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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산업을 살리자 - 1] SW, 한국 IT산업의 '외길 희망'


 

또 다시 새해다. 여기저기 새로운 각오와 다짐이 요란하다. 2003년 최악의 해를 보냈던 우리나라 IT산업, 특히 소프트웨어산업은 과연 2004년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아이뉴스24는 2004년을 'SW산업의 도약을 위한 해'로 설정했다. 그리고 그 주춧돌을 놓는데 전력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왜?

SW산업은 미래의 희망이라는 생각을 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산업사회가 거대 자본과 노동력을 중심으로 부가가치를 생산해냈다면, 정보화사회에서 부가가치의 핵심은 소프트웨어에서 나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현재는 물론 다가올 미래가 정보화사회라는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정보화사회의 핵심 경쟁력은 무엇일까.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정보 인프라의 구축이다. 정보가 원활히 흐를 수 있는 '네트워크'의 구축, 바로 그것이다.

다행히 이 부분에서 우리는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세계 최고의 초고속인터넷망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세계 최고의 초고속망이 온통 외산 장비와 소프트웨어로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

네트워크를 따라 정보가 흐르고 정보는 곧 정보화사회의 원천 경쟁력이다. 그 정보의 원활한 흐름을 제어하는 것이 소프트웨어다. 하드웨어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 소프트웨어라는 점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결국 소프트웨어 산업은 국가 경쟁력의 원천인 셈이다. 하지만 우리 SW산업의 경쟁력은 어떤가.

세계 최고를 연신 떠들어대지만, 해외에 나가 얼굴 붉히고 돌아오기 일쑤다. 국내 시장에서조차 최고라고 자신할 수 있는 기업을 도저히 찾아볼 수가 없다. 소프트웨어 산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 약 15년이 지났지만, 국내 최고의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의 매출은 300억원이 한계인 상황이다.

적은 자본과 인력만으로도 얼마든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는 기회의 땅이라는 소프트웨어 시장도 이제 규모의 경제에 돌입했다. 거대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이러한 현상은 더 심화할 것이다. 그렇기에 더 이상 늦기 전에 서둘러야 한다. 정보화사회도 이제서야 초입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상상도 할 수 없는 변화가 기다린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가 찾을 수 있는 길은 아직도 많다. 희망을 버리기엔 일러도 너무 이르다.

현실적으로 유일한 돌파구일 수 밖에 없다. 부존자원이 턱없이 부족한 우리 현실에서 내세울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사람 밖에 없다. 고급인력이 넘쳐나는 우리 사회에서 이들을 효과적으로 끌어안고 갈 수 있는 미래산업 역시 SW가 제격이다.

이런 관점에서 아이뉴스24는 올 한해 소프트웨어 산업의 내적인 자기반성을 이끌어내고, 이를 통해 건설적인 발전방향을 모색하는데 앞장설 것이다.

아이뉴스24는 2004년 한해 'SW산업을 살리자'는 커다란 화두를 작심하고 끌어안았다. 언론매체로서 한계가 있겠지만, 연중 기획 'SW산업을 살리자'를 통해 미력이나마 SW산업을 살리는데 밀알이 되어보기로 한다.

독자들의 많은 관심과 성원, 채찍질을 기대한다. [편집자주]


◆ 체격은 커지는데, 체력은 갈수록 약해지고...

2002년 말 현재 우리나라 SW 산업의 규모는 14조원에 이르렀다. 94년 이후 연평균 성장률 30% 대의 고속 성장을 거듭해 왔다. 2003년에는 18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물론 2002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이 약 596조원이었으니 약 2.3% 수준에 머물고 있긴 하지만, 최근 10년 동안 연평균 30%대의 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SW로 먹고사는 기업이 2002년 말 현재 5천482개다. 여기에 약 10만명의 인력이 종사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이 SW산업 자체의 경쟁력을 하루라도 빨리 높여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른 곳에 눈을 돌리기에 너무 커져버렸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 거대한 시장이 규모만 커져갈 뿐, 경쟁력은 자꾸 약해지고 있다는 데 있다.

체격은 커지고 있는데 체력은 갈수록 약해지는 우리나라 어린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18조원의 시장에서 과연 성공한 기업, 성공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기업이 얼마나 될까. 18조원 시장에서 제대로 돈을 벌고 있는 기업이 하나도 없다면 지나친 말일까. 사실상 대부분의 수익은 외산 소프트웨어가 쓸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외산 소프트웨어 밀려 국산 SW는 시장 지배력을 잃어가고 있다. 세계적으로 내세울 만한 기술을 개발해 놓고도 정책적 지원의 미비나 마케팅의 부재 등으로 사장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결국 외산 소프트웨어의 구축 서비스나 유통에 매달리며 그들의 수익을 보존해주며 떡고물을 챙기는 수준에 만족하고 있는 상황이다.

