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공개SW, 과연 대안인가 - 중] 'SW 판갈이'를 위한 정부의 시나리오


 

정부가 공개SW를 지원, 육성 전략을 통해 얻고자 하는 가장 큰 노림수는 '판을 바꿔보자'는 것이다.

윈도와 유닉스가 지배하는 IT 시장 구조에서 국내 응용SW업체들이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어려우니, 리눅스를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생태계에서 승부를 걸어보자는 것이다.

리눅스 생태계는 이미 세계적으로도 확산되고 있고 기술적으로도 검증된 플랫폼이란 점에서 새로운 시장질서에 대비하자는 뜻도 담겨 있다.

결국 정부의 공개SW 육성전략은 사실 '리눅스'를 키우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정부는 리눅스를 전략적으로 육성함으로써 국내 SW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지금과는 다른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2007년까지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지분 5%만 확보해도 지금과는 분위기가 전혀 달라질 것이라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윈도와 유닉스가 지배하는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우리나라는 고작 1% 수준에 불과한 상황이다.

◆ 정부, "2007년까지 정부가 앞장선다"

정부는 리눅스 생태계 육성을 위해 2007년까지는 주도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그 때까지 정부가 앞장서서 '바람몰이'에 나서고, 다음에는 민간이 주도하는 산업구조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리눅스 기반의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인력과 자본이 필요한 만큼 정부가 초기 시장형성을 위한 '총알'을 대고 이를 기반으로 민간기업들이 시장을 키워나가는 모델을 만들겠다는 얘기다.

그러나 아직까지 리눅스 생태계 확산을 위한 정부의 구체적인 로드맵과 타당성 검토 결과는 나와 있지 않다. 큰 그림은 나와 있지만, 구체적인 실행파일은 확정되지 않았다.

고현진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원장은 "계획이 없는 것이 아니라 공식 발표를 안하는 것이다. 예산없는 계획은 말 뿐인 정책이 되기 때문에 예산이 확보되는 때까지 구체적인 계획 발표를 미루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현진 원장은 "애초 내년부터나 공식 예산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올해부터 조기 집행받을 수 있을 것 같다"며 "4월이면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산만 확정되면 백서를 제작하는 등 정교한 추진 전략을 세운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현재까지 나온 정부 계획에 따르면 공개SW 육성 정책은 ▲시범사업 확대를 통한 시장 창출 ▲표준 배포판 제작 ▲전문 인력 양성 ▲민간참여 확대 ▲다국적 IT업체들과의 전략적 제휴 등을 포함하고 있다.

시장 창출이 맨 앞자리를 차지한 것은 개발에 무게가 실린 'K-도스'나 '바다' 프로젝트와는 달리, '시장이 없으면 개발도 없다'는 시장의 현실을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2007년까지 투입될 예산은 현재까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현재로선 최소 600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도별 사업 계획을 보면 2004년에는 표준환경 개발센터 설립과 시범사업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수십억원 규모의 예산을 확보한 뒤 5개 정도의 공공기관 시스템을 공개SW로 전환하고 한국을 대표하는 리눅스 배포판도 만드는 것이 목표다.

2005년과 2006년에는 표준환경 개발센터를 기술지원센터로 확대하고 공공 기관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시범사업도 민간 분야로 확산시키는데 무게가 실린다.

2007년 이후에는 개발센터에 민간업체 참여를 유도, 정부 지원없이도 성장할 수 있는 리눅스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 서버와 임베디드 리눅스에 집중

정부는 리눅스 생태계 육성의 명분으로 윈도와 유닉스 기반 환경으로는 더 이상 우리가 할게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리눅스 생태계가 확산되면 국내 응용 SW업체들의 활동 폭은 늘어나는가. 이에 대해 정부는 "그렇다"고 확신한다. 특히 서버 분야의 경우 올해부터 정책 효과가 곧바로 나타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리눅스 서버는 말이 필요없는 검증된 플랫폼인데다 아직은 초기 단계여서 한국이 강하게 밀어부치면 승산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정부 논리대로 리눅스는 서버 분야에서 유닉스의 대를 이을 차세대 플랫폼으로 각광받고 있다. 성장률에 있어서도 윈도와 유닉스를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IDC 보고에 따르면 2002년 판매된 신규 서버OS 의 22.4%가 리눅스인 반면, MS 윈도는 55%를 기록했다.

