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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산업을 살리자-8] "SW 바로보기부터"…시리즈 <1부>를 끝내며


 

"서글프지만 어쩌겠습니까. 그것이 현실인데. 그리고 뾰족한 방법도 없을 겁니다. 이제 그만 두세요. 괜히 아픈 가슴만 후비지 말고..." 취재중에 만난 업계 관계자의 한숨섞인 넋두리였다.

우리의 현실이 어떤지를 고스란히 대변해 주는 말처럼 들렸다. 더 이상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총체적인 부실의 현실,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의 현주소였다.

시리즈가 나간 후 독자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속 시원한 지적이었다는 격려부터 괜한 짓 하고 있다는 비아냥까지. 애정어린 질책도 끊이지 않았다. 여전히 피상적인 문제제기에 지나쳤다는 지적과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 제시가 부족하다는 꾸지람들이다.

다양한 반응은 뜨거운 관심의 또 다른 모습이 아닐까.

낯부끄럽지만 질책보다는 격려와 박수가 훨씬 많았기에 하는 얘기다. 그러나 격려보다는 질책과 지적이 더 맘에 담기는 법이고 또 고마운 일이다.

애써 변명하자면 이번 시리즈의 출발은 '우리나라 SW 산업의 슬픈 자화상'을 있는 그대로 끄집어 내보자는 것이었다. 이는 문제 해결의 방법과 새로운 대안 모델을 찾기 위한 필수적인 첫 단추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현재의 모습에 대한 쓰라린 자기반성 없이 새로운 출발은 없다는 전제였다.

◆ SW산업의 세가지 위기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의 현주소를 조명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기획시리즈의 <1부>는 크게 세가지 관점에서 SW산업 전반을 짚어봤다. 그리고 어느 곳 하나 온전하지 않은 거대한 부실 구조라는 점을 확인했다.

우선, SW 업계의 내적 경쟁력 부실의 문제다. 스스로 경쟁력이 없다면 더 이상 산업육성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산업이라고 할 수 없는 초보적인 수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SW기업들의 내적 경쟁력은 부끄러운 수준이다. 여전히 주먹구구식 SW 개발 관행과 사후 서비스 정신의 부재, 그리고 '기술 오만주의'라고 할 수밖에 없는 마케팅 괄시의 현실이 곳곳에 만연해 있다.

밖으로 눈을 돌리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SW시장이라는 것이 과연 존재하는지 의문이 간다. 재벌구조에서 비롯된 계열 SI 기업들의 존재는 SW시장을 폐쇄적이고 비경쟁적인 구조로 몰아갔다. 산업을 자연스럽게 키우고 조절할 수 있는 자생력 갖춘 시장의 존재는 우리에겐 너무도 먼 이야기였다.

또한 이러한 시장구조의 개혁에 무엇보다 정부의 법제도적 노력이 시급하고 절실하다는 점도 들었다. 시장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에 시장의 정화능력를 기대할 수 없는 수준이다. 결국 유일한 자유경쟁 시장인 공공시장에서부터 인식변화의 출발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SW에 대한 홀대는 정부도 앞장서고 있다. 시장구조의 개혁과 함께 SW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주는 풍토의 조성은 현재로선 정부의 몫이다. 모든 문제를 정부 탓으로 돌려 또 다시 정부의 지원책만 소리높여 외치자는 것이 아니다. 정부의 제대로 된 역할이 유일한 기폭제인 상황이라는 말이다.

내적 경쟁력도 부실하고, 경쟁력을 발휘할 건전한 시장도 없고, 이를 제대로 바로잡아줘야할 법과 제도의 뒷받침도 없다. 이렇게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은 부실의 악순환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 SW 바로보기

SW 산업 부실의 3대 인프라를 살펴봤다. 그런데 이 세가지 원천적인 요인들의 기저에는 하나의 잘못된 인식이 공통으로 깔려있다.

'SW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다. 두가지를 지적할 수 있다.

