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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교문의 디지털농업 이야기] 블록체인을 농업에 적용하면 어떨까


1990년대 중반 한국의 적잖은 IT기업인들이 실리콘밸리를 찾았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Friendship Inn(우리는 ‘우정장’이라 불렀다)은 아침 메뉴로 김치와 사발면을 제공하여 인기가 있었다. 아침이면 자연스레 안면 있는 분들과 인터넷 사업 정보를 공유한 기억이 있다.

시스코, 오라클과 같은 기업이 이 시기에 급성장하였고, 뒤를 이어 구글, 애플, 아마존 그리고 페이스북이 실리콘밸리의 성장을 이끌었다. 20여년이 지난 지금은 어떠한가? 중국, 한국이 ICO(Initial Coin Offering)를 금지하고 있는 반면, 스위스 주크 도시는 암호화폐 개발자들이 몰려드는 크립토밸리(Crypto Valley)로 불리우게 되었다. 블록체인 시대에 전세계 암호화폐의 허브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인터넷이 중앙의 서버에서 무한정의 데이터 복사본을 제공하는 것이라면, 블록체인은 탈중앙화된 P2P(Peer to Peer)환경에서 가치를 갖는 ‘진짜’ 정보인 원본 데이터를 네트워크의 모든 접속자가 똑같은 정보를 갖는 것이 차이점이다.

‘진짜’ 데이터, 즉 ‘가치’를 제대로 유지하기 위해서 컴퓨팅 파워 또는 자신이 갖고 있는 지분을 이용하여 인증하는 네트워크 참여자들에게 보상하기 위해 암호화폐가 필요한 것이다. 즉, 진짜 정보를 위해 돈이 필요한 것이 블록체인이다. 이것이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이 분리될 수 없는 이유가 되는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중앙은행이 무한정 돈을 찍어내는 중앙화된 구조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방안으로 등장한 비트코인이 9년 동안 블록이 50만개 이상 길게 연결되며 신뢰가 쌓이게 되자, 비로소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에 세상은 주목하게 된 것이다.

어쨌든 비트코인은 지난 9년간 시스템 해킹이 없었다. 다만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중앙화된 구조의 거래소가 해킹 당하거나, 개인들이 피싱 당하는 등의 폐해가 있었지만 블록체인이 적용된 암호화폐는 해킹이 없음으로 소수 매니아들의 영역에서 벗어나 인터넷처럼 세상을 변화시킬 기술로 주목받는 것이다.

하지만 블록체인이 세상을 모두 바꾸지는 못한다. 기존의 서버-클라이언트 구조 적용이 필요한 업종, 분야가 있고, 분산화된 환경에서 투명성과 위변조방지라는 블록체인의 강점이 잘 활용될 수 있는 업종, 분야가 있다. 비트코인이 화폐 교환 수단에 그치는 것을 개선하기 위해 등장한 이더리움이 채용한 ‘스마트계약’ 기능은 블록체인의 활용분야를 다양한 산업 적용으로 확대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1996년 닉 자보가 디지털 혁명으로 중개인이 있고, 서류를 주고받고, 직접 서명을 받아 계약 조건의 이행을 확인하는 전통적 계약 방식의 변화 방향을 제시하였다.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계약’은 2013년 비탈릭 부테린이 이더리움을 발표하며제안되었다. 스마트계약은 계약 조건을 실행하는 컴퓨터 트랜잭션 프로토콜을 뜻하며,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계약 조건을 코딩하고, 조건에 부합하면 계약내용이 자동으로 실행되는 계약방식이다.

블록체인이 적용될 수 있는 분야는 다양하다. 글로벌 은행들은 연간 20조원이 넘는 송금 등 금융서비스 인프라 비용을 절감하는 방안으로 블록체인을 검토하고, 나스닥은 블록체인 기반의 장외 주식거래 서비스를 도입하였다. 온두라스, 러시아는 토지관리에 블록체인을 이용하고, 에스토니아는 전자시민권 발급에, 우크라이나는 선거관리에 블록체인을 적용한다.

