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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대기업 입찰제한인가 - 하] 첫 단추를 잘 꿰자


 

'극히 일부의 대기업이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상황, 중소 SW업체들의 자생력 확보가 불가능한 시장 구조'

이번 소프트트웨어산업진흥법 시행령이 담고 있는 대기업 입찰참여 제한제도는 기형적인 SW산업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혁신적인 정책으로 평가된다.

사실 대기업 입찰제한 제도의 기본 취지에 대해서는 대기업으로서도 마땅히 반대할 논리가 만만치 않다. 현실적으로도 이미 지난 7월 '중소 소프트웨어 사업자의 육성을 위해 대기업의 공공 사업 참여를 제한할 수 있다'는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이 통과된 마당이다. 대기업 입찰제한 자체에 대한 찬반 논란은 의미없는 논쟁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시행령 고시안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대기업의 참여를 제한할 공공 사업의 하한금액과 대기업의 기준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에 쏠린다. 이 부분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돼 있다.

결국 바꿔 말하면 ▲어떤 기업을 육성할 것인가(제도의 수혜자는 누구인가) ▲어느 정도의 지원을 할 것인가(제한 하한금액을 어느 정도로 설정할 것인가)가 주요한 이슈인 셈이다.

아울러 입찰제한 제도까지 필요하게 된 국내 SW산업의 왜곡된 현실을 이번 입찰제한 제도만으로 한꺼번에 해결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번 제도의 실효성을 위해서나 향후 전반적인 산업구조 개선을 위한 보완조치와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도 중요한 테마가 될 것이다.

◆법적 근거 충분하다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중소기업과 대기업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 하는 문제가 이번 제한제도의 핵심 이슈다.

정통부는 매출액을 기준으로 5단계 기업으로 나눌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300억원 미만의 기업을 중소기업으로 규정한 것만 빼고 나머지 분류 기준은 사실 법적인 근거가 미약한 것이 사실이다.

300억원 미만의 기업을 중소기업으로 규정한 것은 중소기업기본법에 따른 것이지만, 나머지 분류 기준은 현 소프트웨어 업계의 현황을 분석해 정통부가 나름대로 설정한 것이다.

이 때문에 대형 SI업체들은 '현행 중소기업기본법에 근거한 300억원 외에 다른 분류 기준을 두는 건 합당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그룹 내부 시장은 경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시장으로 보기 힘들다. 내부거래를 포함한 매출액으로 사업자를 분류하는 건 옳지 못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300억원 미만의 중소기업 구분 외에 1천억원, 8천억원 하는 식의 기준이 법적인 근거에 따른 것은 아니지만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에서 대기업에 대한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한 만큼, 법적 근거가 없다고 하기 힘들다.

또한 전체 매출에서 그룹 내부 물량을 제외해야 한다는 대형 SI업체들의 주장은 업체들 스스로 발목을 잡는 주장이어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런 제도는 비단 우리나라만 있는 건 아니다. 미국은 '미국중소기업 우대조달(Small Business Act 15-g-1, Small Business Reauthorization Act of 1997)'이란 제도를 통해 공공 사업의 23%를 소기업에 할당하고 있다. 일본은 지방 공공분야 발주는 해당 지역 SI업체가 하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 미연방 조달기관별 소기업 수주 비중

조달기관 소기업 수주비중(%)
농림부(Department of Agriculture) 39.6%
재무부(Department of Commerce)( 33.6%
국방부(Department of Defence) 21.4%
교육부(Department of Education) 13.9%
에너지부(Department of Energy) 3.0%
보건복지부(Department of Health and Humen Service) 26.0%
도시주택부 (Department of Housing and Urban Development) 40.1%
내무부 (Department of Interior) 61.1%
법무부 (Department of Justice) 32.8%
노동부 (Department of Labor) 26.1%
국무부 (Department of State) 42.5%
교통부 (Department of Transportation) 53.5%
재무부 (Department of Treasury) 32.1%
보훈부 (Department of Veterans and Affairs) 30.3%
국제개발처(Agency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 18.5%
환경보호국(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 25.6%
공공서비스기관(General Services Administration) 40.0%
항공우주국(National Aeronautics and Space Administration) 13.5%
사회안보국(Social Security Administration) 38.7%
테네시주당국(Tennessee Valley Authority) 10.3%
기타 사무소(Remaining agencies) 0.3%
합계 22.3%

또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건설교통부에서 중소건설업체 육성을 위해 대형 건설업자의 도급하한 금액을 매년 결정해 고시하고 있다.

