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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철강업계, 후판 가격 줄다리기


공급자-수요자 간 정반대 논리

[아이뉴스24 윤선훈기자] 올해 하반기에도 조선업계와 철강업계의 후판 가격 줄다리기가 팽팽하다. 수주잔량 부족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선업계는 철강업계의 조선용 후판 가격 인상 움직임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반면 철강업계는 그간 꾸준히 오른 중국산 철강재 가격 인상분을 열연·냉연 등은 물론 후판에도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는 기류다.

지난 몇 년 간 계속 이 문제로 대립했던 양상이 올해도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두께 6mm 이상의 철판을 가리키는 후판은 선박 건조 과정에서 꼭 필요한 제품이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가장 후판을 많이 사용하는 선종인 VLCC(초대형원유운반선)의 경우 통상적으로 척당 약 4만톤 정도의 후판을 사용한다. 컨테이너선(1만TEU급 기준)과 LNG선의 후판 사용량은 약 3만톤 정도다.

후판 가격이 톤당 3만원 오른다고 가정하면 조선사들은 VLCC 1척당 12억원을 더 들여야 한다. 최근 선가가 낮게 형성되고 있는 상황에서 조선사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가격이다.

이러다 보니 후판 가격 협상은 양측에게 모두 중요하다. 조선사와 철강사는 매 반기마다 후판 가격 협상을 벌여 가격을 정한다. 개별 기업 간 협상이기에 경우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통상적으로는 그러하다.

대개 공급자인 철강업계는 가격 인상을, 수요자인 조선업계는 가격 인하 혹은 동결을 주장해 왔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상반되다 보니 매년 협상은 순탄치 않았다.

양측이 각각 후판 가격 인상·인하를 주장하는 근거는 매년 조금씩 다르지만, 결국 근본 원인은 업계가 처한 어려움이다. 조선업계는 수년째 계속되는 업계의 불황으로 사정이 어렵다는 점을 내세운다. 후판가격이 인상될 경우 건조비용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조선업계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호황기 이후 내려앉은 선박 가격도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 사이트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8월 신조선가지수는 124로 지난해 같은 기간(126)보다 낮다.

지난 2008년 최대 190까지 치솟은 이후 신조선가지수는 지속적인 감소 추세다. 같은 선박을 수주한다고 해도 그만큼 조선사에게 돌아가는 이득이 적다. 조선사이 비용 절감에 신경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반면 철강업계는 후판 사업 부문이 계속해서 고전하고 있어 이를 타개하려면 후판 가격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중국산 철강재 가격 인상 등, 그간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후판 가격 인상 요인들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을 고전의 한 원인으로 보고 있다. 중국 철강시장의 움직임에 따라 가격이 들썩이는 국내 철강시장 특성상, 중국의 움직임이 큰 변수가 된다는 게 철강업계의 설명이다.

철강업계는 그 동안 조선사의 경영난으로 2013년부터 조선용 후판 가격을 올리지 않다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인상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은 가격 인상에 대한 입장차 때문에 10월 말에서야 마무리됐다. 현재 철강업계는 아직 후판 가격 인상분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보고 추가적인 후판 가격 인상을 압박하고 있다.

이 밖에 철광석·유연탄 등 원자재 가격, 국내 철강사들의 후판 공급량 등도 양측의 가격 협상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다. 이처럼 후판 가격을 놓고 벌이는 양측의 줄다리기는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 올해는 이 같은 대립이 좀 더 직접적으로 표출되고 있는 모양새다.

포스코는 지난 7월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후판 사업의 손익분기점(BEP) 달성 여부가 조선업계에 달려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 하반기 조선사 대상 협상에서 가격 인상에 성공하면 BEP 달성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 무렵 포스코는 유통향 후판 가격을 한 차례 인상한 상황이었고, 이후 8월 중순에도 톤당 2~3만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뿐만 아니라 현대제철과 동국제강도 8월 중순 후판 가격을 톤당 3만원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유통향 후판 가격 인상으로 조선용 후판 가격 인상에 대한 신호를 보낸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측했다.

조선업계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지난 15일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보도자료에서 "조선 3사의 매출액 합계가 올해 37조원을 밑돌 것으로 보이고, 2018년은 올해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예상된다"며 "선가 하락 지속에 따른 채산성 악화와 최근 후판 가격 상승기조로 인해 극복해야 할 어려움은 한층 더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우회적으로 후판 가격 인하 필요성을 내비친 것이다.

협회는 "후판의 원재료인 원료탄과 철광석 가격은 각각 2012년과 2014년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여 왔다"며 "최근 주요 철강사들이 호주로부터 수입하는 원재료 가격은 올해 상반기 대비 하락이거나 약보합세로 분석된다"고 덧붙였다. 후판 가격 하락 요인이 충분히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철강사들과의 후판 가격 협상 과정에서의 갈등은 매년 이어지고 있다"면서도 "후판 가격이 계속 올라가면 수익성이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철강업계 관계자는 "원가 상승분을 고려해 후판 가격을 올려야 하는데 그 동안 잘 반영이 안 됐다"며 "추가적인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선훈기자 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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