR 전문주의

그러나 화이트정보통신이 처음부터 전문성을 추구한 것은 아니다. 1990년 경영관리 SW로 출발한 이후 이 회사 역시 '된다 싶은 것'이라면 이것저것 관심을 보여왔다. 회계, 재무, 인사, 영업 등 기업의 모든 경영정보시스템을 제공하겠다는 야심은 물론, 한때 인터넷 서비스 사업에도 '한눈'을 팔기도 했다.

그러다 '전문화 중심주의'로 돌아선 것은 지난 2002년말에 가서였다. 이를 감안하면 화이트정보통신은 다각화 전략을 펼치다가, 이길이 아니라고 판단 전문화 중심주의로 돌아선 경우에 해당된다.

화이트정보통신은 진행하던 사업을 중도에 포기한 것은 지금 상황에서 보면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확신한다.

대표적인 것이 96년부터 시작한 전사적자원관리(ERP) 사업.

당시만해도 SW 산업의 키워드는 누가 뭐라해도 ERP였다. ERP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시대의 요구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것으로 평가되던 시절이었다. 화이트정보통신 역시 정부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등 ERP 전문업체로 승부수를 띄웠다.

그러던 화이트정보통신은 2년 후 'ERP는 아니다'는 결론을 내렸다.

화이트정보통신이 전망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던 ERP 시장에서 철수하게된 까닭은 무엇일까. 최악의 상황이 아니라면 어떤 사업에서 철수하는 것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닌데 말이다.

이와 관련 김진유 화이트정보통신 사장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말한다.

"어느 순간 돌아보니, ERP 업체를 표방하는 기업이 100여개나 됐다. 이건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다. 중소기업 시장은 100여개나 되는 기업이 가격 싸움만 벌이고 있고, 대기업 시장에선 명함조차 내밀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래서 기업경영 전반을 다루는 ERP는 포기하는 대신 인사와 회계 그리고 의사지원시스템에 집중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게 됐다."

결국 화이트정보통신의 ERP 사업 철수는 경쟁력이 없다면 생존할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실제 ERP 시장에서 화이트정보통신의 위상은 말 그대로 '별로'였다.

회이트정보통신의 전문화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지난 2002년말 나름대로 가능성이 있다고 봤던 회계관리 SW도 포기하고 가장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 인사관리(e-HR) 시장에 '올인'을 선언한 것이다.

이같은 e-HR '올인 전략'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정교하게 다음어졌고 결국 SAP와 맞붙어 연전연승할 만한 수준으로 발전했다. 지금은 화이트정보통신을 상징하는 트레이드마크로 자리를 굳혔다.

화이트정보통신은 스스로를 '기술 변화에 대처가 빠른 기업'이라고 평가한다.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남들보다 앞서 수용하고, 시장에 확산시키는 역할을 담당해 왔다고 자랑한다.

1990년 이후 유닉스, 오라클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경영정보시스템(MIS), 개발도구, 컴포넌트 기반 개발 방법론 등 시장에서 누구 보다 앞서 기술을 수용하고 개발해왔다고 자신한다.

지금 하고 있는 것은 하나이지만, 알고 있는 것은 많다는 것을 강조하고픈 의지가 엿보인다.

◆변신뒤 거물급 SW업체 잇따라 격파

전문화 중심주의로 변신한 뒤 화이트정보통신의 위상과 경쟁력은 눈에띄게 달라졌다.

화이트정보통신은 지난해 KT, 만도, KTF 등을 e-HR 고객사로 확보했다. 올해 들어서도 두산중공업, KT&G, 대우건설, 아주산업, 기업은행 2차 사업에 e-HR 솔루션을 공급하는 개가를 올리고 있다.

국내 중소 SW기업이 이만한 기업들을 고객으로 확보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SAP와 오라클 등 세계 최고의 기업들이 역시 e-HR 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초특급 ERP 업체와 일대일 대결서 승리한 것은 물론, SAP 제품을 자사 제품으로 '윈백'한 사례도 있다. SAP의 ERP 시스템을 도입해 사용하던 기업이 인사관리(HR) 만큼은 SAP가 아니라 화이트정보통신의 제품이 낫다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KT&G의 경우에는 삼성SDS, 현대정보기술 등 내로라하는 국내 SI업체들과 맞대결서 승리한 사례다. 솔루션 공급은 물론 SI까지 직접 나서 따낸 것이다.

