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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기무사, 계엄 선포 동시 언론 사전검열 등 보도통제 계획"


[아이뉴스24 전종호 기자] 박근혜 정부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가 비상계엄 선포될 경우 언론 보도를 사전에 검열하고, 각 언론사에 보도통제 요원을 배치할 계획까지 세웠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기무사 개혁위원회가 '기무사 해체'까지 거론한 것은 이처럼 기무사가 30~40년 전 보도통제를 재현하려는 등 안일한 인식에 머물러있다는 안팎의 비판을 고려한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김의겸 대변인이 20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계엄령 문건'의 세부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출처=뉴시스 제공]

청와대는 지난해 3월 기무사가 작성한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과 부속 문건인 '대비계획 세부자료'를 20일 공개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건에는 계엄선포와 동시에 발표될 언론·출판·공연·전시물에 대한 사전검열 공보문과 각 언론사별 계엄사 요원 파견 계획이 담겼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계엄사령부는 보도검열단 9개 반을 편성해 신문 가판, 방송·통신 원고, 간행물 원본, 영상제작물 원본을 제출받아 검열할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기무사가 지난해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기각시 시위 과격화 등 혼란상황을 가정해 세운 이 계획은 지난해 대중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영화 '1987'과 '택시운전사'에서 재현된 바 있는 군사정권의 언론정책과 흡사해 충격을 던진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비롯한 신군부는 1980년 5·17 비상계엄 확대조치 및 포고령을 발포하면서 어떤 기사도 검열 전에는 보도할 수 없도록 했다. 이를 위반할 경우 폐간을 경고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검열제도 아래에서 5·18 광주항쟁은 발생 당시 언론에 보도되지 못했다. 계엄사는 군의 발포 등 강경진압을 다룬 보도 내용에 빨간선을 그어 삭제를 지시했다. 영화 '택시운전사'에서 평범한 시민을 대변하는 택시운전사가 광주에서 시위대의 폭동이 있었다고 믿는 설정이 나오는 배경이다.

신군부는 보도지침을 내려 언론자유를 막기도 했다. 영화 '1987'에서는 신문사 사회부장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접한 뒤, 격노하며 편집국 칠판에 적힌 보도지침을 지우는 장면이 나온다. "'탁'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경찰 발표에 따라 정부는 "박군이 쇼크사했다"는 보도지침을 내렸다. 이 지침은 6·29 선언 이후 폐지됐다.

청와대는 아울러 기무사가 이 문건에서 정보기관 요원을 언론사마다 배치해 보도를 통제하려 했다고도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KBS·CBS·YTN 등 22개 방송과 조선일보·매일경제 등 26개 언론, 연합뉴스·동아닷컴 등 8개 통신사와 인터넷 신문사에 대해 통제요원을 편성해 보도를 통제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각 언론사 별로 몇 명이, 구체적으로 단장까지 어느 기관에서 가는지 나와 있다"고 부연했다.

이는 1972년 유신헌법 선포 이후 각 언론사마다 중앙정보부(현 국정원) 등에서 파견한 정보원이 상주하며 보도 및 편집에 직접 개입했던 시절을 연상케 하는 조처다. 문건이 현실화됐다면 40여년 전 '자유언론실천선언'에 명시된 "기관원의 출입을 엄격히 거부한다"는 결의가 다시 등장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었다.

청와대는 이와 함께 문건에 "인터넷 포털 및 SNS 차단, 유언비어 유포 통제 등 방안도 담겨 있다"고 전했다. 기무사가 이명박 정부 시절 '광우병 시위', '천안함 사건' 등으로 정부 비판 여론이 커지자 댓글부대를 조직해 친정부 성향 댓글 공작에 나섰던 과거를 되풀이하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한편, 기무사는 해외 여론을 상대로 계엄령을 합리화할 논리도 마련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한국에 있는 각국 대사관에 파견된 무관들과 외신 기자단 상대로 계엄령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도 외교활동 방안에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전종호기자 jjh1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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