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나스닥에 간다"…핸디소프트의 발칙한 공개선언


 

핸디소프트는 지난 5월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글로벌 고객 100명과 파트너 관계자 30여명을 불러놓고 사용자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수천, 수만명이 참석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대규모 행사와 비교하면 '소박한' 행사. 그러나 이 컨퍼런스는 국내 SW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SW 시장의 본토인 미국에서 국내 업체가 처음으로 개최한 국제적인 사용자 컨퍼런스였기 때문이다.

핸디소프트는 컨퍼런스 기간중, 제품 및 구축사례 소개는 물론 2007년을 마지노선으로 한 원대한 비전도 제시했다. 우리나라 기업용 SW로는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던 '나스닥 상장'이라는 포부를 드러낸 것이다.

SW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글로벌 거인들과의 경쟁을 넘어 나스닥에서 당당하게 평가받겠다는 발칙한(?) 야심을 공개한 것이다.

◆ 미국 시장에 '올인'

핸디소프트가 지난 5년간 미국 시장에 쏟아부은 돈만 자그마치 300억원에 육박한다. 국내 시장에서 코스닥에 등록한 SW업체 서너개는 사고도 남을 금액이다.

아무리 여유가 있는 업체라고 해도 불확실한 해외 시장에, 그것도 5년동안 300억원이란 거액을 투자한다는 것은 어지간한 배짱이나 확신 아니고서는 엄두를 내기가 어렵다.

그러나 핸디소프트는 실패할 확률이 큰 도박에 승부수를 던졌다. 이른바 '올인' 전략이다. 해외시장 개척은 반드시 해야 하며, 실패하면 어차피 미래는 없다는 각오로 줄기차게 해외시장의 문을 두드려왔다.

이같은 전략은 지난해 핸디소프트가 해외시장에서만 1천200만달러의 매출을 거둬들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우리나라 SW업체중 가장 돋보이는 성적표를 뽑아낸 것이다.

지금까지 핸디소프트가 확보한 글로벌 고객사는 미국 상무부 국립기술표준원(NIST), 콘세코, 제이앤제이 등 모두 합쳐 200여개. 이중 150개는 파트너들이 만들어준 고객들이다. 또 포춘 100대 기업중 10개 기업이 핸디소프트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핸디소프트가 떨어지는 국가 브랜드를 극복하고, 파트너들이 자신들의 제품을 팔겠다고 나서는 분위기를 만들어 놨다는 것을 의미한다.

핸디소프트 미국 법인 핸디소프트글로벌에는 현재 150여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웬만한 우니나라 SW업체 전체 직원보다도 많은 인력들이 해외에서 딴살림을 차리고 있는 셈이다.

현지 인력의 경우 개발 부문은 한국 사람이 대부분이고, 영업과 마케팅은 BEA시스템즈 등 내로라하는 해외 SW업체 출신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다.

해외시장에 진출한 국내SW업체 대부분은 실질적인 파트너십을 확보하는 첫번째 장애물을 넘지 못하고 돌아온다. 파트너십만 맺었을 뿐 매출은 하나도 없는 사례도 수두룩하다.

이를 감안하면 핸디소프트는 해외시장 공략에서 첫번째 단계는 뛰어넘었고, 이제 두번째 단계를 거쳐가는 과정으로 보면 맞을 듯 하다.

핸디소프트가 해외 시장, 특히 미국에서 승부수로 띄운 아이템은 비즈니스프로세스관리(BPM) 솔루션. 시장이 성숙한 그룹웨어보다는 이제 막 일어나는 신흥시장에 승부를 걸었다.

BPM 시장은 현재 전세계적으로 업체간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떠오르는 시장으로 평가되는 분야. 그러나 파일네트, 스테프웨어, 메타스톰 등 전문업체와 IBM 등 대형업체들도 참여하고 있어 경쟁우위 확보가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핸디소프트는 지난해 가트너가 특정 분야의 비전과 실행 능력을 기준으로 관련 업체 순위를 매긴 '매직쿼드런트'에서 한국업체 최초로 분석 대상 기업에 선정된 데 이어, 업사이드리서치로부터는 주목할만한 BPM 업체로 선정되는 기염을 토한 바 있다.

핸디소프트는 현재 BPM 전문 업체만 놓고 보면 세계 5위권이라고 자평하고 있다. 올해는 '빅3' 진입이 목표다.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핸디소프트 역시 미국 시장에 진출한 뒤 3년 동안은 '한푼도 못건지는' 최악의 상황을 경험했다. 어지간하면 포기할 만도 한 상황.

아무리 밑천이 받쳐준다 해도 3년간 허송세월만 보냈다는 것은 더 이상 가망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핸디소프트는 눈에 불을 켜고 있는 주주들의 눈치까지 봐야 했다.

