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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USB-C' 소비자가 가품 확인 가능할까


정품 구분하는 명확한 기준 없어, 현재로써는 브랜드 신뢰도에 기대야

[아이뉴스24 김문기기자] 스마트폰과 태블릿, 노트북, 심지어 모니터까지 USB 커넥터가 USB 타입C(USB-C) 하나로 통합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독자적인 커넥터를 고집했던 애플마저도 이를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국내서는 LG전자에 이어 삼성전자도 동참했다. 유럽연합(EU)에서는 이 USB커넥터로 모든 케이블을 통합한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6.0 마시멜로에 USB-C를 기본 지원하는 방향으로 업그레이드했다. 인텔은 차세대 썬더볼트3 규격을 USB-C로 사용할 수 있도록 노선을 변경했다.

USB 프로모터 그룹이 USB 타입C 커넥터 생산을 준비할 당시 알렉스 펠레그 인텔 코퍼레이션 플랫폼 엔지니어링그룹 부사장은 "차세대 USB 기술은 소비자가 그동안 만나보지 못한 완전히 새로운 초박형 기기 개발에 단초를 마련해준다"며 "고성능 데이터 및 전원 기능과 결합된 USB 타입C 커넥터는 현재와 미래의 모든 기기를 위한 이상적 싱글 케이블 솔루션"이라고 말한 바 있다.

USB-C 커넥터는 보통 USB 3.1 전송규격을 사용한다. 초기에는 USB 2.0과 병행되기도 했다. 현재 USB 3.1은 1세대와 2세대로 구분돼 있다. USB 3.0은 USB 3.1 1세대로 흡수되면서 명칭이 사라졌다. USB 3.1 1세대는 최대 5Gbps를, 2세대는 10Gbps 속도를 낼 수 있다. 썬더볼트3를 채택하면 더 빠른 속도 지원이 가능하다.

USB-C는 데이터 전송뿐만 아니라 전력을 전달해주기도 한다. 이전 버전의 경우 5V 전압과 2A 전류량을 버틸 수 있었다. 대략 10W 전력을 감당했다. USB 3.1의 경우 최대 20V의 전압과 5A의 전류를 지원한다. 최대로 높이면 100W까지도 전력 감당이 가능한 셈이다.

전력량이 획기적으로 늘어난 데에는 USB-C의 본래 목표와 맞닿는다. 액세서리 업계에 따르면 USB-C는 원소스멀티디바이스를 지원하기 위한 커넥터 규격으로 탄생됐다. 하나의 USB-C가 여러 기기의 전력을 전송해주는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가정 내 있는 콘센트 하나 만으로 여러 갈래의 전력을 뿌릴 수 있는 셈이다.

문제는 사실 여기에 있다. 많은 량의 전력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안정성이 담보돼야 한다. 작게는 기기에 오류 또는 손상만으로 끝날 수도 있겠으나 크게는 폭발 위험까지 도사리고 있다.

실제로 가품(안정성이 담보되기 어려운 미인증의 제품) 케이블을 사용해 폭발 사고가 일어났다는 사례를 종종 목격할 수 있다. 기존과는 다르게 최근에는 정품 사용을 독려하는 캠페인도 많아지고 있다. 앞으로 벌어질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자하는 바람이 크다.

그렇다면 소비자가 USB-C 케이블을 고를 때 육안으로 정품과 가품을 구별해서 구매할 수 있을까.

◆ 소비자 육안 구별, 사실상 어렵다

결론적으로 소비자가 USB-C를 구매하기 전 육안으로 정품임을 확인할 수 있을 가능성은 꽤 낮다. 사실상 거의 어렵다는게 중론이다. 박스를 뜯어서 케이블을 꺼내고, 그 케이블을 분해한다고 하더라도, 전문적 지식이 없는 상황에서는 정품으로 인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어떻게 하면 정품과 가품이 구별될까. 사실상 업계에서는 정품과 가품을 나누는 기준조차도 모호하다고 말한다. 안정성을 논할 수 있는 기준 자체가 설정돼 있지 않다.

시장을 반응을 살펴봤다. 인터넷상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는 부분은 56KΩ 저항칩의 유무다. USB-C의 표준 저항값이다. 저항은 말 그대로 많은 량의 전류를 낮춰 안정하게 전달해주는 일종의 필터 역할을 해준다. 간혹 가정 내에서 많은 량이 전력이 들어왔을때 휴즈가 자신을 희생해서 전력을 차단해주는 것과 비슷하다고도 볼 수 있다. 물론 레지스터가 희생을 하진 않지만 말이다.

이 저항칩은 구글의 한 엔지니어를 통해 알려졌다. USB-C에 정통한 이 엔지니어는 모바일기기의 폭발사고를 분석하던 중 케이블에 저항값이 낮은 레지스터가 쓰여 전류를 제대로 감당치 않아 폭발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설명자료는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퍼져 나가면서 소비자들이 USB-C 가품의 위험성을 알리는데 공헌했다.

이같은 사례가 실제로 벌어지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5년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인 원플러스가 저렴한 USB-C 케이블을 출시한 바 있다. 1m 케이블의 가격이 약 6천원 수준으로 판매됐다. 2m도 8천원 수준으로 꽤 저렴했다. 하지만 이 케이블은 저항값이 낮은 10KΩ칩을 사용했다. 저항이 낮을수록 전달되는 전류량이 더 많아진다. 결국 표준을 지키지 않은 이 케이블은 전량 환불조치됐다.

이러한 사실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원플러스는 국내서는 크게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중국 현지나 인도 등 몇몇 신흥시장에서는 순위권에 랭크될 정도로 점유율 상승을 기록하고 있는 브랜드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 비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오포의 자회사이기도 하다. 이러한 곳조차도 가품 USB-C 케이블을 버젓이 파는 셈이다.