물론 이같은 사례가 어쩌다 한번 있는 일이었다면 그냥 '이변'으로 넘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SAP의 ERP를 이용하면서 HR만큼은 화이트정보통신에게 맡기는 기업들이 한 두곳이 아니다. 화이트정보통신이 인사관리 솔루션을 공급한 기업들은 대부분 SAP의 ERP를 사용하고 있는 기업들이다. 단순한 이변으로 볼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혹시 "싼맛에 쓰는 것은 아닐까."

경영관리 부분의 SW는 가격만 싸다고 도입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더구나 화이트정보통신의 솔루션은 결코 '싸구려'로 팔리지도 않는다. 기술력에 걸맞는 가격을 받고 팔고 있다는 뜻이다.

김진유 사장은 "ERP는 자체적으로 인사관리 모듈을 갖고 있다. 하지만 우리 인사관리 솔루션은 왠만한 국산 ERP 전체 가격보다 서너배 비쌀 것"이라며 웃는다.

김진유 사장은 "인사 업무는 기업 마다 다르기 때문에 패키지 제품을 그냥 들여다 사용할 수 없다. 문화적 특성이 스며있는 제품이라는 얘기다. 또한 유연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SAP 등 외국 솔루션은 국내 기업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시장은 또 "이같은 단점을 보완하려면 많은 돈이 들어가게 되는데, 그러느니 바로 구입할 수 있는 토종 업체 제품을 구입하는게 유리하지 않겠느냐"며 "이런 이유로 한국 뿐만 아니라 어느나라에서도 HR 만큼은 현지 업체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화의 차이가 글로벌 업체들과의 경쟁에 있어 유리한 점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화이트정보통신은 지난해 4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전년대비 최소 25% 성장한 5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억단위 프로젝트에서만 논다

앞서 밝혔듯, 화이트정보통신 e-HR 솔루션은 싸구려가 아니다. HR 프로젝트 하나를 진행할때마다 많게는 10억 가까운 매출을 거둬 들인다.

국내 업체가 ERP 하나 구축하고 받는 것보다 많은 금액을 ERP에 들어가는 모듈 하나로 뽑아 올리고 있는 셈이다.

김진유 사장에 따르면 e-HR 시장은 한번 고객을 잡으면 계속해서 일감이 쏟아진다고 한다. 고도화 작업이라고 해서 2차 사업이 진행되고, 유지보수료 또한 짭짤하다는게 김 사장의 귀띔이다.

이같은 상황은 이떻게 가능했을까. 간단하다. 국내 ERP 업체들은 출혈 경쟁을 벌여, 가격을 깍아내리고 있는 반면 화이트정보통신은 수주를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가격 마지노선을 지키는 고집을 지켜왔기 때문이다.

가격을 후려치지 않아도, 제품 경쟁력에서 충분이 승산이 있다고 봤기 때문에 무리한 경쟁은 지양하게 됐다는게 김진유 사장 설명이다.

김 사장은 현재 중소SW사업자협의회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꺼려 하던 그가, SI업체나 정부 등 소위 '갑'들을 상대로 쓴소리를 내기 위해 만든 협의회에 참여하게 된 것은 이대로 가면 우리라나 SW 산업이 도저히 안되겠다는 위기감 때문이었다.

김진유 사장은 "SI업체들은 자기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일단 덤핑을 친뒤 부담은 솔루션 업체에게 떠넘긴다"며 "각 솔루션 부문에서 그래도 선도를 하고 있는 기업들만이라도 나서서 시장 질서를 지키는 데 목소리를 내고 힘을 합쳐야 겠다고 생각했다"고 협의회 참가 배경을 설명했다.

◆"만원짜리 한개보다 100원짜리 100개를 팔겠다"

e-HR의 가치를 극대화시키는 키워드로 CBD를 꼽은 것이다.

CBD는 여러개의 콤포넌트를 끼워맞춰 하나의 완성된 SW를 만드는 방식으로, 김진유 사장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분야이기도 하다. e-HR만으로 성장하려면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춰야 하는데, 그러기 위한 수단이 바로 CBD이기 때문이다.

