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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표 "체인지업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


지난해 8승 올리며 최고의 활약…"내년도 팀 위한 플레이하겠다"

[조이뉴스24 김동현기자] 고영표(kt 위즈)는 2017시즌 kt의 토종 에이스였다.

어깨 통증으로 전열을 이탈하기 전까지 그는 25경기에 나서 8승12패 평균자책점 5.08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은 높았지만 kt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국내 투수였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2017년 4월 29일 프로 입문 처음이자 본인의 기억으로는 '선수 생활 처음''이라는 완봉승까지 따내면서 kt 투수진의 중심축으로 우뚝 섰다. 기세를 몰아 완투를 두 번이나 해냈다.

분명 주목할만한 성장세였다. 광주동성고에서 화순고를 거쳐 동국대까지 졸업한 그는 2015년 데뷔한 이후 2년간 5승8패의 초라한 성적만을 남긴 것이 전부였다. 두 시즌간 던진 이닝 113.1이닝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 지금까지의 기록을 모두 갈아치우는 데 성공했다.

김진욱 감독의 확고한 믿음도 힘이 됐지만 스스로 꾸준히 답을 찾았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버리고 마운드에 오른 순간, 매 타자와의 승부에만 집중했다. 이번 시즌의 결과는 고영표 본인이 만들어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제 그는 토종 에이스라는 태그를 붙인 채로 2018시즌에 돌입한다. 팀은 4년 연속 최하위라는 수모에서 이제는 벗어나려 한다. 고영표가 그 중심에 서야한다. '조이뉴스24'가 2017년 연말 그와 만나 대화를 나눴다. 이미 그의 머리 속은 팀을 끌어올리겠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고영표와 일문일답

-올 시즌은 어떤 시즌이었나.

"올 시즌 정말 재밌었고 배운 점이 많았다. 프로야구에서 꿈꿨던 선발을 한 시즌이어서 더욱 의미가 남달랐다. 많이 배운 시즌이었다"

-구체적으로 배운 점이 있다면.

"야구가 좀 심플해졌달까, 야구를 대하는 내 마음가짐이나 태도가 많이 심플해졌다. 복잡하지도 않고 심적으로 성장을 했다고 생각한다"

- 선발 풀타임이 처음이었는데 부담은 없었는지

"부담을 가지는 성격은 아니다. 원래 선발 투수는 아니니까 잃을 것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많이 얻어간 시즌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시즌의 나에겐 많은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내년엔 다를 것이다. 올해는 이런 시즌을 보냈으니 내년엔 더 좋은 시즌을 보내야한다는 생각을 한다. 올해 선발로서 해줬던 모습이 있어서 팀도 연봉 협상서 좋은 대우를 해줬다. 책임감을 가져야할 것 같다."

-초반에 페이스가 굉장히 좋지 않았나. 특히 완봉승도 하는 걸 보고 정말 강심장이라 생각했다.

"이것저것 신경 쓰면 부담이 생기지 않나. 완봉승했을때도 하다 보니까 된거고, 그냥 아웃카운트를 늘리는 것에 집중을 했다. 그러면서 지나간거고 지나가보니 완봉승이 된거다. 크게 뭔가 의미를 두려고 했다면 부담이 생겼을 것이다. '승리 투수가 돼야한다''5이닝을 넘겨야 한다' 등등 말이다. 사실 투수 손에서 공이 떠나면 끝난 거 아닌가(웃음). 전에는 분명 그런걸 신경 썼지만 이제는 아니다. 김진욱 감독님이 믿음을 주셨고 첫 경기에서 또 결과가 좋았다. 운이 많이 따랐던 것 같다."

-김 감독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고영표에게 김진욱은 어떤 인물인지.

"너무 감사하다. 심리적인 부분을 잘 컨트롤해주셨다. 나는 기본적으로 예민한 편이다. 감독님은 편하게 해주시니까. 편한만큼 나 스스로도 노력하고 뭐가 중요한지 스스로 찾아봤다. 스타일이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나는 생각이 많아서 누군가 옆에서 지시를 하면 경직되는 부분이 있다. 감독님과 잘 맞았기 때문에 좋은 시즌을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감독님 자체도 워낙 긍정적이시지 않나) 맞다. 그러면서 그 안 좋았던 부분에 대한 생각을 스스로 리마인드하게 해주신다. 감독님은 날 믿어주셨고 그게 동기부여가 됐다."

-빼놓을 수 없는 게 하나 더 있다. 체인지업이 올 시즌 정말 좋았다.