문제는 소비자가 USB-C 케이블을 구매해서 박스를 개봉하고 직접 분해를 해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만약 분해를 한다고 해도 일반 소비자가 이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사실 56KΩ 저항 표준은 USB-C의 수많은 지켜야할 인증 표준 중 하나에 불과하다. USB-IF는 USB-C 인증프로그램을 만들어 케이블을 유통하는 업체들이 이를 지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액세서리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인증을 받아야 하는 항목은 꽤 많다고 설명했다. 이 인증을 모두 통과하면 USB-IF는 별도로 인증마크를 부여한다.

업계 관계자는 "인증을 받아야 하는 항목이 많기 때문에 이를 모두 지키면 그만큼 원가가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원가를 낮추고 싼 가격에 팔아 이윤을 보기 위해 인증 절차를 밟지 않고 표준에도 맞지 않은 케이블을 팔고 있다"며, "예를 들어 USB-C가 1m를 넘어가게 되면 별도 칩이나 선을 감는 소재 등을 추가해야 한다. USB 3.1 2세대 지원품목도 별도칩이 들어가야 한다. 간혹 두껍게 만들어진 케이블 선이나 머리가 큰 커넥터를 볼 수 있는데, 이런 제품들이 인증 부품들을 넣었기 때문이다. 물론 두껍고 크다고 해도 또 다 인증 제품인 것은 아니다. 사실상 소비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는 여지가 너무 많다"고 설명했다.

◆ USB-IF 인증마크가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

그렇다면 USB-IF 인증마크가 새겨진 제품을 사면 안전할까. 이것도 사실 정확치는 않다. 액세서리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한탄한다. USB-IF 인증마크도 도용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도용을 한다하더라도 각국의 법체제가 다르고, 또 법적인 제재를 직접 가하기도 어렵다. 경고 정도만이 가능하다는 것.

다른 업계 관계자는 “케이블의 경우 타 제품보다는 저렴하기 때문에 세관을 통과할 때 별도로 검증을 받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수년 전 세관 통과가 간소화되면서 케이블은 검증항목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USB-IF는 웹페이지에 별도로 인증받은 USB-C 케이블 현황을 매달 간격으로 업데이트한다. 이 곳에서 구매하고자 하는 USB-C 케이블이 등록돼 있는지 찾으면 된다. 하지만 실제로 들여다본 항목은 꽤 많고 복잡해 찾기가 쉽지 않다.

반대로 USB-IF 인증을 받지 않더라도 안정성이 확보된 케이블도 있다. 이들은 USB-IF의 인증이 안정성 보다는 전송규격이 제대로 적용돼 있는지가 핵심이라고 설명한다. 안정성은 차후의 검증 항목일뿐이라는 얘기다.

게다가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수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 즉, 제품을 개발하더라도 USB-IF의 인증을 받고 나오려면 판매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수개월 후에나 출시가 가능하기에 규모가 있는 업체에서는 굳이 USB-IF 인증절차를 밟지 않고 자체적으로 해결한다.

한편으로는 저렴한 케이블을 찾는 소비자들의 인식도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싼게 비지떡이 아니라 싼 제품을 구입해서 큰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 결국은 브랜드 신뢰도에 기대야 한다

결론적으로 소비자가 USB-C 정품과 가품을 직접 육안으로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USB-IF 인증마크가 부착돼 있다고 할지라도 100% 신뢰할 수 없고, 또한 USB-IF 인증마크가 없더라도 믿을 수 있는 케이블도 있다. 한마디로 혼란 그 자체다.

현재로써는 USB-C의 안정성 추구하기 위해서는 브랜드를 믿어야 하는 상황이다. 믿고 맡길 수 있는 업체에서 케이블을 구매하는 것이 안정한 방법 중 하나라는게 중론이다. 국내서 통합된 인증 프로그램이 신설되지 않는 한 각각의 기업들의 안정성 기준을 통과한 제품이 다른 제품 대비 신뢰도가 높다고 판단된다.

LG전자는 USB-C 케이블에 대한 자체적인 인증 표준을 구축해놓고 있다. 서드파티가 제작한 케이블에 대한 인증이 완료돼야 판매가 이뤄진다. 판매처도 정해놨다.

LG전자 관계자는 "USB-C 정품 케이블은 LG베스트샵 등 대리점과 LG전자 AS서비스센터에서만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자체적인 인증 표준을 마련해놓고 있다. LG전자와 마찬가지로 정품 케이블 판매처도 정해놨다. 삼성 모바일샵이나 삼성AS서비스센터, 딜라이트샵이나 삼성디지털프라자 등에서만 판매하고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 액세서리 업체 중 국내서 USB-IF 인증을 미리 받아 제품을 보급하는 곳으로는 대표적으로 벨킨이 꼽힌다. 벨킨은 3년 전부터 USB-C 케이블 출시를 위해 USB-IF 인증 절차를 밟았다. 외부 패키지 박스에 USB 로고가 새겨져 있다.

USB-C에 대한 액세서리 시장 상황을 살펴보면서, 안타까웠던 점은 결국 믿고 살 수 있는 어떠한 통합적이고 시장효율적인 인증프로그램이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향후 디바이스가 발전하고 규격이 업그레이드될수록 편의성과 함께 위험성은 더 커질 것이 분명하다. 데이터 속도나 전력효율은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은 큰 위험없이 흘러갈 수 있다. 하지만 나중을 위해서라도 USB-C 초기 생태계부터 안전한 제품 유통에 힘써야 한다. 지금 구매한 검증되지 않은 USB-C 케이블이 가정 내에서 뒹굴다가, 향후에 전달되는 전력량이 커진 시대에서 발견돼 사용된다면, 불시에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김문기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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