올해의 경우 현대, 대우, 삼성 등 시공능력공시금액이 7천800억원 이상인 17개 회사는 국가, 지자체, 정부투자기관이 발주하는 공사중 공사예정금액이 78억원 미만인 공사는 도급받을 수 없도록 돼 있다.

시공능력이 700억원~7천800억원 미만인 120개 회사 역시 공사 예정 금액이 당해 시공능력공시금액의 100분의 1 미만일 경우 경쟁에 참여할 수 없다.

◇ 건설공사금액 하한 적용 예시

시공능력공시액 7천800억원 이상 3천억원 700억원 600억원
도급제한 공사 규모 78억원 미만 30억원 미만 7억원 미만 제한없음

따라서 매출액을 기준으로 입찰을 제한하겠다는 이번 정책이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는 주장은 논란의 핵심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과 중견기업, 의미있는 구분

현재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회원사는 1천200개(2002년말 현재), 이 가운데 매출 300억원 미만의 기업은 총 1천133개다. 전체 회원사 가운데 약 99.8%가 매출 300억원 미만의 중소기업이라는 계산이다.

거의 모든 소프트웨어 기업이 300억원 미만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현실은 이번 입찰제한 제도가 중소기업 육성의 기준으로 300억원 미만을 설정한 것은 충분하다는 얘기가 될 수 있다.

그런데도 이번 입찰제한 정책에서 가장 치열한 논란의 핵심은 300억원 이상의 기업들을 다시 세분화해서 입찰제한에도 차등 규제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쏠린다.

현재 업계에서 팽팽히 맞서고 있는 안은 정통부가 대기업을 4개 그룹으로 분류한 것과 달리 300억원에서 1천억원 사이의 기업을 별도의 중견기업으로 분류하느냐 마느냐에 있다.

다시 한소협 회원사 현황을 보면 전체 회원사 가운데 67개 기업만이 300억원 이상이다. 그 가운데 300억원에서 1천억원 사이의 기업은 44개에 불과하다. 이 44개 기업을 별도의 관리대상으로 할 것인가 하는 부분이 논란의 핵심인 셈이다.

44개 기업의 면모를 보더라도 전문 SW 개발업체보다 SI 사업을 하는 기업이 대부분이다.

이런 사실은 '굳이 매출액 분류 기준을 3단계로 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들게 한다. 더구나 전문 SW 개발업체를 육성하자는 취지라면서 굳이 중견기업(매출 300억원~1천억원)을 따로 설정해야 하는지, 그리고 결과적으로 중견 SI 업체나 하드웨어 유통 전문업체를 육성하는 제도가 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주장을 불러일으킨다.

그럼에도 이번 제도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중견기업의 구분은 필요하다는 논리에 귀기울여 보자.

사실 중소기업기본법에 따라 매출 300억원이란 기준이 나왔지만 앞서 살폈듯 SW 산업만 놓고 보면 매출 300억원 미만의 기업이 중소기업이란 기준은 합리적이지 않다.

전문 SW업체로서 매출 300억원을 올리고 있는 기업은 극히 미미하다. 거의 핸디소프트 정도를 꼽을 수 있다. 그렇다면 매출 300억원의 기업은 SW 전문업체로만 보면 대기업인 셈이다.

매출 300억원이면 거의 유일한 SW 대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그만큼 소프트웨어 산업계가 열악한 구조다.

결국 매출 300억원에서 1천억원 사이의 기업도 중장기적으로는 소프트웨어 전문업체로서는 기껏해야 중견기업 정도의 대접을 받는 구조여야 한다는 얘기다.

