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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 공개에 숨은 뜻...소프트파워


 

지난 5월13일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호텔 그랜드볼룸. SI 및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관계자 500여명이 자리를 꽉 메웠다. 토종 ERP 업체인 소프트파워(www.soft-power.com)가 마련한 자리였다.

적지않은 비용의 유료 행사였고, 또 국내 ERP 업체가 주최한 기술 세미나라면 그다지 '인기를 끌 만한' 자리가 아니었지만 이날 행사는 주최측도 예상못했을 만큼 성황을 이뤘다.

이날 행사의 제목은 'ERP 소스와 사용권 공개 세미나'. 기업용 SW의 꽃이라 불리는 ERP의 소스를 전격 공개하겠다는 발표에 사람들의 발길이 모인 것이다.

이런 회사가 20년 노하우를 공개하겠다는 자리였던 만큼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날 소프트파워가 공개한 ERP 소스는 새로 출시한 닷넷 버전 제품이다. 이와함께 '5세대 개발도구'라는 모토를 앞세워 상용화한 개발도구 '프로세스큐(ProcessQ)'도 이날 참석자들에게 무상 배포됐다.

"소스와 개발도구를 모두 무상 배포한다. 이제 스스로의 입맛에 맞게 ERP를 구축해 사용하라." 스무번째 생일을 맞아 소프트파워는 누구도 예상못한 결단을 내린 것이다.

◆ 작지만 큰 도전…소스 공개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먹고 사는 기업에게 '소스'는 기업이 전 재산이라고 할 수 있다. '언감생심' 추진하기 어려운 전략이다.

얼핏 무모해 보이는 '소스 공개'를 발표하고 나선 소프트파워의 전략은 무엇일까. ERP 사업을 포기하고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는 것일까.

이번에 공개한 소스는 새로 출시한 '닷넷' 버전에 한정되긴 했지만 소프트파워는 앞으로 소스 공개를 제품 전반으로 확대할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비즈니스는 이제 단순히 패키지에 목 메는 방법으로는 승산이 없다. 특히 기업용 소프트웨어는 기술 그 자체보다는 기술이 기업에 얼마나 잘 접목시킬 수 있느냐가 경쟁력의 원천이다. 피할 수 없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김길웅 소프트파워 회장은 소스공개가 사업의 포기가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 패러다임으로 가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결국 소프트파워의 소스 공개는 '구력 20년'의 노하우를 공개하면서까지 던진 '승부수'라는 얘기다.

소프트파워의 소스공개는 ERP 사업을 전면 채널중심으로 바꾸겠다는 전략의 일환이다. 자신은 기술 개발 및 교육에 전념하고, 실질적인 비즈니스 활동은 협력사인 채널에 일임하겠다는 전략이다.

협력사가 좀 더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비즈니스에 나설 수 있도록 이들에게 '소스를 공개'해 준 것이다. 소스 공개의 실질적인 대상이 협력사에 있다는 얘기다.

소스를 공개받은 채널들은 이제 영업은 물론 컨설팅, 구축, 유지보수 등에서 사실상 전권을 행사하게 된다. 단순한 유통채널이 아니라, ERP 비즈니스의 첨병으로 삼겠다는 얘기다. 소스가 공개되고 개발도구까지 무상제공된 만큼 채널로써는 단순 패키지 판매와 비교해 훨씬 더 큰 마진을 얻을 수 있다.

그동안 개발, 영업, 컨설팅, 구축, 유지보수 등 ERP 비즈니스의 전 영역을 모두 스스로 해왔던 소프트파워는 ERP 개발과 채널 교육에만 집중한다. 영업과 컨설팅, 구축 및 유지보수 등 실질적인 비즈니스 활동은 과감히 채널들에게 일임한다.

물론 이 같은 채널 비즈니스가 안착되기까지 중견 및 대기업을 대상으로한 대형 ERP 프로젝트는 소프트파워가 직접 챙긴다. 중소기업용 ERP인 닷넷 버전에 한해 소스를 공개한 것도 우선 비즈니스 영역을 구분하자는 뜻이다.

그러나 그동안 소프트파워의 주력 매출원이 중소기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큰 변신이자 모험이다. 더구나 앞으로 닷넷 버전외에 회사의 다른 ERP 제품도 점진적으로 소스공개 전략에 포함시킬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일회성 전략이 아니라는 얘기다.

과연 소스 공개까지 감행한 전략은 성공할 수 있을까. 소프트웨어 개발회사가 소스를 공개했다는 것은 아무래도 무모한 것 아닐까.

소프트파워는 "자체 개발플랫폼 및 비즈니스 솔루션을 가졌기 때문에 경쟁력 상실의 우려는 전혀 없다"고 잘라 말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개발업체 혼자서 한다는 것은 욕심일 뿐이며, 그렇기 때문에 거대한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얘기다.

패키지 개발의 R&D와 판매 및 서비스를 서로 분리해 전문화함으로써 시너지 효과 및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채널의 전문성 제고를 위한 최고의 방법으로 제품의 소스를 공개하고, 커스마이징 툴까지 무상 제공함으로써, 그동안 독자적인 사업영역이었던 커스마이징 서비스 시장을 협력사에 공개한다는 것이다.

소스 공개는 결국 '비즈니스를 오픈'한다는 의미다.