소프트웨어 전체 시장의 63%를 차지하는 SI 산업은 대기업과 중소 개발업체의 왜곡된 '갑을관계'로 착취구조가 만연하다.

기술력도 떨어지고, 마케팅이나 기획력도 부족하다. 선진국과 비교해 출발이 늦었다고 하기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나 비전의 제시가 아쉽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시장의 인식은 여전히 '공짜'라는 생각을 버리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소프트웨어 개발해 먹고 살 생각은 접어야 한다"는 자괴감이 만연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 자기반성을 시작으로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이 무엇이 문제인지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자체 경쟁력도 떨어지고 대외적 환경도 소프트웨어가 발전할 토양이 열악하다.

그렇다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이유에 대한 철저한 자기반성이 필요하다. 주먹구구식 기술 개발의 행태나, 제품만 개발해놓고 이후에 마케팅이나 영업을 생각하는 중장기 전략의 부재, 매뉴얼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하는 사후서비스 정신의 열악함 등 스스로의 경쟁력 저하 원인을 반성할 때다.

지난해 일본시장에 진출한 한 소프트웨어 벤처기업의 A사장의 얘기다. 이름만 대면 알수있는 일본 굴지의 기업과 파트너 계약을 맺은 A 사장은 어느 날 그 기업의 임원으로부터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국내 SW기업들과 많은 접촉을 해 온 그 임원은 자신의 경험을 전하며 A 사장에게 충고 한마디를 전한 것이다.

A 사장은 "세계적인 제품이라며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들고오는 제품들은 하나같이 기본이 안돼 있다는 얘기였다. 매뉴얼이 부실한 것은 물론이고 매뉴얼대로 해도 안되는 경우가 많다는 거였다. 그러면서 거의 공짜에 가까운 가격을 제시하며 일단 계약만 맺어달라고 하소연을 한다는 얘기였다. 처음부터 완벽한 제품을 만들지도 않고, 사후서비스 정책도 부실해 한국 SW는 싸구려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으니 나 보고는 절대 그러지 말라는 애정 어린 충고였다"고 소개했다.

A 사장은 또 "어찌어찌해 시범적으로 파일럿 계약을 맺으면 한국 언론에 대단한 계약을 한 것처럼 기사가 나오더라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얼굴이 화끈거려 더 이상 읽을 수 없었다"고 떠올렸다.

해외 시장에서 우리나라 소프트웨어를 바라보는 시각의 단면이자, 자만의 늪에 빠져있는 우리 소프트웨어 기업의 서글픈 현실이다.

기업들 자체의 부실한 경쟁력과 함께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이 성장하는데 걸림돌은 정부의 정책적 비전 부재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벤처기업 창업지원이나 자금지원 중심의 정책은 밑 빠진 독에 물붓기를 자초해 왔다.

기업들이 믿고 따라갈 확고한 정책적 비전은 부족하고 구호성 정책만 요란했다. 스스로 시장을 만들어주기보다는 저가 입찰을 앞장서 부추겼다. 책임지지 않으려는 보신정책 때문에 가능성이 전 재산인 벤처기업엔 실력을 발휘할 기회가 돌아가지 않았다.

아이투소프트란 기업이 있다.

2001년 이 회사는 세계 최초로 IPv6코드 자동변환툴을 개발해 주목을 받았다. 직원 30명 규모의 벤처기업이 현재의 인터넷 주소체계인 IPv4를 IPv6로 자동변환시켜주는 소프트웨어를 세계 최초로 만들어냈다고 해서 주위를 놀래켰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썬 등 세계적인 기업들도 변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긴 했지만, 변환이 필요한 부분을 표시만 할 뿐, 실제 변환작업까지 자동으로 바꿔주는 툴은 아이투소프트가 처음이었다.

이 기술은 미국에서 열린 54차 인터넷국제표준화기구(IETF) 회의에서 차세대 인터넷 표준안(RFC)으로 확정되기도 해 세계적으로도 인정을 받았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아이투소프트는 2002년 산업자원부의 차세대 일류상품 업체로 선정되고, 정통부 IPv6포럼 설립에 초창기 멤버로 활동하는 등 두드러진 활약상을 보여줬다.

하지만 2004년1월 아이투소프트는 예전같은 활기를 찾아보기 어렵다. 심각한 경영난을 겪은 후 몇몇의 핵심인력이 모여 새로운 회사를 만들었지만, 당장 IPv6 관련 사업을 본격화하지는 않을 예정이다.

정부가 IPv6를 적극 도입하겠다는 말을 믿고 기술 개발을 했지만, 시장은 열리지 않았다.

정부가 말만 요란할 뿐, 실제 행동은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정통부는 2000년 초부터 '내년엔 IPv6분야를 지원하겠다'는 말을 해 왔지만, 실제 프로젝트가 나와 관련 기술업체가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공급하는 일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내년에도 공공기관이 IPv6를 도입하면 각종 지원(컨설팅, 융자지원 등)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기존 서비스와 차별화되는 새로운 서비스를 찾기 어려워 공공기관의 반응은 냉담하다.

