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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선] 사과만 하면 만사 OK?


 

노무현 대통령은 전후 사정이야 어쨌든 '사과'를 안했다는 이유로 탄핵이 강행됐다. 탄핵후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노대통령이 사과를 했더라면 탄핵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본다면 '사과' 하나가 이 모든 혼란을 불러온 셈이다. 그런 노 대통령의 전철 때문일까.

최근 정치에서 '사과'는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코드가 됐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대표가 되자 사과부터 했다. '차떼기당'이 된 것, 탄핵으로 여론을 살피지 못한 점을 거듭 사과했다. 박 대표의 사과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 거대 야당의 대표가 잘못했다고 고개부터 숙이니 국민들의 노여움이 풀어지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추매애 민주당 선대위원장도 '사과'에 동참했다. 추 의원은 탄핵역풍을 가장 거세게 맞은 민주당을 살리기 위해 국민에게 고개를 숙였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60~70대는 투표하지 말고 집에서 쉬어도 된다"라고 했다. 당연히 비난이 빗발쳤다. 정 의장은 발빠르게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인정을 찾아 큰 절을 하고 용서를 구했다.

너도나도 고개를 숙이는 것이 유행처럼 됐다. 선거가 코앞에 닥치지 않았어도 정치인들이 이렇게 사과할까. 의구심이 든다.

탄핵안이 가결된 후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의기양양했다.

한나라당 최병렬 전 대표는 "언젠가는 민심이 우리의 뜻을 알고 이성적으로 이해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조순형 대표는 탄핵후 방송이 민심을 호도하고 있다고 했다. 그들은 모든 것을 언론탓으로 돌리며 방송사에 항의하기 바빴다.

그러나 그들의 바램대로 시간이 흘러도 탄핵역풍은 주춤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지지율 하락'이라는 고배를 마셔야 했다. 결국 탄핵철회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꺼내든 카드는 '사과'였다. 일단 국민에게 용서를 구하고 지지율을 수습해 총선을 치러야 하는 다급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정 의장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의 실언이 보름 남은 선거에 영향을 끼칠까 서둘러 사과부터 하느라고 진땀을 빼야 했다.

이들의 사과는 '무조건적인 사과'가 아니다. 박 대표와 추 의원은 '탄핵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었으나 민심을 살피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한다'고 했다. 정 의장은 '20대의 투표를 격려하기 위해 한 말'이란 이유를 달고 사과했다. 사과에도 정치적 의도가 담긴 것이다.

정치인이 실수할 수도 있고 잘못 판단할 수도 있다. 그래서 솔직한 사과는 반성하지 않는 '막무가내'보다 낫다.

그러나 '사과하면 용서받고, 용서받으면 잊혀진다'라는 논리로 사과를 이용해서는 안될 것이다. 국민들은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고 사과하는 정치인에게 분명 관대할 것이다. 그러나 '사과'를 수단으로 이용하는 정치인을 구별 못할만큼 바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함정선기자 min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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