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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 원진아, '그사이'로 피워낸 잠재력(인터뷰)


영화 '돈' 개봉도 앞둬…"새로운 배역들 기다려져요"

[조이뉴스24 권혜림 기자] 어디서 이런 배우가 툭 떨어졌나 했다. 깨끗하고 맑은 분위기의 얼굴, 다소 낮은 톤의 목소리가 신선하게 느껴졌다. 소리내 웃거나 울지 않고도 인물이 처한 상황을 부족함 없이 담아냈다. 마치 수묵화처럼, 단정하고도 기품이 있는 연기였다. 신예 원진아는 그렇게 드라마 데뷔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종영한 JTBC 월화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극본 유보라, 연출 김진원, 제작 셀트리온 엔터테인먼트, 이하 그사이)에서 원진아는 상처를 숨긴 채 평범한 일상을 꿈꾸는 건축 모델러 문수로 분했다. 어린 시절 겪은 쇼핑몰 붕괴 사고로 동생을 잃은 인물이다. 사고 이후 뿔뿔이 흩어진 부모 아래 자랐고 트라우마에 시달리면서도 자신이 겪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양심적으로 건축 작업에 임하는 캐릭터다.

원진아에게 드라마 출연은 '그사이'가 처음이었다. 첫 드라마에서 주연을 꿰찬 행운을 거머쥔 그는 드라마가 방영되던 내내 신인같지 않은 연기력으로 호평을 이끌어냈다. 높은 경쟁률을 뚫은 것이 결코 운이 아님을 입증해 낸 셈이었다.

"캐스팅된 후에도 걱정이 많았어요. 무섭기도 했고요. 그런데 대본이 너무 좋은 거예요. 연기의 깊이도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인데다 선배들도 너무 좋은 분들이었죠. (상대역 강두 역을 연기한) 이준호 선배의 전작도 봤으니 좋은 배우라는 것을 아는데, 내가 괜히 망쳐놓는 것은 아닐까 너무 무서웠어요. 촬영을 위해 부산에 가기 전엔 스트레스로 몸이 아파 응급실에 가기도 했죠. 그런데 못 하겠다고 말할 수는 없었어요. 욕심이 났으니까요. 연습을 시작하고 동료들을 만나 대화하다보니, 이 드라마가 저 혼자 잘 하고 못하고에 따라 완성도가 갈릴 작품이 아니더라고요."

'눈길' '비밀' 등으로 사랑받은 유보라 작가의 섬세한 필력과 쟁쟁한 배우들의 만남, 깊이있는 여운을 담아낸 연출까지, '그사이'의 미덕들은 작업이 이뤄질수록 원진아로 하여금 불안감을 떨치게 하기 충분했다.

그는 "나에 따라 흔들릴 작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감독, 선배들을 따라만 가도 끝까지 마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아니나 다를까, 현장 분위기도 너무 좋았다"고 돌이켰다.

"스태프들도 '10여 년 드라마 하면서 이런 현장은 처음 본다'고들 하시더라고요. 제가 처음이니 자존감이 떨어질 수도, 주눅이 들 수도 있었는데 다들 저를 문수로 봐 주시고 잘 챙겨주셨어요. 특히 가까워진 분은 엄마 역의 윤유선 선생님이었어요. 마지막 촬영 때는 헤어지는 게 정말 힘들더라고요. 엄마(윤유선)를 끌어안고 엉엉 울었죠. 진심으로 딸처럼 대해주셨어요. 아빠 역의 안내상 선생님과도 마찬가지였죠. 극 중 문수와 아빠가 떨어져 사니 자주 보지 못했는데, 종방영 땐 '나중엔 우리 아빠와 딸 말고 직장 동료로 만나 더 많이 함께 연기하자'고 하셨어요."

12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문수 역에 발탁된 원진아는 드라마 방영 전부터 화제의 중심에 섰다. 시청자들은 물론 방송가에서도 아직 낯선 이름이기에, 그의 연기력에 대한 기대가 한층 더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문수 역을 거머쥐게 된 이유가 스스로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물었다.

"처음부터 신인 배우를 쓰고 싶어하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를 만나주셨던 것 같고요. 대화 위주의 미팅이 이뤄졌어요. 저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문수와 비슷한 면이 있는지를 보고 싶어하셨던 것 같아요. 다행히 저에게 문수의 모습이 있었고요. 120명을 제쳤다기보다, 그냥 감독님이 생각한 문수와 제가 조금 더 가까웠기 때문에 출연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겸손한 답을 내놓은 그에게 '그사이' 방영 후 시청자 반응을 관찰한 적이 있는지도 물었다. 드라마 방영 후 그는 자연스러운 마스크와 군더더기 없는 연기로 안방의 호평을 이끌어낸 바 있다. 원진아는 "모두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더라"며 "너무 평범하다는 반응, 예쁘다는 반응, 못생겼다는 반응도 있었다"고 말하며 웃어보였다.

"장점을 봐 주는 분들이 계신다면 그게 장점이 되는 것 같아요. 제 목소리를 좋다고 여기지 않았기 때문에 '더 여성스럽고 부드러운 목소리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했었거든요. 외모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분들도 있었고요. 하지만 오히려 연기를 할 때는 특이하게, 좋게 봐 주는 분들이 있어 자부심이 생겼어요.(웃음)"

올해 28세가 된 그가 신인으로서 드라마 주연을 꿰차게 되기까지, 고민도 많았다. 배우로 활동하기 전 평범한 회사원 생활도 했던 그는 "일을 시작하기 전엔 당연히 조바심도 느꼈지만, 이제 하고 싶은 일을 하니 점점 긍정적인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막상 연기를 시작하고 나니 주변에 더 늦게 시작하는 분들도 많이 계시더라고요. 혹은 너무 어릴 때 연기를 시작해 이 일을 좋아하는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고요. 저는 더 간절하게 시작했을 뿐인 것 같아요. 나이는 중요한 것 같지 않아요. 어떤 역이든 나와 맞는 역할을 연기하면 되겠다고 생각해요."

지난 2017년 개봉작 영화 '강철비'에서 개성공단 직원 려민경 역으로 관객을 만났던 그는 박누리 감독이 연출을 맡고 배우 류준열, 유지태, 조우진 등이 출연하는 영화 '돈'으로 극장가를 누빌 예정이다. 극 중 시은 역을 맡아 드라마에서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줄 전망이다.

"자꾸 똑같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지는 않은데, 다행스럽게도 '강철비' '돈' '그사이'에서의 역할이 모두 완전히 달라요. 재밌게 연기했던 작품이라 '돈'도 기다려지고요. 연기 해보지 않은 역할이 너무 많아 새로운 배역들이 기다려져요. 이제 시작이니,저와 잘 맞는 작품을 만나고 싶다고 생각하죠."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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