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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왜 SW인가...고현진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장


 

왜 소프트웨어인가?

세계적으로도 그렇지만 IT산업이 미래 한국 경제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산업이라는 것에 이견은 없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세계가 알아주는 IT강국 아닌가.

지금 우리 IT산업의 수준으로 지식산업시대 글로벌 경쟁구도에서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장담할 수 있을까. 조금만 냉정하게 짚어보면 외산으로 도배한 통신 네트워크 강국이고, DRAM 위주의 반도체, 퀄컴없이 혼자가기 어려운 휴대폰,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나 필립스를 의식할 수 밖에 없는 LCD/PDP 등 몇몇 제품에서만 경쟁력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더구나 이 분야는 제조업적인 속성을 많이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후발국이 맹렬하게 쫓아오는 분야이기도 하다.

특히 지식산업의 꽃이요, 부가가치가 높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내로라하는 소프트웨어 하나 없을 만큼 상황이 열악하다. 국내에서 사용되는 소프트웨어의 86%가 외산이라는 통계에서도 볼 수 있듯이, 국내 소프트웨어산업의 경쟁력은 몇몇 제품을 제외하고는 거의 바닥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우리 경제를 지탱해 왔던 제조업은 값싼 노동력을 무기로 한 중국 등 개발도상국의 등장으로 인해 글로벌 시장에서 그 경쟁력을 급격히 상실해 가고 있다. 아직은 경쟁력이 있다고 하는 자동차, 조선, 전자와 같은 분야도 후발국과 간격을 벌리면서 장기간 승승장구 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또한 제조업의 공동화 현상은 우리를 비롯한 아시아 각국들이 이미 절실하게 겪고 있는 문제가 아닌가. 어쩌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해외 이전을 늦추는 것이 신성장 산업에 투자하는 것보다 더 시급한 과제일 수 있다.

제조업의 경쟁력 확보든, 신성장 산업의 창출이든 그것은 소프트웨어를 통해서만이 가능하다는 것을 통감해야 한다. ERP 등 개별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도구와 CRM, SCM 그리고 수없이 들어왔던 B2B, 전자정부 등을 활용하여 우리나라의 사회적 효율성을 높여서 후발국이 가진 저임금이라는 경쟁력을 상쇄시키고 해외이전의 유혹을 떨치게 하는 지름길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중국이 토지와 임금이 싸고, 관리들이 친절해졌다지만 유통구조, 행정업무 처리절차, 기업간 거래 관행들은 기업의 코스트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그 인프라를 구축하고 기존의 의식구조와 관행을 바꾸는데 장기간의 투자와 시간이 소요되는 문제일 수 밖에 없다.

지금 우리 국민이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변화'이다. 그것은 각종 제도의 변화, 의식구조의 변화, 업무처리 절차의 변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과 경쟁 우위 확보로 최종 귀결되는데, 그 변화를 구현하기 위한 핵심이 바로 소프트웨어라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미국이 지난 80, 90년대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한 하이테크산업으로 방향을 전환하여 고도의 성장을 이루어 낸 것처럼, 우리도 이제 지식정보산업으로 구조 전환이 필수적인 시점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다시 정리하면 기존산업의 고도화든, 신성장산업의 육성이든 그 돌파구와 귀착지는 바로 소프트웨어이다. 비록 늦었지만 지금이 소프트웨어를 키워야 하는 시점이다. 아니 조금만 주저하면 그나마 어렵게 확보한 앞선 인프라의 강점이 상쇄되어 영영 기회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

다행히도 기존의 IT와 소프트웨어의 핵심기술 분야는 비교적 성숙되어 따라갈 여지가 다소 남아 있고, 새롭게 전개되는 디지털 컨버전스(Digital convergence), 유비쿼터스(Ubiquitous) 분야는 많은 부분이 아직 표준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강력한 정보통신 인프라를 바탕으로 표준을 선도할 수 있는 여지는 남아 있다는 얘기이다.

초고속 인터넷, 이동통신, CDMA 등 통신 인프라와 반도체, LCD, PDP 등의 요소 하드웨어, 그리고 그것을 광범위하게 쓰는 우리의 의식구조와 생활양식의 변화는 새로운 선도 산업의 육성과 이를 통한 핵심 인력양성과 원천기술의 개발 촉진으로 충분히 표준화를 선도할 수 있다.

다른 나라가 경험하지 못한 인터넷 대란, 스팸이나 보안문제에 대한 많은 사고와 논의들, 디지털 엔터테인먼트로서 온라인, 모바일게임 등의 콘텐츠, 더불어 전자정부, 이러닝(e-learning), 프라이버시 등에 대한 첨예한 논의는 우리가 앞서 있기 때문에 생겨난 현상이다.

미리 경험하고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받아들인다면 이를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본다. 그러나 이러한 인프라의 환경적인 강점도 2~3년 내에는 소멸될 것으로 예상되기에 이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

이렇듯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한 지식정보산업으로의 구조조정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하지 않으면 안되는' 당위의 문제이다. 하지만 소프트웨어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해야 할 일들이 너무나 많다. 당장 아키텍처급 전문인력을 키워야 하고, 소프트웨어 기업이 정상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토대도 마련해야 한다.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공개 소프트웨어의 과감한 채택과 선도적 이용을 이끌어 내야 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소프트웨어를 귀중하게 여기고 소프트웨어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을 대우하는 사회풍토가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소프트웨어와 지식인에 대한 '인식의 변화'없이는 IT강국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갑신년 한 해가 밝은 지 한 달이 지났다. 이제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가치 인식에서부터 우리의 산업구조 조정이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 위에서 정부는 새로운 선도시장을 구축하고 지식인들은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세계적인 산업구조 재편 과정에서 우리가 살아남고, 안정과 희망의 2만불 시대도 맞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고현진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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