전체 산업구조에서 허리를 담당할 중견기업들의 터전이 굳건하다는 것은 결국 중소기업들에도 성장의 밑바탕이 된다. 따라서 300억원에서 1천억원 사이의 중견기업들을 대기업과 구분해 지원하는 것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또 다른 정책이 될 수 있다.

현재 상황에서 매출 300억원에서 1천억원 사이의 기업을 지원하는 것은 또 다른 측면에서 입찰 제한제도의 기본 취지에 부합한다.

이번 입찰제한 제도는 일부 대기업의 지나친 독점 폐해를 개선해 보겠다는 취지도 크다. 그런 만큼 300억~1천억원 사이의 기업이 비록 중견 SI 기업이라고 해도 이들을 지원하는 것은 결국 SI 업계 전체의 독점을 개선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이 사이의 SI업체들은 또 대형 SI업체들처럼 그룹 내부 사업에 의존하는 정도가 크지 않은 전문 SI기업이 많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결론적으로 중견기업을 별도로 관리하는 것은 '대기업 독점 방지'와 '중소기업 육성'이라는 두가지 기본 취지를 한꺼번에 살릴 수 있는 방안이자 중장기적으로 중소업체들의 성장을 더욱 확실히 보장해 줄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보완책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하한금액도 현실적으로

입찰을 제한할 프로젝트 금액도 실실적인 수혜가 얼마나 되느냐의 문제로 역시 중요한 논란거리다. 정보통신부 시행령은 중소기업만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로 1억원(1안)과 3억원(2안)을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이 안은 지나치게 보수적인 수치라는게 업계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아이뉴스24는 이와 관련, 국내 55개 중소 솔루션 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을 돌렸다.

'공공 프로젝트 가운데 어느 정도의 규모라면 중소 SW업체가 독자적으로 참여해 완수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보십니까'란 질문에 18개 업체(33.3%)가 5억∼10억원 사이 프로젝트는 가능하다고 답했다.

16개 업체(29%)는 10억원에서 20억원 사이 프로젝트도 소화할 수 있다고 답했으며 10개 업체(18%)는 1억원에서 5억원 사이 규모를 독자 수행이 가능한 프로젝트로 꼽았다.

정통부 시행령이 중소기업만의 경쟁 시장을 1억원, 또는 3억원 이하로 정해놓은 것은 중소업체들의 기대감과는 한참 동떨어진 수준이라는 얘기다.

실제 정통부 자료(30개 주요 SI기업의 공공 프로젝트 수주현황)에 따르면 전체 공공 프로젝트 가운데 1억원 이하 프로젝트는 0.5%에 불과하다. 3억원 이하 프로젝트도 2.2%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 연방정부가 중소기업에 공공 사업의 23%를 할당하고 있는 점과 크게 비교된다.

미국의 경우처럼 20%선을 보장해 주려면, 현재 기준으로 매출액 1천억원 미만의 기업을 포함한다 하더라도 20억원 이하 프로젝트에 대기업의 참여를 제한해야 한다.

◇ 계약금액별 분포(30개 기업 조사자료:3년 평균)(단위: 억원, 건, %)

수주금액 수주규모(금액기준) 비중 비중누계 수주건수(건수기준) 비중 비중누계
1억이하 39 0.5 0.5 97.3 23.2 23.2
1억∼3억 158 2.2 2.7 81.7 19.5 42.7
3억∼5억 211 2.9 5.6 53.7 12.8 55.5
5억∼7억 199 2.8 8.4 33.0 7.9 63.4
7억∼10억 290 4.0 12.4 34.7 8.3 71.7
10억∼15억 392 5.5 17.9 31.0 7.4 79.1
15억∼20억 322 4.5 22.4 18.7 4.5 83.6
25억∼50억 1,150 16.0 38.4 35.7 8.5 92.1
50억이상 4,422 61.6 100 33.0 7.9 100
7,182 100.0 418.7 100.0

결과적으로 정통부의 1억원과 3억원이란 기준은 지나치게 보수적인 설정인 셈이며 현실적으로 대기업 참여제한 금액은 좀 더 상향조정될 필요성이 제기된다.