IDC는 또 리눅스는 향후 5년간 연평균 16.6% 성장할 것으로 보이는 반면 윈도는 10.5%, 기타 OS 는 8.9%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유닉스 점유율은 2002년 11%에서 2007년에는 5.7%로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트너 등 다른 조사 기관들도 IDC와 비슷한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적어도 서버 분야 만큼은 리눅스가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셈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 공공시장에서 유닉스 점유율이 65%에 육박하고 있어 리눅스가 파고들 수 있는 공간은 더욱 큰 상황이다.

정부가 서버 분야에서 윈도와 유닉스 중심주의 대신, 선택과 집중에 기반한 리눅스 생태계 육성에 전력투구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즉시 전략감으로 평가되는 서버 분야와 달리 임베디드리눅스는 중장기 전략으로 추진된다.

정부는 앞으로 휴대 인터넷과 위성DMB 등이 확산되면 새로운 단말기 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관련 SW 수요도 덩달아 올라갈 것으로 내다본다. 임베디드리눅스 육성 전략은 이곳을 공략 지점으로 삼고 있다.

국산 임베디드리눅스 보급이 확산되면 국내 업체가 만든 미들웨어, 웹캐스팅, 빌링 솔루션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고현진 한국SW진흥원장은 "임베디드 시장이 열리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빨리 표준을 정하고 준비한다면 차세대PC 등 미래 시장을 국내 SW업체가 주도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임베디드 분야서도 또 다시 남좋은 일만 시키게 된다는 얘기다.

◆ 원천기술 확보와 응용SW 경쟁력 강화

정부가 리눅스로 대표되는 공개SW 육성을 통해 얻고자 하는 바는 국내 응용 SW업체들이 새로운 판에서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미 유닉스나 윈도 기반의 생태계에서 글로벌 거인들과 맞붙어 싸우기에는 늦었다는 판단도 한 몫 한다.

물론 이미 세계 유수의 소프트웨어 기업들도 리눅스 시장에 뛰어든 만큼 우리가 결코 앞섰다고 볼 수도 없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 늦기 전에 우리도 뛰어들어야 하고, 또 현재까지 상황은 따라잡지 못할 수준은 아니라는게 정부 판단이다.

고현진 한국SW진흥원장은 "국내 업체중 리눅스 기반 웹애플리케이션 서버를 갖고 있는 업체가 없는 상황"이라며 "리눅스 저변이 확대되면 이를 지원하는 미들웨어, 클러스터링 솔루션, 그래픽처리 솔루션, 로드밸런싱 솔루션 분야에서 국내 업체들이 원천 기술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리눅스로 판을 깔테니, 국내 업체들은 거기에 올라갈 SW를 만들라는 얘기다. 물론 시장은 정부가 책임지고 만들겠다는 의지다. 시장만 있다면 기업들 스스로 가만있을 리 없다.

정부는 이같은 시나리오가 성공할 경우 2007년 국내 SW시장에서 공개SW와 국산 응용SW 점유율이 35%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OS분야에서 축적된 원천 기술을 기반으로 세계적인 아키텍트 300명과 핵심 설계 인력 2천500명이 활동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리눅스 생태계 육성을 통한 SW주권 독립'이라는 정부의 시나리오는 이렇게 요약된다.

그러나 관련 업계는 정부의 이같은 정책에 대해 의구심을 버리지 않고 있다. 아직 정부의 생각처럼 리눅스 기반 SW 개발에 의욕을 보이는 기업들도 없다. 초기부터 활동해온 리눅스 전문업체들이 정부와 보조를 맞추고 있을 뿐이다.

시장은 정부의 공개SW 정책을 아직은 미심쩍은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얘기다.

황치규기자 delight@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공개SW, 과연 대안인가 - 중] 'SW 판갈이'를 위한 정부의 시나리오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