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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 '눈물당'에 대한 씁쓸한 상상


 

순전히 공상이지만, 요즘 정치지도자들의 행동을 보노라면, 앞으로 '눈물당'이나 '읍소당', 혹은 '사죄당'이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박근혜, 추미애, 정동영으로 대변되는 요새 정계의 '이미지 정치'를 그렇게 비꼬고 싶은 마음이다.

사회가 다양화하는 가운데, 17대 총선에 나선 정당만 14개이고, '노년권익보호당'이란 생소한 정당까지 등장했으니, '눈물당'이라고 해서 순전히 공상만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기도 하다.

그들을 그렇게 비꼬고 싶은 것은 기자만이 아닌 듯하다.

하지만 곰곰 생각하면, 그러한 비판이 반드시 옳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또 그 책임이 정치인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는 생각이 든다.

먼저 '책임 소재'부터 곰곰이 따져 보도록 하자.

현대 선거는 미디어 선거다. 이번 총선의 경우 특히 심하다. 미디어 선거의 가장 큰 특징은 '이미지 전쟁'이다. 미디어 속성 때문이다. 미디어의 모든 콘텐츠는 '이미지'로 귀납되는 것이다. 또 이미지를 좌우하는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역시 오감을 자극하는 게 최고다. 인터넷이나 방송, 신문이 자극적인 콘텐츠를 쏟아내는 것도 이런 사실을 잘 알겠기 때문이다.

사실 미디어가 정치인의 감성 정치를 비판하는 게 진심이라면, 이미지를 전달하고 창출하려는 것보다, 더 많은 지면과 방송시간을 인물 평가와 정책 평가에 할애해야 마땅하다. 유권자가 지겨워할 정도로, 그야말로 지겹게, 신문은 거듭해서 쓰고, 방송은 거듭 읽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미디어가 현재 그러고 있다고 믿는 사람은 드물다.

비판이 여기까지 이어지면, 미디어는 다시, 독자, 그러니까 유권자에게 그 책임을 돌리게 마련이다. 시청률과 판매부수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이미지 정치가 어느 하나의 책임일 수는 없다는 뜻이다. 더구나 정치인은 표를 많이 얻는 게 최선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정치인만의 책임은 분명 아닐 것이다.

'정치인의 눈물', 그 자체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본다.

따지고 보면, '눈물'은 정치의 최근 트렌드다. 지난 대선 때 '노무현의 눈물'이 이런 트렌드의 시작이었다. 어쩌면 절정이기도 했다. '탄핵 정국'에서는 '임종석의 눈물'이 대표적이다. 이어서 '박근혜의 눈물'과 '추미애의 눈물'이 이른바 '정치인의 눈물 시리즈'를 이어간 셈이 됐다.

그리고, '노무현의 눈물'을 보면서 평가는 둘로 나뉘었었다.

한쪽은 "대통령이 '권위의식'을 버리고 옆집 아저씨처럼 친근해져 좋다"는 반응이었고, 다른 쪽은 "국가의 최고 어른이 너무 나약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었다. 그를 지지하느냐, 반대하느냐에 따라 엇갈렸을 듯도 하다.

기자는 개인적으로 '사람의 눈물'을 사랑한다. 속이 따뜻한 사람일수록, 비록 겉으로는 흘리지 않더라도, '눈물'을 많이 가졌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특히 '대통령씩'이나 된 사람이 눈물을 비칠 때는 당혹스럽기까지 하였다. 몰래 '아버지와 어머니의 고단한 눈물'을 훔쳐보는 기분이었다.

문제는 정치인의 눈물이 흔해진 데 있다. 너무 흔해지니, '진정성'이 헷갈리는 것이다. 밤마다 울어야 하는 '순정 드라마'처럼, 저 눈물이 '진심'인지, '쇼'인지, 자신을 위한 것인지, 국민을 위한 것인지, 분간할 수가 없다.

그래서 기자가 진짜로 경계하는 것은 '눈물당'이 아니라 '탤런트당'이다. 유권자 각자가 판단할 일이겠지만, 정치인 모두가 '순수한 눈물'이라고 아무리 우겨도, 그 많은 정치인의 눈물 중에는 나라와 국민을 위한 진실한 눈물도 있을 것이고, 그렇잖은 눈물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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