그러나 핸디소프트는 끝까지 간다는 전략으로 해외시장 공략 작전을 계속 밀어부쳤다. 이와 함께 핸디소프트를 걱정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만 갔다.

핸디소프트가 악전고투속에서도 고집스러울 만큼 해외 시장 공략에 목을 맨 데에는 창업주인 안영경 전 사장의 '될때까지 한다'는 뚝심이 큰 영향을 미친 듯 하다. 핸디소프트 역시 이를 부인하지 않는다.

안영경 사장은 지금, 국내 사업은 김규동 현 사장에게 넘겨주고 자신은 미국 시장 공략에만 모든 힘을 쏟아붓고 있다.

핸디소프트가 미국 시장에서 조금씩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유력 공공기관을 워크플로우 레퍼런스로 확보한 99년부터. 그전까지는 품질 경쟁력 저하와 레퍼런스 부재 때문에 고객들로부터 냉대받기 일쑤였다.

핸디소프트는 이 당시 공공기관을 레퍼런스로 확보하기 위해 6개월간 끈질긴 영업을 진행했고, 오라클과 파일네트 등 경쟁사들보다 저렴한 100만달러에 프로젝트를 완료하겠다는 파격적인 카드도 내밀었다.

다음은 당시 상황을 회고하는 김규동 핸디소프트 사장의 말이다.

"나름대로 자신이 있었지만 고객은 레퍼런스가 없는 우리 제품을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100만달러를 제안하자, 관심을 기울이는 듯 했지만 여전히 못믿겠다는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그래서 파일럿부터 하자고 제안했더니 오케이 사인이 떨어졌다. 본사 직원 30명까지 동원 프로젝트에 매달렸고 결국 고객은 우리의 손을 들어줬다."

이 때부터 핸디소프트는 미국 시장에서 서서히 고객사를 하나둘씩 확보해 나갔다고 한다. 또 '이렇게 해야 제품이 팔리는구나'하는 노하우도 얻었다고 한다.

미국 시장 공략을 추진하면서 핸디소프트가 절실하게 깨달은 것은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평범한 진리.

육상균 핸디소프트글로벌 사장은 "한때 우리가 가진 것이 의욕말고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때, 절망감이 들었다"며 "그러나 이 깨달음은 먹혀들지 않는 제품이 없다면 아무것도 할수 없다는 것을 깨우치는 계기가 됐다"고 말한다.

핸디소프트가 글로벌 표준에 어울리는 개발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품질관리에 많은 투자를 감행하고 있는 것은 초반 시행착오에서 얻은 평범한 진리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핸디소프트는 현재까지 거둬들인 해외시장에서의 성과를 '절반의 성공'이라고 자평한다.

◆품질관리의 비극 '더 이상 없다'

핸디소프트는 나스닥에 상장하기 위한 조건을 갖추려면, 개발 프로세스를 좀더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국내외 개발 네트워크를 일사분란하게 연결시켜, 완벽에 가까운 제품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2단계 관문을 통과할수 없다고 보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품질이 얼마나 중요한 성공요소인지를 너무나도 잘알고 있기 때문이다.

핸디소프트는 현재 'G-PARK'라 부르는 개발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G-PARK는 한국과 미국을 연결하는 글로벌화된 개발 조직과 제품 관리자, 아키텍트, 지식관리 프로세스가 결합된 개발 체계를 지향하고 있다. 각각의 구성 요소가 끊김없이 연결돼 있어야 한다는 것은 G-PARK의 전제조건이다.

김규동 사장은 G-PARK는 아직은 완성된 단계가 아니며, 앞으로도 끊임없는 시스템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G-PARK는 핸디소프트의 제품 개발 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보다는 시스템이 개발 프로세스를 움직여야 한다는.

한편 미국 시장의 경우 결함이 있는 제품은 팔리지 않는다. 이에 핸디소프트는 품질관리를 중요한 테마로 다루고 있다.

핸디소프트의 개발 프로세스는 개발팀, 제품 관리팀, 품질 경영실이 각자의 역할에 맞는 품질 관리 업무를 수행한다. 또 모든 제품이 컴포넌트 기반으로 개발되기 때문에 품질관리도 컴포넌트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또 품질 평가는 제품 기능성(30), 시스템 성능(15), 완전성(15), 확장성(10), 국제표준준수(10), 보안성(10), 웹서비스 플랫폼 지원(10)의 항목과 비중을 두고 진행한다.

핸디소프트는 지난 2002년 CMM 레벨3을 획득한데 이어 올해 SW기업 최초로 신품질 혁신상도 수상했다. 이는 핸디소프트가 품질관리 부문에서 어느정도 노하우를 확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카네기멜론 대학 부설 연구개발 센터인 소프트웨어 공학연구소(SEI)에서 개발한 정보기술 프로세스 능력 평가 및 개선 모델인 CMM의 최고 등급은 레벨5다.