소위 ‘미들맨’이라 하는 중앙집중식 거래중개인의 역할이 탈중앙화된 블록체인 서비스로 전환되면서 차량, 자전거 공유서비스, 차량판매, 리스, 보험판매, 부동산중개에도 블록체인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글로벌 부품, 제품 공급망, 총기추적에도 블록체인의 투명성, 위변조방지 기능이 위력을 발휘하고, 주식매매 정산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주식거래에도 블록체인을 적용하려고 한다.

기부금관리, 인사관리, 고가의 다이아몬드, 예술작품 거래 등에도 암호화폐와 결합된 블록체인 서비스에도 투명성, 위변조방지, 스마트계약이 적용되어 한 차원 높은 서비스가 제공된다.

블록체인이 세상을 바꿀 대단한 혁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블록체인이 바꿀 수 있는 산업도 제한적이고, 해당 산업에서도 특정한 분야에만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블록체인이 매우 가까운 시기에 폭발적으로 적용범위가 넓게 활용되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어쩌면 예상보다 늦게 우리 생활에 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블록체인이 새로운 기술 임은 분명하다. 그래서 이 분야에서 뒤처지게 되면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 우려된다. 정부는 비트코인이 암호화폐, 가상화폐, 가상통화 중에서 어떤 용어를 사용해야 하는지도 정의를 못 내리고 있다.

암호화폐는 투기이니 규제하고, 블록체인은 지원한다고 한다. 블록체인 육성책으로 나온 지원금액이 470억원이다. 최근 텔레그램이 기관투자자 대상의 프리ICO로 9천억원을 모금했고, 올해 일반인 대상 ICO로 1조원 이상의 자금을 모집한다고 한다. 블록체인을 육성한다며 내놓은 정부 지원금액이 턱없이 적어 보이지 않는가?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많은 전문가들이 좋은 제안을 하고 있으니 참고하면 좋은 방안이 나올 것이다.

한가지 대안을 제시한다면 블록체인, 암호화폐에 열광하는 젊은이들의 관심이 제대로 발산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창조경제를 외치며 지난 수 년간 청년창업에 지원되었던 자금이 제대로 집행되지 못한 것을 생각해보면 지금부터라도 청년창업, 중장년 재기사업 지원예산을 블록체인에 과감히 투자한다면 새로운 미래의 대한민국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인터넷 버블 시대에 신랑감 1순위가 벤처기업가였다. 최근 관심을 받고 있는 블록체인 스타트업 사원모집 경쟁률이 왠만한 공무원 시험 경쟁률과 맞먹을 정도로 높았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두뇌가 뛰어난 젊은이들이 원하는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절실히 필요할 때이다.

중장년 층이 갖고 있는 경험(Domain Knowledge)을 잘 살릴 수 있고, 겁없이 도전하는 젊은이들의 패기가 조화를 이룬다면 블록체인 산업만큼 글로벌하게 도전할만한 산업이 있을까?

블록체인이 다양한 산업에 적용되고 있지만 농업분야는 그렇게 눈에 띄는 진척이 없다. 각종 센서, 제어기, 토양, 기상 정보가 수집, 분석되고 로봇, 인공지능이 종합적으로 적용되는 스마트팜 서비스가 제공되기 시작하였고, 생산, 가공, 유통, 소비 단계의 단절을 기술로 극복하고자 다양한 시도가 진행중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농업분야에도 블록체인은 투명성, 위변조방지, 스마트계약이 적용되어 기존 업무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업무가 무엇인지 눈을 돌려 살펴봐야 한다.

월드뱅크 자료에 의하면 농업시장은 전세계 3천500조원에 이르고, 전세계 GDP의 3.8%를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IT기술 발달에서 소외되었던 농업분야가 사물인터넷이 주목받으며, 농식품의 생산, 가공, 유통, 소비과정까지 가치사슬이 연결되기 시작하였다.

시간은 더 필요하겠지만 농업에 블록체인이 적용되어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고, 우리 모두 서서히 새로운 환경에 적응되어 갈 것이다. 초창기 인터넷 사용자들은 인터넷에 접속해서 회원가입하고 이메일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과 같이 지금은 매우 간단해 보이는 서비스 조차 극히 제한적인 사용자만이 사용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 환경은 농촌에도 인터넷 보급은 물론 스마트폰을 농업에 활용하는 것이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이 되었다.

