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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은퇴' 이범호 "중요할 때 쳐줬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조이뉴스24 김지수 기자] KIA 타이거즈 베테랑 타자 이범호가 정들었던 유니폼을 벗고 제2의 인생 준비를 시작한다.

이범호는 19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취재진과 만나 은퇴를 결정한 배경과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는 소회를 밝혔다.

이범호는 "은퇴가 지금의 저에게 가장 현명한 선택일 것 같다"며 "화려했던 선수는 아니지만 중요할 때 한 방씩 쳐줬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조이뉴스24]
[사진=조이뉴스24]

◆다음은 이범호와 일문일답.

- 은퇴 결정 후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나.

"울 이유는 없는 것 같다. 기분이 묘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다. 지금 저에게는 은퇴가 가장 현명한 선택인 것 같다. 눈물은 은퇴식 때 한 번만 흘리면 될 것 같다."

-은퇴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팀이 돌아가는 분위기와 내가 1군에 올라왔을 때 경쟁력이 얼마나 되는지 생각했다. 35, 36살 때부터 스스로 판단해 경쟁력이 없다면 과감하게 내려오자고 다짐했다. 최근 2군에 머무르면서 이제 그만해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이 있었다.

시즌 개막 후 부상으로 2군에 내려와서 준비하고 올라가면 어느 정도 기간이 걸릴지, 선수 생활을 길게 하면 어느 정도까지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길어야 내년까지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답이 나왔다. 길어야 내년까지라면 올해 끝내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까지만 하는 게 맞는 것 같아 은퇴를 결심했다."

-목표로 했던 2천 경기까지는 거의 다 왔다.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컨택 능력을 비롯해 여러 방면에서 뛰어난 선수는 아니었다. 선수 생활을 하며 (이)승엽이 형의 홈런 기록은 넘지 못할 것 같아 양준혁 선배 기록인 351개에는 도전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홉수에 걸려서 끝난 게 유일하게 아쉽다. 이 부분을 제외하면 특별하게 아쉬움이 남는 건 없다.

-가족들이 뭐라고 하던가.

"아내와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올해까지만 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했더니 그동안 고생이 많았다고 격려해주면서 앞으로 함께 제2의 인생을 준비하자고 하더라. 아내에게 가장 미안하고 고맙다."

 [사진=정소희기자]
[사진=정소희기자]

-마지막 타석이 상상이 되는지.

"막연하게 마지막이 언젠가 오겠지 생각만 했었다. 마지막이 과연 올까 반신반의했다. 특별하게 상상한 건 없다. 다만 마지막 타석에 들어설 때 팬분들께서 박수를 쳐주시면 좋을 것 같다.

-박흥식 감독 대행이 만루 상황에 대타로 기용할 뜻도 내비쳤다.

"점수 차가 많이 나는 가운데 만루 찬스가 와서 나가게 된다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은퇴를 앞둔 선수를 배려해주기 위해 그러면 내가 너무 미안하다. 팀이 1위면 여유가 있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그보다는 훈련을 통해 타격이 가능한 몸 상태를 만드는 게 먼저일 것 같다. 1군 엔트리 등록 전까지 컨디션을 잘 끌어올리도록 하겠다.

-타 구단 출신 선수 중 처음으로 은퇴식을 치르게 됐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뿌듯함을 가지고 있다. 명문팀에서 은퇴를 하게 돼 영광으로 생각한다. 타이거즈 출신이 아닌 선수에게 은퇴식을 마련해주셔서 감사하다. KIA에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었다. KIA에서 마지막을 맞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은퇴 결정도 빨리 내릴 수 있었던 것 같다."

-은퇴를 앞두고 잊지 못할 순간을 꼽는다면.

"프로 선수가 처음 됐을 때가 먼저 떠오른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화 이글스에 지명이 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거짓말 같았다. 시골에 있는 팀에 있는 선수를 2차 1번으로 뽑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정말 감동이었다. 2017년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만루 홈런을 쳤던 것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팬들은 2009 WBC 결승전 9회말 다르빗슈를 상대로 때려낸 동점 적시타를 많이 이야기한다.

"그때 홈런을 쳤어야 했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를 상대로 좋은 결과를 냈으니 좋은 기억은 맞다. WBC에 대한 추억도 많다. 어쩌다 뽑혀서 선수로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꽃범호라는 별명에 대해서는.

"내가 어디 가는 게 아니다. 은퇴 후 어떤 일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야구인으로 계속 살 것 같다. 지도자가 되거나 다른 일을 하더라도 팬들께서 생각하는 것은 영원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좋은 기억으로 마음에 새기면서 살겠다."