언제 진짜로 시장이 열릴지 마냥 기다리기엔 국내 벤처기업의 자본력은 미약하다. 그러는 사이 외국의 기업들은 점차 자본력을 앞세워 기술을 개발해가고 있다. 이러다 경쟁력을 잃을까 노심초사다.

정부의 비전 제시와 확고한 로드맵의 부재 때문에 세계 최고의 기술이 창고에서 먼지만 뒤짚어 쓰고 있는 것이다.

◆ 희망은 있다

어려운 대내외적 환경 속에서도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비록 소수이긴 하지만 가능성을 보여주는 기업들이 있다. 국산 SW에 대한 회의론이 뿌리깊은 가운데 세계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기업들이다.

잠시 희망의 메시지를 살펴보자.

항만관리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토털소프트뱅크(TSB). 부산에 근거지를 둔 이 회사는 소프트웨어 업계에서는 낯선 이름이다.

그러나 TSB는 세계 항만 관리 SW 분야에서 미국 나비스, 벨기에 코스모스 등과 함께 '빅3'로 통한다.

'국산 SW 회의론'의 관점에서 보면 불가능한 시나리오를 서울도 아닌 지역 벤처 기업이 보란듯이 현실화시킨 것이다. 회의론자들에겐 세계 '빅3'를 외치면 사기꾼이어야 정상이다.

TSB의 지난해 매출액은 116억원. 이중 80%가 해외서 거둬들였다. 그것도 까다롭기로 소문난 일본과 미국 그리고 유럽 시장에서.

TSB의 손춘목 과장은 "SW 기술과 항만이라고 하는 산업적 특성을 결합한 뒤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며 "이제는 후발주자들과 어느 정도 격차도 생긴 상황"이라고 말했다.

손 과장이 말하는 TSB의 성공 비결은 틈새 시장 공략이다.

이것저것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기보다는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는 대신 공략 대상을 세계로 확대한 전략이 정확하게 먹혀 들었다는게 손 과장 설명이다.

토종 SW 업체의 대부격인 핸디소프트도 미국에 진출한 지 5년만에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어 눈길을 끈다. 주무기는 비즈니스프로세스관리(BPM) 솔루션.

핸디소프트는 2003년 3분기까지 해외에서 875만달러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 1천500만달러 돌파도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이 해외에서만 1천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한 것은 처음이다. 2004년 목표는 3천만달러. 이뤄지면 '대박'이라고 표현해도 무리가 없을 듯 하다.

핸디소프트의 경우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수백억원 대의 마케팅 비용을 투입했다. 창업자 안영경 사장은 아예 국내 사업에서는 손을 떼고 미국 시장 공략에만 전념하고 있다.

"세계 시장 제패의 일념으로 도전했다. 솔직히 자본력이 따라야 한다. 안 그래도 열악한 환경에서 초지일관의 자세를 유지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코스닥에 등록하면서 확보한 자금으로 엉뚱한 사업 확장에 나서지 않았다. 그 자금을 미국시장 공략에 쏟아부었다, 솔직히 그렇게 해도 될까말까 한 일이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김규동 핸디소프트 사장의 얘기다.

대표의 의지가 강하고 적은 자본이지만 집중을 함으로써 국산SW의 세계화가 더 이상 꿈이 아니라는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국내 미들웨어 시장에서 토종의 매운맛을 보여주고 있는 티맥스소프트. 이 회사는 국산 SW가 감히 넘보기 힘들다고 여겨지는 미들웨어 등 IT 플랫폼 분야에서 당당히 세계 최고의 기업과 어깨를 견주고 있다.

IBM, BEA, 오라클이 버티고 있는 분야에서 경쟁력을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HP와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 등 외국계 서버업체들도 티맥스를 국내 SW개발업체들 가운데 최고로 평가할 정도다.

이러한 기업들의 현존은 우리나라 SW산업이 희망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다.

정부도 내년에는 소프트웨어 산업과 관련된 각종 법과 제도의 개선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미 공공프로젝트의 대기업입찰제한이 시행을 앞두고 있고 국가계약법의 개선작업도 시작된다. 시장의 토양을 건전화하기 위한 시도들이어서 기대를 걸게 한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외길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지사장에서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으로 자리를 옮겨 국산 SW 중흥을 외치고 있는 고현진 원장의 확고한 신념처럼 2004년, 우리나라 SW산업의 도약을 위한 주춧돌을 만들어보자. 우리 모두의 신념과 열정이 모인다면 불가능은 없다. 아이뉴스24가 앞장선다.

김상범기자 ssanba@inews24.com,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황치규기자 deligh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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