김진유 사장은 "콤포넌트 기술이 정착되면 고객들은 현재 전체 프로젝트 공정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코딩을 30%이하로 줄이는 대신 시스템 안정화와 테스팅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유 사장은 또 "지난 10년간 컴포넌트 기술을 다듬어 왔지만, 아직도 가야할 길이 많은 것 같다"며 "궁극적으로 만원 짜리 SW 하나를 파는게 아니라 100원짜리 SW컴포넌트 100개를 파는 사업 모델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김 사장은 화이트정보통신이 추구하는 HR 전문주의는 바람직한 방향이며, 앞으로도 성장이 가능한 모델이라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김 사장은 "e-HR 시장은 컨설팅, 아웃소싱, 솔루션, ASP, 컴포넌트 등 다양한 방향으로 쪼개질 것"이라며 "이를 감안하면 전문성을 추구하면서도 사업을 다각화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명품SW에 도전한다

화이트정보통신은 자사 e-HR 솔루션은 아직까지 명품이 아니라고 인정한다. 그러나 명품으로 만들고 싶다는 의지는 감추지 않고 있다. 콤포넌트 기술을 조금더 보완한다면 명품으로 못만들 이유가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전문화 중심주의를 추구하는 이상, 제품 경쟁력이 약하면 존립이 위태로울수 밖에 없는 상황도, 명품만들기를 향한 화이트정보통신의 행보에 채찍을 가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명품을 만들고 싶어하는 화이트정보통신의 의지는 생존 전략에 가깝다. 명품 다운 SW를 만들지 못한다면 통합으로 밀고 나오는 경쟁자들에게 잡아 먹힐 수 밖에 없다.

현재 화이트정보통신이 상대하는 경쟁자들은 비슷한 크기의 국내SW 업체들이 아니다. SAP, 오라클, 피플소프트 등 이름만 대면 알아주는 거물급SW업체들이다.

화이트정보통신은 그동안 이들 업체들과 싸워 대등한 실력을 보여왔다. 그러나 앞으로도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다.

다국적 IT기업들은 잠재적인 경쟁자가 나타났다고 판단되면 미리 싹을 잘라버리는 극단적인 자세를 취한다. 화이트정보통신에게도 똑같은 논리를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

화이트정보통신은 이들 업체들이 아직까지는 자사를 크게 경계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

만일 거물급 SW업체들이 대대적인 압박 전술로 나올 경우 화이트정보통신은 과거와는 다른 가혹한 경쟁 환경에 직면할 수 있다. 물론 화이트정보통신은 제품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거물급SW업체들의 공세를 방어할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화이트정보통신이 위협적으로 판단하는 것도 있다. 인문 사회학이나 경영을 전공한 사람들이 e-HR 시장이 뛰어드는 시나리오다. 김진유 사장은 "SAP보다 이런 업체들이 더 걱정된다"고 말한다.

김 사장은 "이같은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현재 다른 분야 업체들과의 전략적인 제휴를 강화하고 있다"며 "조만간 그럴듯한 결과물을 보여줄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SW업계에서 화이트정보통신은 극단적인 전문화를 추구하는 업체로 분류된다. ERP 전체도 아니고, ERP 안에 들어가는 하나의 모듈인 e-HR에 올인했기 때문이다.

통합 대세론이 판을 치는 상황에서, SW업체가 극단적인 전문화를 전략적인 대안으로 선택하기는 쉽지 않다.

실제로 전문화가 바람직하다고 주장하던 다수 SW업체들도 은근슬쩍 통합 예찬론자로 변신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만큼 하나의 제품으로 승부하는 전략은 적어도 국내에서는 매력을 상실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화이트정보통신은 이같은 상황속에서도 전문화를 앞세워, 나름대로 선전해 나가고 있다. 아직까지 대박을 떠트리지는 못했지만 그럴만한 잠재력은 충분히 갖고 있는 듯 하다.

시대의 요구를 거절하고 전문화를 필승카드로 선택한 화이트정보통신의 결정은 어떨 결과를 불러올까. 이 회사의 행보가 주목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황치규기자 deligh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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