"체인지업이 없었다면 나는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다. 프로야구에 입문 자체를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내게 가치있는 공이다. kt가 나를 영입한 것도 거기에 있다고 생각할 정도다. 2년간 빛을 못 보면서 나 스스로 너무 아쉬웠다. 하지만 언젠간 이 공을 세상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다는 자신도 있었다. 체인지업에 대해선 자부심이 있다. (올 시즌엔 강팀들을 상대로 쏠쏠하게 써먹지 않았나.) 맞다. 사실 체인지업은 좋으니까 이걸 더 좋게 한다기보다는 앞으로는 직구를 더 좋게 해야할 것 같다. 그래야 체인지업이 더 산다. 체인지업만큼 강한 직구를 만들 거다. 그것에 중점을 두고 내년 시즌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시즌 도중 어깨를 다치는 불운도 있었는데.

"계속 안 쉬고 쭉 뛰지 않았나. 그런데 갑자기 어깨가 안 좋아졌다. 뛸 수 있거나 팀을 위해서라면 주사를 맞아서라도 뛰었을 것이다. 하지만 제 어깨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140이닝 던졌으니 충분했다고 본다. 욕심부려서 뛰고 싶진 않았다. 어차피 야구는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해야하는 거 아닌가. 멀리 내다보고 뛰고 싶은 마음을 꾹 참았다. 소견 자체는 심각하진 않았지만 통증이 있었다. 큰 부상이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 그때 몸상태가 나쁘지 않았는데 다친 뒤 어떤 생각을 했었나.

"팀이 최하위를 하고 있는데 미안하긴 했다. 하지만 내가 거기 있다고 해서 팀이 뭔가 바뀌는 건 아니었다. '우리 팀은 뭐가 달라져야 내년엔 약한 이미지를 벗어날 수 있나'란 생각을 많이 했다. 그리고 어깨가 안 아파야 팀에 보탬이 되는 거니까. 또 내가 선배들을 바꿀 순 없지만 후배들을 좀 끌어가는 존재가 되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까'란 생각도 많이 했다.

-내년은 확실히 보강이 됐는데 투수 입장에선 좋을 것 같다. 기대되는 부분도 있을 것 같은데.

"시즌에 대해 아직 깊게 생각해본 적은 사실 없다. 헌데 타순을 직접 짜봤더니 정말 좋더라. 3루수 자리 빵빵하고(웃음) (멜) 로하스도 풀타임 뛰면 얼마나 잘하겠나. 슈퍼루키 강백호도 왔다. 물론 백호는 미지수이긴 하지만 많이 커서 조화가 잘 맞으면 좋지 않을까. 하지만 더 중요한 건 팀 분위기다. 두산 베어스만 봐도 그렇지 않나. 분위기나 팀을 뭉칠 수 있게 만드는 요소들이 정말 중요하다. 그게 스포츠니까."

-kt 분위기는 어떤가. 지금은 나쁘지 않을 거 같은데.

"솔직히 약체로 굳어진지 오래되서 그런지 분위기는 좋은데 경기 중에 처지는 면이 분명 있다. 패배의식에 젖어있다고 하나. 확실히 에너지가 약하다. 지고 있더라도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이 에너지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것이 부족하다. 오랜 시간 많이 지다보니까 그런 것 같다. 야구도 계산이란 말도 하는데 그런 계산이 잘 안 서는 경우가 많다. 팀 뎁스도 얇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 성장하다보면 분명 바뀔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 팀의 미래는 밝지 않나. 시즌 끝나고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본인 스스로의 미래도 밝은 편 아닌가. 아직 어린 데도 팀의 에이스 투수를 맡고 있는데.

"팀 가치가 높아져야 내가 에이스를 했을때 그 가치도 높아지는 것이라고 본다. 양현종(KIA)만 봐도 그렇다. 물론 이번 시즌 내가 잘했지만 나 혼자 잘한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 타선도 로하스 혼자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지 않나. 이 팀엔 잘하는 젊은 후배들이 많다. 함께 올라가고 싶다. 그게 팀이 강해지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본다.

-롤모델이 있나?

"승리를 많이 하고 공이 좋고 그런 것도 중요하지만 나는 조금 다르게 보고 있다. 요즘 좋다고 생각하는 선배는 양현종 선배다. 아직도 청소년 대표 시절 동료들이 모여서 고 이두환 선배를 기리는 이벤트도 하지 않나. 야구도 잘하지만 바른 인성을 가진 선수에 더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야구는 선수로서 당연히 잘해야하는 것이다. 그것보다 사회에 힘이 되고 어린 아이들이 보고 배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동성중학교 선배 아닌가. 많이 보고 배웠을 것 같다.

"맞다. 고등학교도 내가 동성고에 있다가 화순고로 갔기 때문에 전학가기 전까지 봤다. 재능도 있지만 노력을 많이 하는 형이었다. 너무 박수쳐줘야할 일이고 축하해줘야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노력을 옆에서 잠깐이나마 보지 않았나. (고영표 선수도 그렇게 되야하지 않겠나.) 어떻게 보면 운이 좋았다. 그런 노력을 하는 선수가 내 바로 옆에 있었으니까. 양현종을 봤기 때문에 나 스스로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투수조장인 걸로 알고 있는데 그런 노력이나 리더십은 반드시 배우고 싶다."