수 년 또는 십여 년 후 내가 생산한 농작물이 소비자에게 전달될 때, 어느 유통단계에서 온도, 습도 등의 상태가 어떻게 유지되었는지 자연스럽게 확인하는 세상이 올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다면 전체 유통 과정에서 품질 또는 제품보관상태를 인증하는 노드에 대한 적절한 보상도 농민 스스로 현명하게 잘 선택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농업인을 지원하는 보조금 정책이 있다. 보조금 관리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주요한 업무 중의 하나이다. 예산규모도 크고, 이 정책을 악용하는 경우가 많아 이를 방지하기 위해 시스템을 꾸준히 개선하고 있다. 보조금 지원사업이 농업분야 블록체인 적용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또한 전국 1천400개의 지역농협은 다양한 농작물을 공동으로 선별하고 공동으로 판매한다. 판매 후 정산과정까지 투명성이 중요하고, 위변조가 없어야 하고 사전 약속된 계약조건이 만족하면 실행되는 스마트계약이 가장 적절히 적용될 수 있는 분야이므로 선도 지역농협부터 블록체인 적용이 필요한 분야이다.

매년 반복되는 구제역, 조류독감 대응체제에 블록체인이 적용된다면 보다 투명한 관리가 가능할 것이다. 반려동물인구 천만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유기견, 예방접종 관리에 블록체인은 유용할 것이다. 지난해 살충제 계란 파동을 겪으며 먹거리의 생산, 유통단계에서의 오염, 기준에 못 미치는 재료 사용, 유통기한 등에도 블록체인 적용을 생각해보게 된다.

물론 유통단계에서 의도적으로 계란을 바꿔지게 하는 것까지를 제어할 수는 없지만 기본적으로 생산에서 소비까지 해당 상품의 이력추적이 가능한 기술로는 블록체인을 적용하며 개선점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농식품 생태계를 들여다 보면 농작물 출처 및 품질 기준이 있고, 유통과정에서는 단계별로 비대칭 암호화된 물류의 인증과정이 필요하고, 물품의 이동에 따라 거래내역이 비트코인 등의 암호화폐 거래에서의 처리와 같은 암호화 방식에 의한 투명성 제고가 필요하다.

또한 사전 설정된 일정한 온도, 습도가 단계별로 특정된 기준에 의해 통관 여부가 결정되는 스마트계약과 같은 기능이 블록체인 기술로 적용될 수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Ambrosus라는 서비스가 농식품 및 의약품 유통에 블록체인 적용을 위한 ICO를 마치고 2019년 서비스 개시를 준비중이다.

Ambrosus 외에도 해외에서 농업분야에 블록체인을 적용한 암호화폐 ICO를 준비중인 서비스가 많이 있다. 귀농을 꿈꾸는 중장년 IT기술 보유자, 청년창업자 들에게는 금융, 게임, 소셜서비스와 같이 세계적으로 경쟁이 치열한 분야보다는 농업분야에서 블록체인 사업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함께 해보는 것이 어떨까 기대해 본다.

◇용어설명 – ICO(Initial Coin Offering)

비상장기업 주식을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것을 IPO(Initial Public Offering)라 하며, 사업자가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 코인을 발행하고 이를 투자자들에게 판매해 자금을 확보하는 방식을 ICO라고 한다. 보통 비트코인, 이더리움, 퀀텀 등의 암호화폐로 투자자금을 받는다.

Fortune 보도에 따르면 2017년 총 902건의 ICO 프로젝트가 진행되어, 자금조달 전 실패 142건, 자금조달 후 실패 276건, 실패 위기에 처한 113건으로 전체 프로젝트의 59%가 실패로 분석되었는데, 이는 미국 스타트업의 75%가 실패하는 것과 비교하면 그리 높은 수치는 아니나, 처음부터 사기를 염두에 두거나, 개발 역량이 부족하여 실패한 경우가 많으므로 조심해서 투자해야 한다.

◆ 저자 소개

능률교육, 타임교육홀딩스 전문경영인으로서, 그리고 모바일 및 교육업체의 창업 및 초기투자자로 참여하였고, 현재는 IT기술을 농업에 접목하는 이지팜 사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IoT, 빅데이타, 클라우드, 인공지능을 농업에 접목하는 새로운 도전을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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