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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웅] 취준생 심금울린 기업의 '착한' 불합격 문자


[아이뉴스24 이영웅기자] '기업의 착한 불합격 문자?'

최근 각종 온라인 취업 사이트에서 가장 많이 회자된 단어 중 하나다. 기업의 하반기 공채전형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한 기업이 입사 전형에 불합격한 취준생에게 장문의 문자를 보내 화제가 됐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달 30일 올해 하반기 대졸 신입 공채 서류전형 결과를 발표했다. 이 기업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결과를 확인하라는 평범한 문자 한 통을 보냈다. 그리고 하루 뒤인 31일 채용담당자는 서류 전형 탈락자들에게 문자 한 통을 더 보냈다.

문자 내용은 "서류 전형 발표 후 다시 연락드리기 죄송한 마음도 있지만 귀한 시간 내어 지원해주신 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리는 것이 예의일 것 같아 연락드립니다. 불편하시다면 죄송합니다"로 시작했다.

이어 채용담당자는 "서류전형 결과 보고 드립니다. 총 4천611명께서 지원해주셨고 그중 760명이 인적성검사 대상자로 선정됐습니다"라며 "지원자님께서 부족하고 모자라서가 아닙니다. 더 많은 분을 모시지 못하는 회사의 잘못입니다"라고 서류전형 탈락자들에게 위로를 전했다.

채용결과를 통보조차 해주지 않는 현실에서 기업의 이같은 불합격 메시지는 취업준비생들 사이에 큰 울림이 됐다. 위로 문자를 기획한 사람은 입사한 지 3년도 채 안 된 인사팀 직원이었다. 3년 전 자신도 기업 입사전형에 불합격했을 때 느꼈던 그 쓰린 심정을 잊지 않았던 것이다.

취준생들은 하나같이 '착한' 금호석유화학이라는 수식어를 쓰기 시작했고 취업 사이트에는 호평으로 가득했다. 언론도 이 기업에 주목하며 채용과정을 상세히 보도했다. 기업이미지 제고는 수십억원의 홍보비를 쏟아부어도 어렵다. 그런데 이 기업은 취준생과의 공감과 디테일에 주목한 것이다.

이와 달리 전형 결과를 통보조차 하지 않는 기업들도 많다. 최근 잡코리아가 지난해 상반기 구직 경험자 819명에게 탈락 통보를 받았는지 조사한 결과 '탈락 통보를 받지 못했다'라고 답한 취준생이 61.8%로 절반이 넘었다. 취준생 10명 중 4명만 탈락 사실을 전달받은 것이다.

통보조차 안 하는 게 오히려 나을 뻔한 기업도 있었다. 삼양그룹은 지난달 24일 공채 2차 전형(인·적성 검사)에서 탈락한 370여명에게 합격 통보를 한 뒤 4시간이 지나서야 오류를 정정했다. 연이은 탈락에 지친 취준생을 들었다 놓았다. 이에 취준생들은 분노했다.

채용은 쌍방의 과정이다. 기업만 지원자를 뽑는 것이 아니라, 지원자 역시도 기업의 이미지를 확인하고 기업을 선택한다. 또한 지원자는 기업의 잠재적인 소비자이기도 하다. 좋은 회사일수록 이같은 디테일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다.

요즘은 착한 기업이 돈도 잘 버는 시대다. 실제로 사회책임투자 컨설팅사 서스틴베스트에 따르면 지난 6년간 사회적 책임을 다한 기업의 주가가 코스피지수 수익률보다 월등히 높았다. 금호석유화학을 계기로 취준생에게 좀 더 따뜻한 메시지를 전달해 줄 착한 기업들이 많아지길 기대해본다.

이영웅기자 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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