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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은] 통상임금 '고무줄' 판결에 울고 웃는 산업계


[아이뉴스24 이영은기자] 최근 산업계의 최대 화두는 '통상임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달 31일 기아자동차의 통상임금 1심 선고에서 재판부가 노조의 손을 들어주면서 자동차업계를 비롯한 산업계는 말 그대로 '패닉'에 빠졌다.

현재 기아차와 유사한 통상임금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인 기업들이 100여곳이 넘고, 통상임금 범위 확대에 따른 기업의 노동비용 증가액이 최대 22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통상임금이란 근로자가 근로의 대가로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받는 기초임금을 말한다. 통상임금은 연장·야간·휴일근로 수당 등 각종 초과근로수당 산정과 퇴직금 액수에 영향을 미친다.

통상임금이 많아지면 회사가 지급해야 할 각종 수당의 금액이 커지기 때문에 기업들 입장에서는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투자와 고용이 위축되고, 경영 활동에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아차의 경우도 이번 통상임금 판결로 인해 당장 3분기부터 적자전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임금 판결과 관련해 기업들을 더 울고 웃게 만드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이하 신의칙)' 적용 여부다. 기업의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경우에는 신의칙을 적용한다는 것인데, 의미가 다소 추상적이고 모호해 신의칙 적용 요부에 관한 명확한 기준을 정립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기아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번 기아차 통상임금 선고에서 재판부는 신의칙을 인정하지 않은 대신 상여금과 중식대만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회사가 근로자들에게 추가 지급해할 금액으로 4천223억원을 산정했다.

재판부가 신의칙을 인정하지 않은 이유는 기아차가 당기순이익을 거뒀고, 경영 상태가 나쁘지 않아 신의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영업이익을 냈으니 이번 소송으로 회사의 경영이 어려워진다고 보기 어렵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기아차는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7천87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44%나 감소했다. 2010년 이후 최저 실적이다. 더욱이 이번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해 3분기부터는 영업이익 적자를 피하지 못하게 됐다.

기아차 입장에서는 억울한 측면이 있다. 앞서 지난 18일 금호타이어의 통상임금 선고에서는 재판부가 신의칙을 적용해 사측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상여금이 통상임금으로 산입될 경우 금호타이어에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워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금호타이어에 적용된 신의칙은 기아차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

이처럼 신의칙에 대한 재판부의 기준이 '고무줄'처럼 적용되다 보니 기업들은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기아차의 통상임금 선고 후폭풍이 일자 정부는 부랴부랴 통상임금 법적 범위를 명확히 하도록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을 밝혔다.

기업의 경쟁력은 회사와 근로자의 합심을 근간으로 한 안정적인 노사관계에서 출발한다.

통상임금과 같은 모호한 개념으로 회사와 근로자가 혼란스럽지 않도록 명확한 근로기준법과 신의칙 적용 기준 마련을 위한 고민이 필요할 때다.

이영은기자 eun0614@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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