◆ 소스공개 = 비즈니스 오픈

소프트파워가 전하는 소스 공개 전략의 일단을 살펴보자.

소프트파워는 올해 소스 공개 전략을 통해 30~40% 정도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독자적으로 진행해온 사업의 많은 영역을 협력사들에게 위임함으로써 비즈니스 솔루션 시장에서 입지를 굳힌다는 전략이다.

협력사들의 적극 동참을 이끌어내기 위한 강력한 인센티브로 '소스를 공개'하고 별도의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협력사에 대한 지원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째, 협력사들에게 제품판매, 컨설팅 서비스, 커스터마이징, 유지보수 등 고객에 대한 토털 서비스를 수행할 수 있는 사업권을 부여한다.

소프트파워가 파트너사와 제공하는 토탈 서비스는 그동안 많은 ERP를 보급하면서 가진 경쟁력을 바탕으로 ERP 구축 등 기타 서비스 작업 자체를 최대한 표준화하여 패키지한 개념이다.

두번째는 협력사에 대한 체계적이며 정책적인 지원 및 관리를 강화할 예정이다. 소스 공개도 중요하지만 공급된 시스템의 활용도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제품의 판매, 컨설팅, 커스터마이징, 유지보수까지의 종합적인 사업기능을 발휘할수 있는 협력살르 지역별로 지역시장의 규모에 따라 2-5개사를 선정하고, 이들을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또한 각각의 사업기능별로 전문화된 업체를 추가함으로써 시장 및 고객중심의 서비스에 능동적으로 대처해나갈 계획이다.

파트너사에 대한 자격요건은 기본적으로 사업 비전을 공유하고 함께하겠다는 의지를 기준으로 모든 기업에게 기회를 열되, 내부적으로 등급 기준 마련 차등화된 마케팅 지원을 하게 된다. 등급 기준에는 실제 발생되는 매출과 엔지니어수, 교육기관을 통해 인증되는 수료증 소지자수 등이 포함되는데 현재 50여개사가 신청한 상태다.

협력사에 대한 품질관리를 강화해 고객 만족도 극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상시 교육체제를 구축해 협력사의 레벨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6월부터 협력사를 희망한 업체 담당자들에 대한 매뉴얼 및 운영 교육을 실시 할 예정이다. 또한 고객의 평가를 정기적으로 실시해 협력사의 등급관리 및 향후 지원방안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세번째는 네트워크 비즈니스의 강화이다.

고객, 협력사, 인재 풀(POOL)이라는 3가지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네트워크화해 교육 및 사업을 강화해나갈 것이다. 이를 통해 고객에 대한 적절한 정보제공, 협력사의 사업 강화, 고급인재의 양성을 통한 인재확보를 꾀할 계획이다.

이와 같은 파트너 정책을 통해 각 시장 상황에 맞는 전문적인 비즈니스 솔루션 파트너를 지역별, 업종별, 제품별로 확보하고 그들의 활동을 지원해 틈새시장을 개발하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전략을 바탕으로 소프트파워는 앞으로 기술개발(R&D) 분야에 주력한다.

◆ 소스공개의 숨은 뜻…"SW는 서비스다"

소프트파워의 '소스 공개'는 쉽게 생각하기 힘든 전략이다. 앞서 강조했 듯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에게 소스란 전 재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프트파워가 소스공개까지 감행할 수 있는 배경에는 ERP 소프트웨어의 특수성이 숨어있다.

ERP는 패키지 자체만으로는 큰 힘을 발휘할 수 없다. 컨설팅과 커스터마이징, 유지보수로 대표되는 서비스가 동반되지 않으면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이다.

김길웅 회장은 "솔직히 소스는 이제 힘의 원천이 아니다. 아무리 좋은 소스라 해도 나만의 독보적인 소스란 있을 수 없다. 전세계 개발자 네트워크에 가면 좋은 소스는 얼마든지 있다. 중요한 것은 소스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한 ERP는 이제 플랫폼이다. 애플리케이션의 영역을 넘어, 기업용 솔루션의 가장 기본이 되는 플랫폼이 됐다. 플랫폼은 안정적인 연구개발(R&D)이 핵심이다.

소프트파워는 스스로 플랫폼 업체로써 개발에 주력하고 나머지 비즈니스 영역은 과감히 채널에게 일임하는 비즈니스 모델의 업그레이드를 선언한 것이다.

"소프트웨어를 단순히 기술로만 바라보기 때문에 우리나라 SW산업이 성장하지 못한다. 소프트웨어는 도구일 뿐이다. 그 훌륭한 도구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이제 활용법에 대한 연구에서 경쟁력이 나온다."

소스공개는 소프트파워의 도구를 확산시키는 것이다. 도구를 아무리 잘 만들어도 그걸 제대로 쓸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협력사 네트워크는 제대로 된 '도구 사용자'를 양산하겠다는 전략이다. 플랫폼 업체로의 변신 및 역할 분담을 축으로 소프트웨어 업계의 폐쇄적인 자기중심적 비즈니스를 탈피하겠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의 진정한 힘은 '소스의 파워'가 아니라 '서비스 파워'에서 나온다는 인식의 변화, 그 첫 출발이 '소스 공개'로 나타났다는 얘기다.

20년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변신, 그 결과가 어떤 성과를 보여줄 지 주목된다.

김상범기자 ssanb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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