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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티' 김남주, 최고의 연기가 완성한 최고의 캐릭터


6년 공백 무색한 열연에 호평 잇따라

[조이뉴스24 권혜림 기자] 시작도 끝도 강렬했다. 6년 만의 연기 복귀작으로 '미스티'를 택한 김남주의 선택은 옳고 또 옳았다. 방영 직후부터 연기 호평을 이끌어내며 높은 화제성을 얻은 이 드라마를 통해, 김남주는 '인생작' '인생 캐릭터'를 새로 남기게 됐다. 전례 없이 강렬한 여성 주인공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지난 24일 방송된 JTBC 금토드라마 '미스티'(극본 제인, 연출 모완일, 제작 글앤그림)의 마지막회에서는 케빈리(고준 분)를 죽인 범인이 고혜란(김남주 분)의 남편 강태욱(지진희 분)이었다는 사실이 확인되며 안방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하명우(임태경 분)는 자수를 결심한 태욱을 대신해 케빈리를 살해한 범인이라 스스로 거짓 자수를 했지만 태욱은 사건을 자초한 자신을 스스로 벌하는 길로 죽음을 택했다.

지난 23일 방송된 15회에서 태욱이 케빈리를 죽인 범인임을 암시하는 정황들을 발견한 혜란은 절망에 빠졌다. 사랑이 아닌 성공의 발판을 위해 태욱과 결혼했던 과거, 쇼윈도부부로 살아온 세월을 보내고 위기에 처한 자신을 위해 나선 태욱을 보며 뒤늦게 사랑을 깨달았던 혜란에겐 비극과도 같은 소식이었다.

최고의 앵커이자 권력을 향한 조준을 망설이지 않는 기자이기도 했던 혜란은 이를 결코 모른척 할 수 없었다. 그 죄를 저지른 사람이 이제야 비로소 사랑하게 된 남편 태욱이라 해도, 혜란의 양심은 힘겹게나마 작동했다. 게다가 누명을 쓴 자신을 돕기 위해 나선 줄로만 알았던 태욱의 행동에 자신의 죄를 덮기 위한 동기 역시 있었음을 자각하면서 혜란은 더욱 큰 혼란에 빠졌다.

하지만 이미 태욱을 사랑하게 된 혜란은 결국 그의 편에 서기로 결심했다. 모든 것을 함께 짊어질 각오로 태욱을 범인으로 보도하려 했던 계획이 명우의 자수 후 뒤바뀌었다. 일상을 되찾은듯 보인 혜란은 국장의 제안으로 자신의 인터뷰 코너에 태욱과 함께 나서려 했지만, 결국 태욱은 그 자리에 영영 나타날 수 없게 됐다.

마지막회의 마지막 장면을 장식하는 것은 스태프의 사인에도 침묵한 채 눈물을 그렁이며 앞을 응시하는 혜란의 모습이다. "지금 행복하세요?"라 묻는 방청객의 질문에, 대한민국 최고의 앵커 고혜란은 아무 말도 잇지 못한다. 미소를 띤 채 눈물을 보이는 혜란의 표정은 명우와 태욱을 비롯해 자신을 둘러싼 이 모든 비극을 관조하는듯 보이기도 한다. 체념이라 해도, 깨달음이라 해도 이해가 되는 표정이다.

목표를 위해 거칠게 달렸던 과거, 운명이 돕지 않은 몇 번의 인연, 결코 원치 않았던 결말 등 혜란이 떠올렸을 법한 고민들은 짧은 문장들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난제로도 보인다. "잡히지도 않는 걸 잡기 위해 미친듯이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혜란 스스로의 물음은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간단히 축약한다.

고혜란 역을 연기한 김남주는 차가운 완벽주의자로만 보였던 극 초반의 이미지부터 옛사랑 케빈리의 접근에 불안을 느끼는 표정, 누명을 쓰고 몸이 묶인 상황에서도 강단과 직업정신을 잃지 않는 모습까지 입체적인 캐릭터를 순조롭게 그려냈다. 이후 남편 태욱과의 신뢰를 회복하고 사랑을 느끼는 얼굴까지, 꼬집을 곳이 없는 연기였다.

그간 배우 김남주를 언급하며 가장 자주 회자된 캐릭터는 '내조의 여왕'의 천지애, 혹은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차윤희였을 것이다. 코미디, 홈드라마에 밝은 로맨스를 버무린 장르에 김남주는 유독 강한 배우였다. 그 안에서도 가장 비중이 큰 인물로서 여성 캐릭터의 주체성을 녹여냈지만, 대개 전통적 성관념과 인물의 갈등 혹은 화합을 비추는 데 그쳤다.

'미스티', 그리고 고혜란은 많이 달랐다. 살인 사건을 둘러싼 의혹과 진실로 시작과 끝을 맺었지만 그 사이엔 고단한 환경에서 성장할 수밖에 없었던 여성 청소년의 모습과 조직 내 여성들이 겪는 차별 대우, 화려한 경력을 쌓으며 나이 들어가는 여성 언론인과 그 다음 세대의 젊은 여성 언론인이 어떤 시선 아래 경쟁에 내몰리는지가 그려졌다.

자신의 위치를 위협하는 차세대 앵커 한지원(진기주 분)을 향해 보인 태도는 이런 문제의식에 더해 고혜란이라는 인물의 입체성까지 보여줬다. '뉴스나인'의 자리를 오기로 지키려는듯만 보였던 고혜란이 한지원을 자신의 자리를 이어받을 후배로 교육하는 과정은 기존의 남성 중심 서사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여성 간 연대의 관계로 이어졌다. '미스티'는 남녀 간 인사 차별을 비롯해 여성 언론인이 처한 현실을 직접적 대사로 지적하기도 했다.

김남주는 이 모든 메시지의 중심에 있는 여성 인물을 힘차게 끌고 갔다. 6년의 기다림이 조금도 아쉽지 않은 활약이었다. 주부 김남주로 지내온 6년의 시간을 메꾸기 위해 걸음걸이부터 새로 연구했다는 그의 노력은 고혜란이라는 전례 없이 힘있는 여성 캐릭터로 피어났다.

지난 2일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김남주는 앵커 고혜란 역을 위해 기울인 노력들을 돌이켰다. 건강하면서도 날카로운 이미지의 인물을 위해 "달걀과 닭을 주로 먹고 있다"고 밝히는가 하면, 아나운서의 말투를 입에 달고 살았다고도 고백했다. "별 것 없었다고, 쉬웠다고, 집에선 연습 안 했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였다.

그 노력에 대한 이야기를 기억해서일까, 16회의 한 장면에선 인물의 얼굴에 배우의 고심이 엿보이기도 했다. 고혜란이 그토록 신성하게 여겼던 뉴스룸에서 소주를 마시고 장국장에게 속내를 이야기하는 장면이었다. 술에 취해 서럽게 울던 고혜란이 비극의 탓을 자신에게 돌리며 후회에 대해 말하는 신, 최고의 앵커인 그를 늘 짓눌러왔던 고민을 고백하는 순간이다.

오랜 시간 화려한 스타로 최고의 자리를 지키며, 보이지 않는 곳에선 쉴틈 없이 자신을 갈고 닦았을 배우 김남주의 진짜 고민이 멀찍이 느껴진 대목이었다.

한편 '미스티' 후속으로는 손예진, 정해인 주연의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방송된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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