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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일정 끝난 중3·고3 교실, 영화관과 수면실?


전문가들 "수업일수 탄력적 운영 등 체계적 커리큘럼 필요"

[아이뉴스24 이영웅기자] "하루 종일 영화만 보고 있는데 왜 굳이 학교에 나와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서울의 한 중학교 3학년 학생)

"수능 이후 개별적으로 대입 전형을 준비할 뿐 학교에서는 특별한 교육활동을 하지 않아요." (고등학교 3학년 학생)

학년 말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3학년 교실이 사실상 영화관과 수면실로 전락했다. 중3과 고3의 경우 각각 고등학교 원서접수와 2018 대학수학능력시험 등의 모든 학사일정이 끝났지만, 정작 이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은 없기 때문이다.

12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 A 중학교. 3학년 교실에서 영화 소리가 일제히 흘러나왔다. 이들 교실은 빛이 유입될 모든 유리창을 커튼과 가방 등으로 가린 채 암흑을 유지하고자 노력했다. 사실상 영화관을 방불케 했다.

중3의 경우 다른 학년과 달리 기말고사를 일찍 실시한다. 이달 예정된 고등학교 원서접수를 위해선 11월 말까지 기말고사 성적을 내야 한다. 아직 기말고사 시험을 끝내지 못한 중1과 중2 학생을 위해 학교 측은 중3 학생들에게 영화를 틀어주며 면학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A 중학교의 한 담임교사는 이날 통화에서 "더 이상 시험이 남아 있지 않은 중3 학생들에게 소리치며 뛰어놀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영화를 틀어주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며 "중3의 경우 사실상 교육이 끝난 만큼 교육당국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같은 시각 경기 수원의 B 고등학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고3 교실에는 수업이 진행돼야 할 시간에도 교실에는 사실상 교과서를 보거나 교육활동을 하는 학생들은 없었다. 학생들은 휴대전화 게임을 하거나 책상에 엎드려 잠을 자거나, 영화를 보거나 이렇다 할 목적 없이 시간을 소비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이들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과 가이드라인은 사실상 없다. 이 때문에 수원의 한 중학교의 경우 학생들에게 미성년자 관람불가 영화를 틀어준 어처구니없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는 청소년보호법 위반이다. 수업일수 조정 등 탄력적인 학사운영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학생들도 청와대에 민원을 제기하는 등 공론화에 나섰다. 청원인은 "교육과정이 끝난 중3과 고3 학생들에게 12월에 등교하지 않도록 해달라"며 "현실과 동떨어진 특별프로그램으로는 학생의 이목을 끌지 못하고 오히려 떠들거나 수면을 취하며 무의미하게 학교생활을 보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청원인은 "학교는 더 이상 교육기관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기가 어렵다"며 "12월에 모든 평가와 원서작성이 끝나는 시기 이후에는 최대한 수업시수를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조기졸업, 단축수업 등을 통해 무의미한 학교생활을 끊어달라"고 주장했다.

교육 당국은 '내실 있는 학사운영'과 관련 공문만 보낼 뿐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 한 관계자는 "시도교육청에 학년말 학사운영 내실화 방안을 안내하고 학생의 자기계발과 진로탐색 시기를 갖도록 추진하고 있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법적으로 정해진 수업시수를 이수해야 하는 탓에 조기 졸업 등은 어렵다"고 말했다.

이영웅기자 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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