이를 감안하면 CMM 레벨3을 따놓고 품질관리가 우수하다고 할수 있느냐는 반론이 나올 만 하다. 이에 대한 설명은 김규동 사장의 코멘트로 대신한다.

"CMM레벨5 획득은 우리의 목표중 하나다. 그러나 CMM레벨5 획득이 품질관리의 모든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 중요한 것은 CMM레벨을 모든 조직이 활용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현재로선 CMM레벨5 획득보다는 레벨3에 전사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국내 기반없다면 해외에 나가지 마라"...김규동 사장

▲성공가능한 제품 ▲실현 가능한 성공전략 ▲확실한 기반의 투자 능력 ▲토털 서비스 역량 확보가 바로 그것.

이같은 요소들은 얼핏보면 뻔한 얘기처럼 들린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이 같은 조건에 부합하는 업체들을 추려내기란 쉽지 않다.

4가지 요소에 대한 김규동 사장의 의견을 들어보자. 우선 성공가능한 제품이다. 제품 경쟁력은 기본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또 국내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지 못하고, 해외에 나가서는 안된다는 뜻도 포함하고 있다.

김규동 사장은 "국내에세 다국적 IT업체들이 들어와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우선 이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고 해외에 나가면 백전백패"라고 말했다. 핸디소프트는 현재 국내 그룹웨어 시장에서 IBM,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3강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공공 시장에서는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다음은 실현 가능한 성공 전략이다. 제품 경쟁력이 있다고 해도, 그 시장이 이미 성숙했거나 아니면 공룡 기업들이 주도하는 분야라면 실패할 확률이 크다는게 김규동 사장의 지론이다.

김규동 사장은 "BPM 솔루션의 경우 전문 업체 중심으로 경쟁이 형성돼 있으며 최근들어서야 IBM과 MS 등이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며 "아직까지는 전문업체로서 승산이 있는 분야"라고 평가했다.

세번째는 투자 능력. 다시 말하면 여유 자금이 풍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초창기에 코스닥에 등록하면서 우리는 1천500억원을 끌어 모았다"며 "이를 기반으로 미국 시장에 300억원을 투자했고, 나름대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김 사장은 "핸디소프트는 벤처 열기가 한창일때, 코스닥에 상장했다는 점에서 행운아"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코스닥 초기 등록기업 치고 행운아 아닌 기업이 없다. 하지만 핸디소프트가 다른 점은 '행운같은 투자자금을 허투로 쓰지 않고 해외시장 개척에 쏟아부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토털 서비스 능력이다. 이는 처음에는 파트너없이도 현지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최소한의 능력을 갖춰놔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규동 사장은 "처음부터 파트너들이 제품을 팔아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레퍼런스도 없는 제품을 누가 팔아주겠나. 처음에는 혼자서 할수 있어야 한다. 어느정도 레퍼런스가 확보돼야 파트너들과의 협력이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07년의 대망의 시나리오

핸디소프트는 2007년이 되면 자신들에게 많은 사건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 법인이 나스닥에 상장하는 것은 물론 세계 50위권 SW업체로의 진입도 이뤄낼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글로벌 자본도 유치하고 매출액도 3억달러에 육박하는 세계적인 SW업체로 변신해 있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이뤄만 진다면 한국 SW산업의 쾌거다. 또 핸디소프트의 성공을 발판삼아, 다른 업체들이 해외시장에 쉽게 진입하는 도미노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그러나 핸디소프트 스스로가 아직은 절반의 성공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가야할 길은 아직도 멀다.

변화의 속도가 거세지는 것을 감안하면 중간에 어떤 장애물이 튀어나올지 예측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특히 IBM, MS 등 공룡 기업들이 BPM 시장을 노리고 있다는 것은 전문업체인 핸디소프트에게는 커다란 위협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오라클 등 다른 SW 거인들도 M&A를 활용, BPM 시장에 진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절반은 그러저럭 잘 헤쳐나왔다고 해도, 나머지 절반도 그럴것이라고 볼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핸디소프트는 현재 해외기업에 흡수당하는 시나리오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 BPM 시장에서만큼은 자력으로 세계적인 기업으로 올라선다는 비전을 그려놓았다.

결국 '되면 뜨는 것이고, 안되면 사라지는' 것이다. 스스로가 물러설 수 있는 퇴로를 막아놓은 것이다.

과연 핸디소프트의 발칙한 도전은 실현될 수 있을까. 이를 확인하려면 3년이 조금 넘는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핸디소프트는 여전히 1천억원에 육박하는 현금과 보여줄 수 있는 레퍼런스를 갖고 있다. 기본기는 물론이고, 밑천까지 두둑한 셈이다.

그래서다. 핸디소프트가 기업용 SW를 들고 나스닥에 상장하는 시나리오가 실현될수 있다는 희망이 엿보이는 것은.

황치규기자 delight@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나스닥에 간다"…핸디소프트의 발칙한 공개선언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