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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우림, 성별·나이 미상의 갈구하는 사람"(인터뷰)


22일 정규 10집 앨범 '자우림' 발표

[조이뉴스24 정병근 기자] 자우림의 음악은 누가 들어도 '딱 자우림'이다. 그만큼 색깔이 확실하다. 자칫 본인들만 만족하는 음악이 될 수도 있지만, 또 절묘하게 대중의 마음을 건드린다. 21년 동안 외도 없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해올 수 있었던 이유다. 그런 자우림이 10번째 정규앨범으로 돌아왔다.

자우림은 22일 정규 10집 '자우림'을 발표했다. 2013년 9집 '굿바이 그리프(Goodbye, grief)' 이후 5년 만의 정규. 거창한 수식어나 의미심장한 표현 없이 그냥 '자우림'이다. 이들이 그간 해온 음악들을 돌아보면 앨범의 정체성을 함축하는 타이틀로 '자우림' 만한 것도 없다.

자우림은 지금까지 늘 그래왔듯 대중이 어떤 음악을 좋아해줄지 계산하지 않고 본인들이 하고 싶은 음악을 했다. 멤버들은 "어떤 곡이 사랑받을지는 진짜 아무도 모른다. 작업을 할 때 기준은 딱 하나 '셋이 듣기에 좋은 앨범'이다. 그거 맞추기도 벅차다"고 말하며 웃었다.

"앨범 만들 때 정기적으로 거치는 과정이 있어요. 바쁠 땐 '이거밖에 안 되나' 싶어 괴롭고 자학해요. 이 시기가 지나면 정신줄을 놔요. 이게 지속되다가 어느 순간 작업이 끝나는데 그러면 자아도취의 시기가 와요. 지금은 자아도취의 시기라 앨범이 너무 좋고 들떠있어요."(김윤아)

그렇게 앨범은 '광견시대(狂犬時代)', '아는 아이', '슬리핑 뷰티(Sleeping Beauty)', '있지', '영원히 영원히', '기브 미 원 리즌(Give me one reason)', '사이코 헤븐(Psycho heaven)', '아더 원스 아이(Other one’s eye)', '오버 더 레인보우(Over the rainbow)', 'XOXO'로 채워졌다.

"사운드적인 완성도에서 특히 만족스러워요. 한 곡 한 곡이 우리 생각엔 자우림이니까 할 수 있는 음악들이에요. 동화적이면서 현실적인 얘기고 몽환적인데 관능적이기도 하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부분도 있어요. 그게 자우림 자체가 아닌가 생각해요."(김윤아)

김윤아가 타이틀곡 '영원히 영원히' 를 포함해 7곡, 이선규가 2곡, 김진만이 1곡을 썼다. 그럼에도 김윤아의 솔로 앨범과 자우림의 앨범이 확연히 다른 건 화자가 다르기 때문이다. 또 자우림의 사운드는 이선규(기타), 김진만(베이스), 김윤아(보컬) 세 명이 뭉쳤을 때 완성된다.

"김윤아 솔로 앨범의 화자는 김윤아고 자우림 앨범의 화자는 성별이 남자도 여자도 아니고 나이는 불명확하나 머릿속은 청년일 듯 하고 뭔가를 갈구하나 이뤄질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는 그런 사람인 것 같아요."(김진만)

"솔로 앨범을 만들 땐 밴드에서 만들 수 없는 사운드를 생각해요. 목소리를 잘 살리려고 하고요. 자우림에서는 밴드 전체 사운드를 생각하고 목소리가 지나치게 곡을 끌고 가지 않게 해요. 또 세 명이 각자 곡 작업을 해도 공통적인 주인공은 자우림이에요."(김윤아)

"전 밖에서는 기타 잘 친다고 생각도 안 하고 그런 말 들어본 적도 없어요. 그런데 자우림 안에서는 제가 제일 기타를 잘 치고 제가 자우림 음악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기타리스트에요."(이선규)(그러자 김윤아가 "고등학생 때부터 서울에서 소문난 천재 기타리스트였다"고 덧붙였다)

자우림 멤버들이 나이를 먹고 성장해가는 만큼 자우림 앨범 속 화자도 예전과는 다르다.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건 그 화자가 노래하는 게 결국 '우리의 얘기'라는 것.

"처음 자우림의 화자는 세상과 싸우고 있었어요. 그때의 20대는 싸울 준비가 돼있었거든요. 지금의 화자는 많은 걸 체념한 느낌이에요. 나이를 먹고 있기 때문일 수 있고, 죽지 않았으니 산다 이런 친구들이 많기 때문일 수도 있고요. 그런 변화들이 음악에 담기지 않나 싶어요."(이선규)

"주변엔 다 아직도 고민하고 미래가 불안하고 현실이 그래요. 착실하게 살아서 좋은 직장을 얻어도 또 퇴직, 집, 할부금 등 걱정이 시작되고요 사회가 좀 더 편안하고 다들 이 정도 나이가 되면 걱정이 없고 안정된 시스템이 있다면 다른 얘기를 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그래요."(김윤아)

밴드로 21년째 활동하면서 정규앨범 10장을 낸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멤버들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운이 좋았다. 좀 나태해졌을 때 '나가수'가 뭔가를 줬고, '비긴어게인'도 뭔가 필요했던 시점이었다. 모르던 자우림의 세계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우리끼리 '과연 해체를 할 것인가' 그런 얘기를 해요. 나오는 결론은 이래요. 예를 들어 11집을 냈는데 10집보다 후지다. 다시 12집 작업에 들어갔는데 더 후진 것 같다. 그러면 그만 할 것 같아요. 전작보다 겨우겨우 더 좋은 앨범을 만들고 있는 것 같아서 마음에 들어요."(김진만)

조이뉴스24 정병근기자 kafk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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