-은퇴 후 계획은?

"확실히 결정된 건 아니지만 오는 9월에 일본으로 넘어갈 것 같다. 시즌 중에는 일반 구단 쪽에서 잘 안 받아주더라. 그래도 어떻게 연결이 돼 9월부터 11월까지 연수를 하고 올 것 같다. 일본에서 뛰어본 경험이 있어 오래 있지는 않는다. 2, 3개월 일본에서 공부를 하고 구단과 상의가 잘 되면 내년에는 미국에 가서 공부하고 싶다."

 [사진=조이뉴스24 포토DB]
[사진=조이뉴스24 포토DB]

-어떤 공부를 하고 싶나.

"내 개인 기록만 가지고 선수들을 가르칠 수는 없다. 미국 야구는 어떤 방식으로 선수들을 지도하는지 보고 배워야 내가 가지고 있는 타격, 수비에 대한 지식을 검증할 수 있을 것 같다. 검증해보고 후배들을 지도하고 다른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다. 알고 하는 것과 그냥 바로 하는 것은 차이가 크다.

무엇보다 사람을 대하는 공부도 해야 한다. 요즘 젊은 선수들은 나 때와는 생각이 다르다. 미국화된 선수들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고지식하게 젊은 선수들을 상대하면 안 된다. 젊은 선수들과 소통하는 지도법을 배워오고 싶다.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젊은 선수들은 대화가 통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코치에게 다가오지 않는다. 본인이 손해인데도 불구하고 다가오지 않는다. 다가오도록 만들어야 한다. 큰 물에서 공부를 해보고 싶다."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준 은인을 꼽는다면.

"대구고 시절 코치였던 박태호 영남대 감독님이 먼저 떠오른다. 그저 그런 선수를 엄청난 훈련을 통해 단련시켰다. 대구의 뙤약볕에서 38도, 40도를 오가는 무더운 날에도 혼자서 펑고를 받았다. 덕분에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다.

정영기 스카우트도 내게 은인이다. 자기 목을 내놓으면서까지 나를 뽑아야 한다고 외치셨던 분이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전패를 한 팀의 선수를 2차 1라운드로 뽑아주셨다.

내가 더 큰 무대로 나갈 수 있게 도와주신 김인식 감독님도 은인이다. 김인식 감독님이 아니었다면 WBC도 나가지 못했을 것이다. 김기태 감독님과는 정말 즐겁게 야구를 했던 것 같다. 다른 분들은 개인적으로 연락을 드리겠다."

-팬들에게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

"나는 화려한 선수가 아니었다. 3할 타율도 몇 번 기록해보지 못했다. 그저 중요할 때 한 방씩 쳐줬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야구를 너무 좋아하고 20년 동안 뛰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통산 만루홈런 1위를 기록 중이다. 찬스에서 강한 타자라는 이미지가 있는데.

"사실 프로 초창기에는 만루 홈런을 많이 치지 못했다. 언젠가부터 언론, 팬들에서 만루의 강한 선수라고 이야기를 하니까 나를 상대하는 투수들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거다. 나는 반대로 편하게 치자는 생각을 했다. 만루만 되면 공격적으로 쳤다. 초구, 2구에 승부를 보자는 생각으로 많이 쳤다. 만루가 되면 자신감이 생기고, 조금 더 부드럽게 방망이를 많이 쳤다. 결국 타석에서 어떤 생각을 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사진=이영훈기자]
[사진=이영훈기자]

-은퇴 경기 전까지 잘 치게 되면 은퇴 결정을 후회하지 않을까.

"마지막 경기는 선발 출전할 것 같다. 그전까지 적으면 5타석, 많게는 7타석 정도 기회가 있을 것 같다. 남은 타석은 즐거운 마음으로 치고 잘 마무리하겠다. 잘 치면 안 될 것 같다. 나는 홀가분한데 팬들께서 아쉬워하면 안 되지 않나. 눈치껏 치겠다. 못 치는 게 아니라 눈치껏 안 치는 거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한다.(웃음)"

-현재 몸 상태는 괜찮은지.

"함평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했다. 기술 훈련은 거의 하지 않아 기술적으로 보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눈을 부릅뜨고 적은 기회를 잘 살려내도록 하겠다."

-한화와의 경기에서 은퇴하는데.

"개인적으로 한화와 경기를 할 때 은퇴식을 하고 싶었다. (김)태균이를 한 번 안아주고 가려고 한다. 태균이가 나보다 더 오래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를 바란다. 좋은 기운을 모두 주고 가겠다."

조이뉴스24 광주=김지수 기자 gsoo@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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