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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의 클리닝타임]홈런군단 타격코치도 늘 힘들다


"경기 중 표정 관리 쉽지 않아"…"신뢰 받는 코치되는 게 목표"

[조이뉴스24 김지수기자] "감독님이 언젠가 한 번 얘기하더라. 감독과 투수코치·타격코치는 비슷한 스트레스를 받을 거라고. 매 경기 결과에 따라 책임을 지는 사람들이니까."

SK 와이번스는 25일 현재 73승1무67패를 기록, 포스트 시즌 진출 마지노선인 5위에 올라있다. SK의 올 시즌 팀 컬러는 화끈한 공격야구다. SK 타선은 231개의 홈런을 쏘아 올리며 KBO리그 한 시즌 팀 최다 홈런 기록을 세웠다. 리그 팀 홈런 2위 두산 베어스(175홈런)와 압도적인 차이를 보인다.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시원한 홈런포는 SK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정경배 SK 1군 타격코치는 팀 홈런 1위팀의 타자들을 관리한다. 리그 홈런 1위 최정(46홈런)을 위시해 제이미 로맥(30홈런) 한동민(29홈런) 김동엽(21홈런) 나주환(19홈런)까지 장타력을 갖춘 거포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매일매일이 힘들고 어렵다. 방송 중계 화면에 비친 대부분의 타격코치들이 그렇듯 정 코치 역시 매 경기 웃었다 울었다를 반복한다.

정 코치는 "나는 인상을 안 쓰는 것 같은데 주변 지인들이 다 뭐라고 한다. 인상 좀 그만 쓰라고. 그렇다고 경기 중 덕아웃에서 웃을 순 없지 않은가. 너무 경기가 안 풀릴 땐 나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게 된다. 방송에서 코치들 얼굴을 자꾸 잡아주니까 표정 관리는 항상 의식한다. 이래저래 신경 쓸게 많다"고 말한다.

매일매일 결과를 평가받는 존재

감독은 경기운영과 선수기용, 가장 중요한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진다. 결과가 항상 좋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야구는 그렇지 않다. 투수들이 부진하면 투수코치가, 타자들이 부진하면 타격코치에게 비판이 뒤따른다.

정 코치는 "우리 감독(트레이 힐만)님이 한 번 얘기한 적이 있다. 감독과 투수코치·타격코치는 공동 운명체라고. 타자가 못 쳐서 지면 타격코치가, 투수가 못 던져서 지면 투수코치가 비난을 받게 돼 있다. 감독은 지면 무조건 비난받는다. 서로 비슷한 스트레스 속에 1년을 함께하는 셈이다. 경기를 지고 집에 가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가 많다. 그래도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은 꼭 챙겨보려고 노력한다"며 시즌 중 겪는 어려움에 대해 토로한다.

정 코치가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을 보는 이유는 하나다. 그는 "하이라이트에는 보통 타자들이 잘 치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잘 봐뒀다가 다음날 야구장 나와서 선수들에게 누가 어제 잘 쳤으니까 그 타격 장면을 참고하라고 말한다. 스마트폰으로 금방 확인이 가능하니까 보라고."

경기 후 선수들과 떨어져 있을 때도 코치들은 바쁘다. 정 코치는 타격 영상과 이론 관련 자료들을 수집해 스마트폰 메신저로 선수들에게 보내준다. 야구 기사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꼼꼼히 읽고 좋은 내용이 있으면 모아둔다. 그리고 선수별로 필요할 것 같은 내용들을 보내주는 식이다.

잔소리도 코치의 역할이다. 정 코치는 특히 선수들의 웨이트 트레이닝을 꼼꼼하게 챙긴다.

정 코치는 "몸이 힘들면 쉬고 싶지 무거운 쇳덩어리를 들고 싶겠나. 그래도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은 차이가 크다. 나도 삼성 시절 훌리오 프랑코(현 롯데 자이언츠 타격코치)에게 확실하게 배웠다. 웨이트로 힘을 길러놔야 투수들의 공을 이겨낼 수 있다. 힘들면 안 하고 쉰다. 이럴 때 코치가 옆에서 잡아줘야 한다"고 웨이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코치? 선수들과 신뢰 쌓는 게 먼저

정 코치는 "코치가 선수들에게 큰 영향력을 준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야구는 결국 선수가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코치와 선수 사이에 신뢰가 있어야만 팀이 원활하게 돌아간다"는 말도 덧붙였다.

정 코치는 "결국 코치에게 가장 중요한 건 선수들에게 신뢰를 얻는 것이다. 나도 선수 생활을 해봤지만 코치가 뜬금없는 행동을 하거나 하면 '갑자기 왜 저러시지?' 하는 생각이 앞선다. 일관성이 있어야 하고 언행일치가 돼야 한다. 가끔 심하게 질책할 때가 있어도 다음날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이야기하는 게 신뢰라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지도 철학을 밝혔다.

정 코치는 힐만 감독을 통해 '스킨십 효과'를 확실하게 느꼈다고 했다. 그는 "우리 감독님은 확실히 다르시다. 선수들과 손을 잡고 어깨동무를 하고 적극적으로 스킨십을 하신다. 신뢰를 쌓는데 스킨십만한 게 없는 것 같다. 시대도 선수들도 많이 변했다. 시대에 맞게 선수들과 소통해야 한다는 걸 배웠다"고 말했다.

정 코치는 또 "나도 얼굴이 무섭게 생겨서 그렇지 웃기고 재밌는 사람이다. 선수들이 내 외모를 보고 어렵게 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선수들과 격의 없이 스킨십을 하며 신뢰를 쌓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프로야구 경기에선 5회가 종료되면 그라운드 정비와 함께 벤치에 있던 선수들이 몸을 푸는 '클리닝 타임'을 짧게 가집니다. 보통 3시간이 넘는 경기 중 유일하게 한숨을 돌리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클리닝 타임처럼 잠시 쉬어가며 스포츠와 관련된 소소한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조이뉴스24 김지수기자 gsoo@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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