우선, SW는 상품이 아니라 서비스라는 것. 소프트웨어는 판매 또는 구축만으로 끝나는 상품이 아니다. 지속적인 업그레이드와 사후 서비스가 전제됐을 때 비로소 SW는 상품으로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또 그래야 한다.

SW가 상품이 아니라 서비스라는 점은 SW 개발업체 조차 간과하고 있을 정도다.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식으로 SW 하나 개발해 놓으면 다 됐다는 사고방식이나, 얼렁뚱당 넘어가는 품질관리, 매뉴얼의 부실이나 사후 서비스 정신의 부재 등이 증거다.

SW 구매자도 SW의 가격이 CD 몇장에 담겨 있는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설계와 매뉴얼, 사후 서비스에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진정한 SW의 가치는 서비스다.

SW에 대한 바로잡아야 할 인식 가운데 또 하나는 'SW 산업이 단일한 특정영역의 산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SW는 IT산업은 물론 전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기본적인 인프라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식기반 산업의 타산업 파급효과는 눈에 보이지 않을 뿐, 결코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지식기반 산업으로서 SW산업의 역할을 과소평가하고 있다.

반도체나 휴대폰에는 관심이 있지만, 그 속의 핵심엔진은 소프트웨어 기술이라는 점을 흔히 놓치고 있다. 정부가 앞장서고 있는 미래 '신성장동력' 과제 어디에도 SW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우리나라 SW산업 규모는 18조2천억원에 이르렀다. 이는 SI나 소프트웨어 개발 등 직접적인 SW 공급업체의 매출만을 집계한 것이다. 직간접적으로 SW의 영향권 아래에 속한 산업까지 감안하면 그 규모는 몇갑절 커진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SW로 대표되는 지식기반 산업의 타산업 기여효과를 국민경제의 지표에 반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최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은 지난해 총 18조2천억원에 이르렀다.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은 5천430억달러(약 650조원)였다. 우리나라는 세계 시장의 약 2.8% 규모인 셈이다.

다른 산업과 비교해 SW산업의 규모를 보자.

정보통신서비스 시장(기간통신, 별정통신, 부가통신, 방송 포함)은 43조2천165억원이었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하는 이동전화단말기가 25조5천억원, 반도체가 36조원 규모였다.

단순한 산술적 비교만으로도 소프트웨어 산업은 세계 IT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거대 시장이다. 더구나 향후 도래할 유비쿼터스 컴퓨팅, 웹서비스의 기본 인프라는 누가 뭐래도 소프트웨어다.

핵심 인프라인 소프트웨어는 모두 외산 제품으로 채우고 우리는 다시 '껍데기 왕국'이 될 것인가. 그럴수 없다.

그리고 희망의 메시지는 미약하나마 조금씩 울려나오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SW는 지식기반사업이라는 인식의 틀을 새롭게 정의받았다. 국가계약법에 명시됨으로써 법적인 지위를 얻었다는 얘기다. 또한 오는 3월부터 공공 프로젝트에서 중소기업 지원정책이 본격 시행된다.

새로운 변화의 물꼬가 하나 둘 터진 셈이다. 이제 그러한 변화를 산업 발전의 실질적인 원동력으로 삼아야 할 책무가 업계는 물론 정부에게도 주어졌다.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국내 시장은 물론 해외시장에서까지 주목할 성과를 올리는 기업들도 하나둘 늘어가고 있다.

이러한 희망의 불씨들을 안고 아이뉴스24는 'SW산업을 살리자'라는 슬로건과 함께 올들어 연재를 시작한 기획시리즈의 <1부>를 마감한다.

이제 아이뉴스24는 <1부>에서 제기했던 문제점들을 하나의 지표로 삼아, 문제점별로 좀 더 구체적인 테마별 집중 기획에 들어갈 예정이다.

또한 좀 더 폭넓은 공론의 장을 마련할 계획이다. 업계는 물론 시장 전체의 노력이 한데 어우러졌을 때에만 비로소 도약의 기틀이 마련될 수 있기때문이다.

독자들의 지속적인 성원과 질책, 격려를 기대한다.

김상범기자 ssanb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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