◆SI 업계 경쟁력 확보의 계기로

대형 SI 업체들이 이번 입찰 제한제도의 기본 취지는 공감한다고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이번 제도가 결과적으로 '산업을 죽이는 일'이라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이들은 5억원 미만 프로젝트가 수주건수로 봤을 때 50%를 넘는 현실에서, 입찰 제한은 곧 대형 SI기업의 구조조정을 부르고 외부 사업의 기반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다.

SI발전협의회 관계자는 "정부안 대로라면 영업인력의 60% 이상, 기술인력의 절반이 구조조정돼야 한다"며 "이는 곧 대기업 SI들에 그룹 내 SM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 외부사업 확대를 위한 기술개발 투자를 도외시하는 효과를 줄 것"이라고 주장한다.

부처별, 기관별로 영업팀을 꾸리고 있는 지금의 인력구조는 변화가 불가피하고 특히 수천만원~수억원 짜리 프로젝트 영업이 대부분인 지방 영업소는 폐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오히려 이번 제도시행을 계기로 SI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 참에 SI 업계의 체질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얘기다.

대형 SI업체 입장에서도 공공 프로젝트는 하면 할 수록 적자가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을 독식하면서도 적자가 재생산되고 있다면 분명 어떤 식으로든 수술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LG CNS의 경우 1조3천억원의 전체 매출 가운데 2천800여억원을 공공 사업에서 거두고 있다. 여기에 1천여명의 인력이 투입돼 있다. 하지만 공공 사업만 놓고 보면 150억원 정도가 적자다.

LGCNS는 그래도 공공 사업을 잘 하고 있다는 평이다. 다른 SI기업들은 공공 사업의 적자폭이 더 크다는 얘기다.

SI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할수록 적자가 심화되는 공공사업의 구조는 SI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공공분야의 아웃소싱 사업에 집중하고 전자정부의 경험을 갖고 SI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것 등을 통해 내실있는 공공사업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외부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구조조정이 당장은 어렵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생존의 길이 될 수 있다는 고백인 셈이다.

◆SW 산업 내실화를 위한 첫 걸음

대기업 입찰참여 제한 제도는 사실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을 위한 첫 단추에 불과하다. 아무리 대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일부 시장을 중소기업들에 나눠 준다고 해도 현재의 왜곡된 산업구조를 바꿀 유일무이한 방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발주처인 공공기관 스스로도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고 만성적인 저가 입찰 관행과 부실한 감리제도 등 또 다른 측면에서 SW산업을 가로막고 있는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이번 입찰제한 제도가 기본 취지와 명분을 살려 실제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도 SW산업 전반에 걸친 모든 불합리한 제도와 관행의 벽들이 지속적으로 개선돼야 한다.

또한 이번 첫 걸음이 제대로 시행되고 엄격히 관리됐을 때 또 다른 개선책들도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소프트웨어 산업 진흥을 위한 법·제도 개선 프레임웍

중점분야 문제점 개선방안 시기(예정)
수익성제고측면 덤핑입찰 및 저가 수주 국가계약법 시행령 개정 및 협상기준 마련 11월말~12월초
SW사업대가 산정의 정확성 부족 SW 사업대가 기준 개정(기능점수방식으로 전환) '0.4. 2월초(12월 노임단가 조사와 연동)
전문성 및 경쟁력 향상 측면 업체선정시 기술평가의 변별력 부족 SW기술평가기준 개정 및 해설서 마련 12월말
정보화 사업추진에 대한 표준화된 프로세스 부재 발주·관리지침 개발 및 보급 '03: 지침개발 '04: 세부가이드 라인 개발·보급
시장 창출 측면 대기업 SI 시장 지배력 증가 및 불합리한 하도급 관행 발생 중소 SW사업자 참여지원제도 도입 '04. 1월말
국내 시장 규모 한정 SI 해외진출 활성화를 위한 정부간 협력사업 추진(F/S 지원) 12월말(F/S MOU 체결)

/김상범기자 김현아기자 황치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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