-사회 공헌을 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얼마전에 박종훈(SK 와이번스) 인터뷰를 봤는데 '팬들이 빈손으로 돌아가게 하고 싶지 않다'는 내용의 글이 확 와닿았다. 종훈이가 팬 서비스를 되게 잘한다고 들었다. 그런 것들이 배워야하는 부분이다. 야구도 잘하고 팬서비스까지 잘하면 팬들도 좋아하시지 않겠나."

-올해 아시안게임 등 국가대표 이벤트가 남아있다. 팀 동료인 정현은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까지 갔다왔는데.

"태극마크를 단 게 정말 부러웠다. 올해는 아시안게임에 나가는 게 목표다.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게 프로야구 선수들의 꿈 아니겠나. 2018년이 내 야구인생에선 정말 중요하다. 운동선수라면 힘이 있을때 운동을 해야하고 군 복무를 하러 간다면…물론 다들 가는 거지만 아시안게임서 영광을 누리고 KBO에서 그 시간을 대신 한다면 더 행복할 것 같다. 팬들에게 더 좋은 야구를 보여드리고 싶은 생각이 크다."

-한국이 APBC에서 성적이 안 좋지 않았나. 본인이 나갔으면 더 좋았을 거란 생각도 했을 것 같다.

"어차피 나는 못 나가지만…선수들에겐 큰 자산이 됐을 거다. 직접 붙어보고 느끼는 부분이 경험이고 자산일텐데 그 부분이 너무 부러웠다. 다른 나라에서 야구 잘하는 선수들이 나온 건데 붙어보고 자신의 장단점을 다 느껴볼 수 있었을테니까. 올림픽이나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전부 다 나가고 싶다. 일단 아시안게임이 먼저다. 웨이트 트레이닝도 많이 하고 준비도 많이 하고 있다."

-내년 시즌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는데, 다친 어깨는 괜찮나.

"충분히 괜찮을 거라 생각하고 있다. 웨이트를 중점적으로 하고 있는데 지금까진 그런 부분이 좀 약했다. 나도 몰랐고 환경도 크게 만들어지지 않았었다. 어깨도 근력이 부족해서 다친 거라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이지풍 트레이닝 코치가 오고 나서 정말 많이 달라졌고 좋아지고 있다. 그 부분에서 감사하고 또 반가운 부분이다."

-이해창도 이지풍 트레이너 칭찬을 많이 하더라.

"여기서 하는 선수들은 모두 프로그램을 짜주신다. 차트를 주시고 따로 강압적으로 하는 건 아닌데 선수들이 개인적으로 모두들 하고 있다. 나는 이제 10주가 넘었는데 몸무게도 좀 늘었고 근력도 많이 향상됐다. 무엇보다 자신감도 많이 붙었다."

-내년 시즌에 대한 각오가 있다면.

"올해 퀄리티스타트를 10번 '밖에' 못했다(밖에 인건가?) 좀 더 하고 싶다. 규정이닝도 못 채웠는데 150이닝까진 채우고 싶다. 시즌을 부상없이 치르고 싶다. 사실 제일 아까운 건 삼진-볼넷 비율이다. 사실 이게 올 시즌 최저(7.81)였다고 하는데 이걸 못 채웠다. 물론 이것도 던지다보니까 된 것이긴 하지만(웃음) 올해도 기록을 신경 안 쓰고 하겠지만…내가 바빕(BABIP, Batting Average on Balls In Play / 인플레이로 이어진 타구에 대한 타율)이 높다. 올해도 타자들과 맞으면서 승부를 할 것이다. 맞는다고 다 안타가 되는 건 아니지 않나. 가운데가 됐든, 몸쪽으로 들어가는 공이 됐든 타자에게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지는 투수로 기억되고 싶다. 내년에도 도망치지 않을 것이다."

-승수에 대한 목표는 없나. 두 자리수 승리라든가.

사실 8승이면 많이 했다고 생각한다. 승수는 운이다. 라이언 피어밴드와 내가 승수가 같다는 게 말이 안된다(웃음). 일단 내 목표는 퀼리티스타트이니까 6~7이닝을 던지는 게 목표다. 최대한 조기강판 없는 투구를 하고 싶다. 야구는 선발놀음이고 내가 일찍 내려오면 다른 선수들은 일주일 힘들다. 누구에겐 내 강판이 기회지만 팀 전체로 보면 해가 되고 부담이 되지 않나. 선수들은 지친다. 그래서 나도 빠른 승부를 보려고 한 거다. 올해도 그럴 것이다.

-완전히 팀플레이어가 된 것 같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고 하지 않나. 그런 인식이 팀에 더 많아져야 한다. 그래야 팀 분위기도 좋아지고 성적도 좋아진다. 다 연관이 있는 거라고 본다. 내가 이렇게 하면 후배들도 따라올 거라 믿는다. 분명 그렇게 될 것이다."

조이뉴스24 수원=김동현기자 migg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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